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님 꽃씨]미장원에 간 부자(父子)
임채삼 님|경기도 용인시
일곱 살 건우는 곱슬머리라 머리카락 자르는 시기를 조금만 놓치면 지저분해 보인다. 보다 못한 아내가 건우와 나를 떠밀어 내보냈다. 건우는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이 많은데 이번에는 웬일인지 엄마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내 손을 잡는 게 아닌가.
미장원에 들어선 건우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안쪽 의자로 달려가 앉았다. 그러고는 대기하는 손님용으로 준비된 만화책을 손에 쥐었다. 열심히 만화에 열중하던 건우를 미용사가 부르자 건우는 나를 바라보며 한 번 씩 웃고 보조 의자에 앉았다.
불현듯 내 어린 시절이 생각났다. 어머니도 머리카락을 깎지 않아 지저분해진 나를 아버지와 함께 떠밀었다. 아버지 손을 잡고 들어선 이발소. 뿌연 물안개와 비누 냄새, 세면대 앞에서 수건으로 머리카락에 묻은 물기를 터는 아저씨들, 그리고 배 나온 이발소 아저씨, 내 눈을 단번에 사로잡은 낡은 만화책들. 나는 마음에 드는 만화책을 들고 아버지를 쳐다보며 씩 웃었다.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이셨다.
그날 이후 머리카락이 길어 보인다는 어머니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아버지 손을 잡았다. 보조 의자에 앉아 커다란 거울을 바라보면 거울 속 저편에서 환하게 웃고 계시는 아버지가 보였다. 이발이 끝난 뒤 아버지는 수고했다며 가게에서 달고 시큼한 맛이 나는 음료수를 사 주셨다.
그렇게 옛 추억에 잠겨 있는데 건우가 내 앞에 서서 씩 웃고 있었다. 건우 손을 잡고 가게에 들러 그때 그 음료수를 사서 하나씩 입에 물고 집으로 걸어갔다. 멀리서 아버지의 웃음소리가 나지막하게 들려왔다.
출처 : 인터넷 좋은생각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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