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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저민 프랭클린과 정약용

세상사는얘기/다산함께읽기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09. 11. 16.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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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저민 프랭클린과 정약용
  글쓴이 : 편집팀     날짜 : 2007-05-31 17:00     조회 : 550    

 

우리는 종종 다산 정약용을 서양의 누군가와 비교하곤 한다. 루소, 레오나르도 다빈치, 셰익스피어 등등. 최근엔 괴테와 다산을 비교하는 책도 나왔다. 필자로서는 이런 비교인물로 누구보다도 벤저민 프랭클린(1706-1790)이 떠오른다. 최근 고액권지폐 인물논의로 두 인물을 다시 떠올린다.


우리나라 인물을 서양의 위인과 비교하는 것은 적이 주저되는 바가 없지 않다. 정작 우리나라 인물을 잘 모르고 서양 위인은 더 잘 알고 있다는 현실을 반영하는 것은 아닐까. 혹은 매사 서양의 기준이나 권위에 의존하는 콤플렉스의 소산이 아닐까. 어쩌랴, 현실이라면 불만스럽지만 부득이한 측면이 있다. 콤플렉스일 수도 있지만 비교하는 방법이 이해를 돕는 유용성이 분명 있다.


프랭클린의 자서전을 읽어 보면, 벤자민 프랭클린과 다산 사이의 상당한 유사점을 발견할 수 있다. 도덕적 자기수양에 충실한 점, 자기계발을 위한 노력이 각별한 점, 공인(公人) 의식, 근면 검소하고 성실한 생활태도, 실용주의적 태도, 과학기술 등 여러 방면에서 재능을 보인 점, 천연두로 잃은 자식이 있는 점 등등 여럿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유사점 가운데는 두 사람이 동시대적 인물인지라 당시의 세계사적 시대상황에서 연유한 것도 있으리라.


그러나 두 사람의 운명은 사뭇 달랐다. 프랭클린은 새로운 국가 건설에 큰 역할을 해서 미국의 국부(國父)로 추앙받고 지금도 미국정신으로 미국인 마음속에 살아있다. 다산 정약용은 낡은 우리나라를 새롭게 하자고 외치며 여러 방안을 내놓았지만 역사는 달리 진행됐다. 지금은 다행히 한국인의 존경스런 인물로 꼽히긴 하지만 영정 모시듯 그냥 모시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의심스럽다. 외압과 싸워 새롭게 탄생한 신생국 미국과 낡은 봉건왕조와 함께 무너져간 조선의 운명이 두 인물에 오버랩 된다.


벤저민 프랭클린은 지금 미국 달러화 100달러 지폐의 모델이다. 100달러면 원화로 약 10만 원에 상당하다. 다산은 최근 ‘5만원권’이나 ‘10만원권’의 고액지폐의 인물로 거론되고 있다. 후보로 거론되긴 하나 시대나 이미지에서 기존 인물과 겹친다고 여기는 탓인지 여의치 않은 분위기이다. 다산선생을 존경하는 여러 사람들이 다산연구소가 앞장서라고 압박하고 있다.


아! 다산의 비교열위가 어디 지폐뿐인가. 벤저민 프랭클린 정신을 근간으로 한 수첩 ‘프랭클린 플래너’(다이어리)는 우리나라에서도 맹위를 떨치고 있다. 반면 다산연구소에서 구상 중인 공직자를 위한 ‘다산 다이어리’는 아직 실천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


잘되면 제 탓 못되면 조상 탓이라고도 하지만, 기실 후손을 잘 둬야 훌륭한 조상으로 인정받는 것 아닐까? 훌륭한 스승이라서 훌륭한 제자가 나오는가, 훌륭한 제자를 둬서 훌륭한 스승으로 추앙받는가? 두 인물을 비교하면서 우리는 훌륭한 조상님을 잘 활용하지 못하는 못난 후손이 아닌가 반성해본다.


이번 ‘대학생 실학순례(여름캠프)’ 참가신청자 명단을 보니, 작년에 이어 올해도 외국대학에 다니는 젊은이들이 적잖게 눈에 띈다. 그렇지, 남의 것을 잘 배우려면 먼저 우리 것부터 잘 알아야지. 다행이다.


글쓴이/ 김태희(다산연구소 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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