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하탄에서 자영업을 하는 K모씨가 도박에 빠지기 시작한 것은 작년 여름. 불황으로 매출이 급감하는데 생활비와 두자녀 양육비는 늘어만 가 한숨을 내쉬던 그는 우연히 카지노에서 수천달러를 벌었다는 지인의 얘기를 듣고 솔깃했다. 곧 그는 카지노를 찾았다. 그리고 그 이후 베팅만 잘하면 금방이라도 돈을 딸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에 하루가 멀다하고 발길을 향했다. 베팅액수는 점차 커져 하루 수천달러로 늘어갔고, 결국 K씨에게 남은 건 7만달러에 달하는 빚과 아내의 이혼요구 뿐이었다. 경기침체 한파로 생계가 극심한 타격을 받고 있는 가운데 최근 ‘한탕’을 노린 도박행위가 한인사회에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다. 이 때문에 재산을 탕진하고 빚쟁이를 피해 도망자 신세로 전락하거나 심지어 가정까지 파괴되는 사례가 잇따르는 등 한인사회의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뉴욕에서 자동차로 2시간내 거리에 있는 카지노 곳곳에는 밤낮 시간대 구분없이 대박의 꿈을 이루기 위한 한인들의 일확천금 행렬은 끊이지 않고 있다. 커네티컷소재 모 카지노의 아시안마케팅부 관계자는 “수년간 이어지고 있는 경기 침체에도 불구, 한인 고객들의 숫자는 오히려 늘고 있는 추세”라며 “특히 아시안들이 선호하는 블랙잭 코너에는 한인들로 가득하다”고 전했다. 한인 상가와 주택가까지 파고든 불법 도박장이 근래들어 늘고 있는 것이나 한국판 인터넷 도박이 뉴욕에서 성행하는 것도 이 같은 현상과 무관치 않다. 문제는 도박에 한번 중독되면 자기 통제력을 상실해 끝내 정상적 생활을 포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플러싱의 주부 L모씨는 “남편이 언제부터인가 며칠씩 행방불명(?)돼 알아보니 도박장을 드나는 것이었다”면서 “아무리 협박(?)을 해도 푼돈만 생기면 도박장으로 달려가 가정이 풍비박산 날 지경”이라며 울먹였다. 전문가들은 한인사회에 도박이 성행하는 것과 관련, 경기 불황으로 인해 생활고에 시달리는 한인들의 ‘한탕 심리’가 작용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뉴욕가정문제연구소의 레지나 김 소장은 “생계난이 가중되자 적은돈으로 ‘대박’을 터뜨리기 위해 도박장을 드나드는 일이 잦아지면서 이로 인해 망가지는 한인가정이 빠르게 늘고 있다”며 “이에 대한 사회적인 해결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뉴욕한국일보 김노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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