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과후아카데미 논술-생각쟁이 □
강의 주제 : 연극대본 읽기
- 멸치의 꿈
● 일 시 : 2010. 03. 04. 목요일
● 장 소 : 창녕청소년문화의 집
● 강 의 : 박종국(교사, 수필가)
멸치의꿈
○ 때 : 옛날 먼 옛날
○ 곳 : 동해바다
○ 나오는 인물들
멸 치 - 3천 살
가자미 - 눈이 한 쪽으로 붙은 것과 등 쪽으로 붙은 것
망둥어 - 8백 살
메 기 - 머리가 둥근 것과 납작한 것
문 어 - 눈이 머리에 붙은 것과 엉덩이에 붙은 것
병 어 - 입이 큰 것과 오므라져 붙은 것
해설자 - 갓 쓴 할아버지
제 1 장
- 해설자 : (인사하고) 안녕들 하십니까요? 에헴, 지금부터 배꼽 잡는 이야기 하나 해 드리겠습니다. 모두 배꼽들 꽉 잡고 들으십시오.
(이때, 가자미가 “동해바다 멸치”란 타이틀을 들고 왔다 사라진다.
멸치가 등장하여 옥좌에 앉는다. 고래사냥 음악)
- 해설자 : 옛날 먼 옛날 동해바다 속에 3천년 묵은 멸치 한 마리가 살았는데
나이가 제법 많은 지라 모든 물고기에게 호령하였겠다.
- 멸치 : 여봐라! 게 아무도 없느냐? 게 아무도 없느냐?
- 가자미 : 네~에, 가-갑니다요.
- 멸치 : 뭣들 하느냐. 한 놈도 상판을 드러내지 않으니 내왕도 못하겠다.
- 가자미 : 네네, 죄송합니다요. 멸치 대왕님.
- 멸치 : 모두 어디를 갔느냐?
- 모두 : (뛰어나오며) 예 예, 여기들 있습니다요. 지금 간당께롱.
- 멸치 내가 간밤에 꿈을 꾸었는데 기기묘묘한 꿈이었단 말씀이야.
(물고기들 서로 얼굴을 마주대고 수군거린다)
- 멸치 : 궁금들 하지? 그럼 내가 얘길 하지.
내가 꿈속에서 하늘로 올라갔다 내려 왔다 하는데 흰구름이 뭉게뭉게 일 더니 하얀 눈이 펑펑 쏟아지는가 하면 더웠다 추웠다 야단법석이었단 말 씀이야. 심상치 않은 꿈인데. 누가 꿈 해몽 좀 해 봐라.
- 모두 : (어깨를 으쓱거리며, 머리를 긁적이며) 글쎄.
(물고기들 머리를 맞대고 의논한다)
- 가자미 : 대왕님 마침 서해바다에서 살다 온 문어가 있는데.
- 멸치 : (기뻐 반가워하며) 응, 그래
- 문어 : (전라도 사투리로) 지가 한마디 혀도 괜찮겠지라~잉.
- 멸치 : 그래 해 봐라
- 문어 : 서해바다에서 8백년을 산 망둥어가 계시는데.
- 멸치 : (다그쳐 말하며) 아 그래, 꿈 해몽을 잘 헌다 이 말이렸다.
- 문어 : 그렇당께요.
- 멸치 : 그럼 너희들 끼리 의논해서 망둥어님을 모셔오너라. 나는 잠시 소피나 보고 올란다(멸치는 천천히 나간다).
- 가자미 : 문어 너가 빨리 다녀와.
- 문어 : 나는 못간당께.
- 병어 : (북한 말 투로) 무시기, 동무는 서해토박이 아닙네까?
- 메기 : (경상도 사투리로) 맞다 맞어. 니가 마아 갔다 온나.
- 문어 : 내가 서해 마다에 있을 적에 조기란 녀석과 다투었거든, 그때 그만.
- 메기 : 뭐! 문어 니가 조기를 죽이기라도 했단 말이가?
- 문어 : 잉, 살짝 요렇게 (손으로 옆에 있던 병어의 목을 스친다. 병어 쓰러진다)
- 병어 : (일어나며) 알겠다. 알겠어. 그럼 경상도 메기 니가 제일이다.
- 메기 : 뭐라카노? 나는 못 간다(손을 흔들며 돌아선다).
- 가자미 : 병어 너는 어떻겠니?
- 병어 : (펄쩍 뛰며) 안 해! 동해 밖도 모르고, 내가 어찌 서해까지. 그런 소리 하지말라우(그때 멸치가 나타나더니 옥좌에 앉는다).
- 멸치 : 음 여봐라 그럼 의논들 되었느냐?
- 모두 : 아~ 그게 저…. 아직….
- 멸치 : 뭐 아직?
- 모두: (머리 숙여) 네에.
- 멸치 : 가자미야 수고스럽지만 너밖에 없구나.
- 가자미 : (머리를 긁적이며) 저는 길을 몰라서….
- 멸치 : 물어물어 가면 되느니라. 후한 상을 줄 터이니.
- 문어 : 가자미야 그럴 줄 알고, 내가 지도 그려왔다. 이거 가져가거라~잉.
- 가자미 : 정말 너가 그린 지도구나. 음 냄새
- 메기 : 이건 내 휴대폰인데 마니 주꾸마.
- 가자미 : 응 고마워 메기야
(가자미는 우물우물 하다가 떠난다. 멸치와 다른 물고기들은 가자미를 전송하고 반대편을 사라진다)
- 물고기들 : 안녕?
- 가자미 : 싫어싫어 친구들 안녕?
제 2 장
- 해설자 : 이리하여 마음씨 착한 가자미는 서해로 떠났습니다여.
(무대 중앙에는 술상이 놓여지고 모든 물고기가 환영파티를 열고 있다. 가자미가 망둥어를 데리고 들어온다)
- 멸치 : (망둥어의 손을 꼭 잡으며 반갑게) 어서 오십시오. 먼 길 오시느라 수고했소. 우리 술이나 한잔 나눕시다.
- 망둥어 : 저 같이 어린 고기에게는 말씀을 낮추십시오.
- 멸치 : 망둥어님은 겸손도 하시구려. 허허.
- 해설자 : 어허, 아첨을 떠는 망둥어를 술상 앞에 앉히면서도 가자미에게는 수고했다는 말조차 않네 그려 쯧쯧쯧.
(가자미는 토라져서 돌아앉고 멸치는 계속 이야기하고 망둥어는 열심히 듣는다)
- 멸치 : 그러니까 내 꿈이 말이지. 쑥덕쑥덕
- 망둥어 : 멸치 대왕님 3천년을 사시더니 용이 되어 세상을 마음대로 부리실 징조입니다요, 정말 축하드립니다. 헷헤헤. 자! 그럼 축하 잔을 받으십시오.
(망둥어가 멸치에게 술잔을 권한다)
- 멸치 : 헛허허, 뭐 이렇게까지.
- 망둥어 : 틀림없습니다요.
- 멸치 : 이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얘들아 뭣들하느냐? 노래라도 한곡 뽑지 않고, 어이 문어, 니가 한곡 불러보거라.
- 문어 : 어느 날 산장에서 맞선을 보았는데 여자는 오징어, 남자는 멸치래 여자가 하는 말이 멸치도 생선이냐? 남자가 하는 말이 뼈대 없는 생선이냐?
- 멸치 : 그 가사가 좀 이상한데….
- 망둥어 : 그럴게 아니라 제 노래 좀 들어 보소.
노다-가세~ 노다가 가세- 저 달이 떴다지도~록 노-다-가 가세.
(다같이)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 아라리가 났네 에에헤 아리랑 흥흥흥 아라리가 났네
(이때 가자미가 나서며 손가락질 한다)
- 가자미 : 이 늙어서 송장 다된 영감쟁이들아
(멸치와 망둥어는 놀라서 마주 본다)
- 메기 : 가자미야, 니 와 이카노 응?
- 가자미 : 비켜라, 이렇게 사람 차별하는데가 어디있어.
- 문어 : 참으랑께.
-가자미 : 난 도저히 못 참겠다. 저 영감쟁이 나에게 준다던 상은커녕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 없네. 울화통 터져 견딜 수가 없단 말이야.
- 병어 : 참아. 그래도 참아야지.
- 가자미 : 너희들은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어.
- 멸치 : (어이없어 하며) 헛 참! 오래 살다보니 별 꼴을 다 보겠네.
- 가자미 : 저 망둥어란 늙은 멍청이가 한 해몽은 틀렸어. 이 가자미 나으리께서 바른 해몽을 할 테니 듣기나 하시오.
(구수하게 시작한다)
어느 바닷가에 사는 한 생원이 서울구경을 나섰어.
장날 구경을 한 후 며늘아기에게 줄 선물로 바늘 한 쌈을 쌌는데
그 바늘 끝이 모두 휘어져 쓸모가 없었거든,
그냥 버리자니 아까워서 곰곰이 생각 끝에 낚시 바늘로 쓰기로 하고,
미끼를 달아 바닷물에 담그니 저 늙은 멸치 영감이 낚시 바늘에 걸렸어.
그래서 하늘로 올랐다가 땅에 내려왔지.
저녁 반찬으로 먹으려고 석쇠에 올리니 연기가 구름처럼 오르고,
부채로 부치니 더웠다 추웠다 소금을 뿌리니 눈이 내리지.
멸치 영감이 3천년이나 살더니 이제는 죽는 모양이구나.
죽을 꿈을 가지고 뭐! 용이 되어서 하늘로 올라간다구.
요사스런 늙은이로구나.
- 멸치 : (어이없어 하며) 허. 그래 이제다 나불거렸느냐?
- 문어 : 멸치대왕님, 가자미가 먼 길에 피곤해져서 머리가 돌았나봐요. 제발 너그럽게 용서해 주세요.
- 멸치 : 음. 네 말이 맞다 문어야.
- 망둥어 : 대왕님, 고정하시고 시원한 동해바다 구경이나 시켜주시와요.
- 멸치 : 아 그럼요. (가자미 곁에 가며 가자미에게) 그래 이제야 정신이 드느냐?
- 가자미 : 내가 언제 제정신이 아니던가요?
- 멸치 : 이 천하에 고얀놈 뭐! 네가 어쩌고 어째?
(멸치는 가자미의 뺨을 후려친다. 가자미는 몇 바퀴 돌다가 메기의 머리위에 주저앉는다. 가지미, 메기, 문어, 병어 아래로 내려간다)
- 멸치 : (손을 털며) 고얀 놈.
- 망둥어 : 멸치대왕님
- 멸치 : 죄송합니다.
- 망둥어 : 원 별말씀을. 저…. 저는 갑자기 배가 아파서 이만 (나간다)
- 멸치 : (가자미가 나간 쪽을 보며) 고얀 놈, 한번만 더 했다간 입을 꿰매 버리겠다. 에헴(멸치와 망둥어는 반대쪽으로 나간다. 가자미, 메기가 들어온다).
- 메기 : 가자미야
- 가자미: 왜?
- 메기 : 니 눈이 와 한쪽으로 붙었노? 눈을 더듬어 보라카이.
- 가자미 : (눈을 더듬으며) 어디, 어디 그놈의 멸치 엄포 땜에….(메기의 머리를 가리키며) 메기야 너는….
- 메기 : (머리를 만져보고) 아이구, 가자미 니 궁디에 깔려 이렇게 됐다. 아이고 이거 우야노(문어와 병어가 나타난다. 문어의 눈은 엉덩이에 붙고 병어의 입은 오므라들었다).
- 가자미 : 문어야, 네 눈이 왜 엉덩이에 붙었지?
- 문어 : 나도 멸치 영감한테 터질까봐 얼른 눈을 떼서 엉덩이에 붙였당께 히히히.
- 메기 : 병어 입 좀 보래이, 와 저렇게 오그라졌노?
- 병어 : 고럼, 고럼. 내레 웃음이 나오는 걸 참다가 요렇게 됐음메.
(일동 모두 박장대소, 해설자가 나타난다)
- 해설자 : 그 참! 꼴볼견이구려. 이렇게해서 동해바다에는 한꺼번에 모양이 요상한 물고기들이 많이 생기게 되었다는 이야기였습니다요. 재미있게 보셨나요? 수고한 우리 물고기들에게 박수 좀 크게 보내주십시오.
(물고기들, 경쾌한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고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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