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서민들의 식탁에서 중요한 밑반찬으로 자리를 잡은 칼슘의 왕 멸치. 멸치가 맛있는 계절이 돌아왔다. 멸치는 사계절 잡히는 생선이지만, 가을멸치가 맛과 영양이 좋다. 멸치는 영양 덩어리이다. 뼈째 먹을 수 있어 다른 어떤 생선보다도 칼슘 함량이 높다. 밥과 함께 밑반찬으로 멸치볶음을 먹으면 매일 수십마리를 한 번에 섭취할 수 있으니 칼슘 부족을 걱정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조미료·신경 안정제 등 음식 이상의 효과
큰 멸치 1마리를 먹었을 때의 칼슘 흡수량은 27㎎, 말린 것 5마리는 110㎎이나 된다. 칼슘의 양으로만 치면 멸치를 따라올 식품이 없지만, 아쉽게도 멸치에 들어 있는 칼슘은 체내 흡수력이 우유에 비해 떨어진다. 그래서 멸치의 칼슘을 조금이라도 더 섭취하고 싶다면 칼슘 흡수력을 높여주는 연어, 밤, 말린 표고버섯, 무말랭이, 요구르트, 달걀 노른자 등 비타민D가 듬뿍 들어 있는 재료와 함께 먹으면 좋다.
그러나 칼슘의 흡수를 방해하는 식품이 있으므로 주의해서 섭취해야 한다. 바로 소시지나 햄 같은 가공식품에 들어 있는 다량의 인이 그들이다.
말린 멸치는 염분이 많으므로 너무 많이 먹지 않는 것이 좋다.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나트륨의 배출을 촉진하는 칼륨이 많은 식품과 함께 섭취하는 것이 좋다. 칼륨은 채소, 감자, 과일, 해초에 많이 들어 있다. 소금기가 강한 것은 뜨거운 물에 담갔다가 수분을 빼면 염분이 빠지고 살균도 된다.
멸치는 풋고추와 함께 먹으면 좋다. 멸치에 들어 있는 지방 성분이 풋고추에 함유된 베타카로틴의 흡수를 높여주기 때문이다. 또 풋고추는 멸치에 없는 비타민 C의 함유율이 감귤보다 2배 이상 높고 모세혈관, 연골, 결합조직을 튼튼하게 하는 생리작용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멸치 풋고추 볶음은 두 식품 속의 영양을 극대화하고 부족한 성분은 보충해주는 합리적인 음식인 것이다.
멸치는 어린이들의 성장 발육에 필수적이고, 갱년기 여성들의 골다공증 예방, 태아의 뼈 형성과 산모의 뼈 성분 보충에 탁월한 식품으로 꼽힌다. 항암작용이 있는 니아신, 성장촉진 기능을 하는 핵산, 불포화 지방산인 DHA 등을 함유하고 있는데, 이는 중추신경계를 구성하는 중요한 성분. 기억력 향상과 태아의 두뇌형성에 큰 영향을 미쳐 임산부들이 섭취하면 좋다. 조미료로 성분인 감칠맛을 내는 글루타민을 비롯해 단백질과 비타민B1, B2, 무기질 등이 풍부하다. 이름만큼이나 다양한 효능을 지닌 것이다.
아울러 빼놓을 수 없는 멸치의 주요 작용으로는 신경을 안정시키는 효과를 들 수 있다. 인체에 칼슘이 부족해지면 신경이 불안정해져 불안, 초조, 우울에 시달리기 쉽고 불면증까지 일으킨다. 이럴 때 마른멸치는 음식 이상의 효과를 발휘한다. 신경을 안정시키는 효과를 내는 것. 멸치에 함유된 칼슘이 혈액의 산성화를 막아주고 신경전달을 원활하게 해서 불안한 마음을 가라앉혀주기 때문이다.
100g 당 2020원…4년만에 가장 낮아
멸치는 잡히는 시기에 따라 ‘봄 멸캄와 ‘가을멸캄로 구분한다. 가을멸치는 크기가 작아 대부분이 건조용으로 쓰이는 반면 봄 멸치는 크기가 커서 회, 구이용 등으로 사용된다. 최대 성어기인 7~11월에 연중생산량의 약 70~80%가 잡힌다. 올 초에는 강우량이 감소하고 영양염류 유입 감소로 어황이 부진했다. 하지만 7월 이후 멸치어군이 조밀하게 형성되면서 어획량이 평년에 비해 약 50%정도 증가됐다. 때문에 현재 멸치 시세는 지난해 10월과 비교해 12.5% 정도 낮은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다.
농수산물유통공사 광주·전남지사의 가격정보에 따르면 11월12일 현재 광주지역 멸치 평균 소매가는 2020원(중품/100g)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348원보다 320원 가까이 떨어졌다. 지난 2004년 이후 4년만에 가장 낮은 값으로 떨어졌다.
기름기 도는 ‘기름캄는 피해야
멸치는 손상된 부분이 없고 비늘이 붙어 있으며 윤기가 반드르르 흐르는 것을 골라야 한다. 먹어보아 짜거나 쓰지 않으며 은근한 단맛이 나는 것이 고른다. 주로 볶을 때 사용하는 잔멸치는 흰색이나 파란색이 돌면서 투명한 것이 좋다. 졸여 먹거나 고추장에 콕 찍어 술안주로 먹는 중간멸치는 은회색이 도는 맑은 멸치가 좋다. 다시용 큰 멸치는 연한 황금빛, 넓적하며 약간 구부러진 것이 좋다. 색이 검거나 붉고 짠맛이 많이 나고 한눈에 보아 기름기가 도는 것은 소위 ‘기름캄라고 하는 최하품이므로 반드시 피해야 한다. 다만, 구부러진 멸치는 살아있는 멸치를 삶아 말린 것으로 신선도와는 상관이 없다. 멸치는 특성상 다량의 수분을 함유하고 있으므로, 구입 후 바로 비닐이나 적당한 용기에 담아 냉장고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 특히 장기간 보관할 때는 반드시 냉동실에 보관하는 것이 변질을 방지하고, 멸치 고유의 맛을 오랫동안 느낄 수 있다.
강련경 기자 vovo@gjdream.com
<자료제공: 농수산물유통공사 광주·전남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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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치볶음’ 만드는 법
△재료: 멸치 100g , 해바라기씨 100g, 호두알 100g, 참기름 약간, 깨소금 약간
△양념: 식용유 5큰술, 간장 6큰술, 설탕 1큰술, 다진마늘 1큰술, 물 12큰술, 물엿 6큰술
흔한 밑반찬인 멸치볶음. 막상 요리해보면 만만치 않다. 잘못 볶으면 눅눅해 씹는 맛이 없을 정도로 흐물거리거나, 너무 바삭거려 과자처럼 부서지기 일쑤다. 물엿의 양을 조절하지 못하면 씹을 수 없을 정도로 굳어져 버리기도 한다. 멸치볶음을 할 때 바삭거리면서도 굳어지지 않게 볶는 방법 중 하나는 멸치를 미리 볶아 두는 것. 특히, 냉동 보관한 멸치는 눅눅하므로 전자레인지에 30초간 돌리거나 기름을 두르지 않은 팬 살짝 볶아주면 바삭해진다.
① 멸치는 통째 먹을 수 있는 소멸로 준비해 이물질을 제거한다. 해바라기 씨는 물에 살짝 씻어 채에 바쳐 물기를 빼고, 호두알은 반으로 갈라 준비한다.
② 팬에 먼저 식용유와 다진 마늘을 넣고 약한 불에 살짝 볶다가 멸치를 넣고 바삭바삭 해질 때쯤 간장, 물, 설탕, 물엿을 넣고 조린다. 간장과 물, 설탕은 한 곳에 같이 넣어 양념을 만들면 설탕이 잘 녹고 배합이 잘된다.
부드러우면서도 바삭한 맛을 원한다면 멸치를 기름 두르지 않는 팬에 살짝 볶아낸다. 양념(마늘, 간장, 물, 설탕, 물엿)을 만들어 어느 정도 조린 후, 볶은 멸치를 이 양념에 넣고 잘 베일 정도로 약간만 더 조려주면 된다.
③ 자작하게 조려지면 해바라기씨, 호두알을 함께 넣어 볶은 후 불을 끄고 참기름과 깨소금을 뿌려 그릇에 담아낸다. 참기름을 넣고 볶으면 향이 날아가므로 마무리 단계에서 불을 끄고 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