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산참사 희생자 5명에 대한 영결식이 9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엄수됐다. © 대자보 | |
▲ 유족들 및 영결식 참석자들은 이명박 정부를 규탄하며 투쟁의지를 밝혔다. © 대자보 | | "지난 355일을 (병원 영안실) 영하 10도에서 지낸 분들을 오늘 얼어붙은 땅에 묻습니다. 얼마나 고통스러웠습니까.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뻔뻔한 이명박 정부가 참회의 눈물을 흘리도록 만들겠습니다"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 "죽음 속 죽음, 죽음만큼 처절하고 야만스러웠던 저 1년 여의 시간. 님들은 우리 가슴 속에 시대의 망루, 양심의 망루를 세웠습니다. 우리 안의 탐욕, 이 시대 진짜 괴물을 똑바로 보게했습니다. 이제 님들을 떠나보내며 새로 시작할 것입니다" (문규현 신부) 대한 추위가 엄습했던 지난해 '1월20일', 망루에 올라 죽어간 5명의 철거민들이 영면에 들어가기 까지는 꼬박 1년의 시간이 걸려야만 했다. 이들은 '얼어붙은' 땅 속에 묻혔지만, 유족들은 이명박 정부를 규탄하며 자신들의 아버지와 남편을 가슴에 묻었다. 하늘은 이들의 마지막 길을 애도하는 듯, 영하의 날씨 속에서 연신 눈발을 흩날렸으며, 영결식장에 모인 대다수의 시민들은 애통함과 분통한 심정을 동시에 표출했다. '용산참사 철거민 민중열사 범국민장 장례위원회'(장례위)는 9일 오후 유족들과 시민, 사회각계 인사 등 4천 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영결식과 노제를 각각 서울역 광장과 참사 현장인 남일당 건물 앞에서 열고, 고인들의 영면을 기원했다. 앞서 장례위는 오전 9시 서울 용산구 한남동 순천향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야당 대표단과 종교계 인사 등 200여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발인식을 진행했으며, 이후 국립극장과 장충단공원, 퇴계로를 거쳐 영결식이 열린 서울역 광장 까지 '천구'를 진행했다.
▲ 영결식에는 시민단체 대표단과 야당 정치인들이 대거 참석했다. © 대자보 | | 이날 영결식에는 유족들과 장례위원, 시민을 포함해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과 문규현 신부, 배은심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장, 봉은사 명진 스님,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전종훈 신부, 김상곤 경기교육감 등 종교, 시민사회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민주 정세균, 민노 강기갑, 진보신당 노회찬, 창조한국당 송영오 대표권한대행 등 야4당 대표단과 정동영, 송영길, 추미애, 권영길, 장세환, 천정배, 최문순, 박주선, 홍희덕, 이정희 의원, 이해찬·한명숙 전 총리 등 야권 인사들도 자리를 함께했다. 영결식은 개회사와 열사약력 보고, 제 단체 대표단과 관계자들의 조사, 김정환 시인의 조시, 민중가수의 조가, 진혼무, 유가족 인사, 분향과 헌화 순으로 진행됐으며, 좌석 첫 줄에 앉은 유족들은 영결식이 진행되는 내내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흘렸다. 애도의 물결 속 이명박 정부 규탄의 목소리…"탐욕과 파렴치 외면 않겠다" 영결식에 참석한 시민들은 '용산참사, 진실규명'이라고 적힌 흰색 카드를 들고 이명박 정부를 성토했으며, 고인 5명의 영정사진이 놓여진 중앙무대에는 국화꽃과 각종 근조 플래카드가 이들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영결식은 이러한 애도의 물결 뿐 아니라, '용산참사는 끝이 아니다'라는 범대위 측 입장이 말해주 듯, 재개발 정책의 전면 수정과 구속 철거민들에 대한 석방, 책임자 처벌 등 이번 사태와 관련해 이명박 정부를 향한 비판과 성토로 가득 채워졌다.
▲ 시민들은 "용산참사는 이제 부터 시작"이라는 의지를 밝히며 재개발 정책의 문제점과 관련한 실질적 조치 등을 촉구했다. © 대자보 | | 이강실 상임장례위원장은 조사에서 "국민의 승리로 범국민장이 치러지지만, 용산참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고인들이 남은 과제를 산자에게 맡기셨다"며 "고인들을 대신해서 우리가 인권의 망루를 세워야 할 때"라고 투쟁의지를 밝혔다. 조희주 상임장례위원장 역시 "유족의 눈물과 정규를 뒤로한 채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겠지만, 님들이 만들어준 귀한 벗들이 이들의 곁을 지킬 것"이라며 "탐욕과 파렴치로 뭉친 횡포와 살육을 더이상 외면하겠다"고 이명박 정부를 규탄했다. 백기완 소장은 "용산학살에 대해 이 대통령이 무릎을 꿇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이건희 회장을 사면한 이 대통령은 용산의 선량한 시민들에게 테러리스트의 누명을 씌웠다. 삽질해서 묻어야 할 것은 (고인들이 아닌) 이명박 대통령"이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배은심 회장은 이날 영결식을 '장례투쟁'으로 규정했다. 고인들은영결식과 노제 이후 영면에 들어가게 되지만, 이명박 정부의 불도저식 국정운영과 재개발 정책의 전면 수정, 이번 참사의 진실 규명 등 '산 자'가 해야할 일이 남았다는 것이다. "죽는다고 영원히 죽는 것은 아니다. 고인들이 살아서 오늘 장례투쟁을 하고 있는 것이다. 미디어법과 4대강 사업 등 모든 민생법안을 망치 두드리 듯 하지 않는다면 머리띠를 두를 일도 없을 것이다...(장지가 예정된) 마석에선 고 문익환 목사가 두 팔을 벌리고 (고인들을) 기다리고 있다. 고인들은 절대 외롭지 않을 것이다" 야권 인사 대거 참석…야4당 대표, 향후 강도높은 투쟁 의지 표명 민주, 민노, 창조한국, 진보신당 등 야4당 대표들도 조사를 통해 고인들의 영면을 기원하는 동시, 일방적 재개발 사업 강행 등 이명박 정부의 불도저식 국정운영에 일침을 가하며 향후 강도높은 투쟁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오늘 당신들은 떠나지만 억울함과 분노는 그대로 남았습니다. 오늘은 당신들의 억울한 죽음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시작입니다. 참된 민주주의를 위한 시작입니다. 당신들을 죽게 만든 정권이 참회할 수 있도록 만들겠습니다" (정세균 대표)
▲ 영결식 마지막 순서로 진행된 헌화 모습. 이날 현장에 모인 참석자 대부분은 무대에 올라 고인들의 넋을 달랬다. © 대자보 | | "생존에 몸부림치는 국민을 죽인 이 정권을 누가 용서하겠습니까. 고인들의 뼈가 으스러진 이유를 밝혀달라는 유족들의 절규가 아직 남아있습니다. 서민을 탄압하는 양극화 정치를 끝장내겠습니다. 열사들이여 이젠 편안히 잠드소서" (강기갑 대표) "용산참사는 정권이 교체될 정도의 큰 재앙입니다. 재개발 정책과 주거정책을 수정해서 제2의 참사를 막아야 합니다. 이명박 정부는 법치 독재를 당장 끝내야 합니다. 약자와 소수가 존격받는 사회를 이뤄내겠습니다" (송영오 대표권한대행) "얼마나 고통스러웠습니까.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철거민들이 없는 세상을 위해, 뻔뻔한 이명박 정부가 참회의 눈물을 흘리도록 만들겠습니다" (노회찬 대표) 유족들 절규 "내 남편, 내 아버지…", 박래군-남경남 등 끝내 참석 무산 유족들을 대표한 고 이상림씨 부인 전재숙 씨는 '유족들의 인사'를 통해 "고인들의 육신은 땅에 묻어드릴 수 있지만, 테러범, 살인범으로 낙인찍혀 땅바닥에 떨어진 고인들의 명예는 어찌해야 하느냐"며 "텅빈 방 한구석에 자리잡은 내 남편, 내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도 쉽게 씻을 수 없을 것"이라고 개탄했다.
▲ 헌화를 마치고 내려온 유족들이 애통한 심정을 숨기지 않고 있다. © 대자보 | |
▲ 일부 시민은 고인들의 영정 앞에서 하염없는 눈물을 흘렸다. © 대자보 | | 또 "이미 할퀴어질대로 할퀴어진 용산 현장을 뒤로하고 떠나는 것도 마음이 무겁기는 마찬가지"라며 "저희들이 떠나기만을 호시탐탐 바라던 건설업체들이 또 언제 이런 만행을 저지를지 두렵기 때문"이라고 제2의 용산참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억울한 누명을 쓰고 차가운 감방에 갇힌 내 아들, 우리의 동료들이 하루빨리 무죄로 풀려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주세요. 철거민들이 이 땅에서 희망을 발견하지 못해 저 위태로운 하늘 끝 망루로 오르는 일이 없도록 이 잘못된 재개발을 바로잡아주세요" 한편 명동성당에 은신 중인 박래군·이종회 공동집행위원장과 전국철거민연합 남경남 의장 등의 이날 장례식 참석은 끝내 무산됐다. 대신 발인식을 마친 뒤 유족들은 명동성당을 찾아 이들을 부등켜 안은 채 눈물을 흘렸다고 장례위는 전했다. 장례위는 이날 영결식의 마지막 순서로 이들의 호상인사를 전했다. 이들은 유족들을 향해 "이명박 정부의 탄압에 맞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하지 못한 채 장례를 치루게 된 것에 너무나 개탄스럽다"며 "진실규명을 위해 투쟁에 나서겠다"고 전했다. 한편, 2시 40분 경 영결식이 종료된 이후 장례위와 시민들은 노제가 예정된 남일당 건물로 향했다. 고인들의 영정사진이 담긴 운구차량을 선두로 시민단체 관계자들과 시민들이 뒤따랐으며, 이동하는 동안엔 고인들의 넋을 달래는 진혼곡 등이 울려퍼졌다.
▲ 노제 현장인 남일당 건물로 운구차량이 이동하는 동안, 한 시민이 차량 앞을 가로 막고 고인의 영면을 달래고 있다. © 대자보 | |
 |
관련기사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