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뉴스]자신만만 MB, 왜 물가에는 두 손 들었나?
김정훈
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시원히 짚어 준다. [편집자 주]
급등하는 물가로 나라 전체에 빨간 불이 켜졌다. 원자재와 원유, 생필품과 먹거리까지 가격이 오르지 않는 품목이 없는 상태인데, 정부 역시 현 상황을 위기로 진단하고 물가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연거푸, 물가잡기가 불가항력적인 면이 있다고 밝혔다. 어떤 사안이든 자신감을 잃지 않았던 이 대통령의 평소 모습에 비춰보면 이례적인데, 오늘은 '자신만만 MB, 왜 물가에는 두 손 들었나'라는 제목으로 그 속사정을 살펴보겠다.
▶물가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언급은 어떤 것이었나? =물가 급등에 처음으로 약한 모습을 보인 것은 지난 8일 국무회의 때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물가 문제는 기후변화,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불가항력적인 측면이 있고, 대한민국만이 아니라 세계 모든 나라가 고통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불가항력, 즉 대응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이명박 대통령은 어제 또다시 같은 취지의 발언을 했다. 국민경제대책회의에서 물가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물가 문제는 우리가 최선을 다해도 소위 '비욘드 컨트롤'인 부분도 있다"고 언급한 것이다. 통제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의미인데, 정부가 노력은 하겠지만 큰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움을 나타낸 발언이다. ▶급등하는 물가에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고 봐야 하나? =물가 관리가 쉽지 않음을 강조한 것이지 손을 놓겠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청와대는 강조했다. 김희정 대변인은 '물가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일부 여론에 대해 "기후변화나 국제 원자재 가격상승 부분에 어려움이 있지만 그래도 정부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또 "성장과 물가라는 국정 과제 중 물가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을 전하면서 "세계 경제 회복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은 만큼 물가 정책에 우선 순위를 둬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가 잡기는 불가항력'이라는 이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는 이러저러한 말들이 나오고 있다. ▶어떤 말들이 회자되나? =평소 이명박 대통령의 화법과는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그동안 '내가 해봐서 아는데...'라는 독특한 화법으로 갖가지 사안에 대해 자신감을 드러내왔다. "학생 때 민주화 운동에 참여해 봤는데...", "어린 시절 노점상을 해봐서 아는데...", "기업인 출신으로 여러 나라에서 일해 봐서 아는데..."라는 식으로 여러 분야에서의 전문성을 내세운 것인데,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 씨는 이를 '자뻑 권위주의'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내가 안해본 게 어디 있고 모르는 게 무엇이 있겠느냐'는 심리라는 것이다. 정 씨는 이를 '백미러 없는 불도저의 자신감'이라고 정의했는데, 유독 최근의 물가 문제를 두고는 그 자신감을 찾아볼 수가 없다. ▶다른 문제들은 두루 해결할 자신이 있지만 물가 만큼은 어쩔 수 없다는 건가? =지금은 그렇게 해석되지만 이 대통령은 앞서 물가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나타낸 바 있다. 2008년 3월 경북 구미산업단지를 방문해 지식경제부 업무보고를 듣는 자리에서였는데, 당시 "물량의 수급을 통해 생활필수품에 해당하는 품목 50개를 집중 관리하면 전체적 물가는 상승해도 50개 품목은 그에 비례해 올라가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서민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생필품 대책은 정부가 특별히 세우면 서민생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럼 이제 와서 불가항력에 무게를 싣는 이유는 뭔가? =물가 정책 실패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견해가 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생필품 물가 정도는 잡을 수 있다고 이명박 대통령은 공언했지만 주요 생필품 가격의 척도인 이른바 'MB물가지수'마저 최근 3년간 20% 이상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앞으로도 물가를 통제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미리 비판을 피할 수 있도록 포석을 깔아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이에 대해 야권은 발끈하고 나섰는데,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과연 물가 폭등이 불가항력적이냐. 대통령부터 책임을 회피하니 기강이 서겠느냐"고 꼬집었고 정세균 최고위원도 "대통령이 불가항력이라고 하면 국민은 어떻게 하라는 말이냐"고 비판의 칼날을 세웠다. ▶하지만 대통령의 말대로, 물가 급등엔 외부요인이 큰 것도 사실 아닌가? =그런 측면이 없지 않다. 국제 원자재 가격이 오르는데, 국내 물가가 오르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최근의 물가 급등을 놓고는 정부의 잘못된 선택에서 그 원인을 찾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수출 활성화와 경제 성장을 위해 고환율 저금리 정책이 유지돼 왔는데, 이로 인해 수입 물가는 뛸 수밖에 없었다. 또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기준 금리를 올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랐지만 저금리 정책은 좀처럼 바뀌지 않았다. 여권 안에서도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데, 이한구 의원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불가항력적 측면도 있지만 정책대응 실패로 인한 인플레도 상당하다"며 "경제 위기를 극복하며 다른 나라보다 통화 팽창, 재정 확대를 많이 해 인플레 압력으로 작용했고 농·축·수산물은 공급 예측에 실패했던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그렇게 정책 실패의 측면이 있다면 이를 인정하고 지금이라도 정책을 바로 잡아야 하지 않나? =크건 작건 정부의 경제 정책이 물가 폭등의 한 요인이었음을 부인하기는 어려운데, 이런 상황에서 물가 문제는 불가항력적이라고 한다면 국민은 답답할 수밖에 없다. 또 처음엔 정부의 노력으로 물가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가 이후엔 불가항력이라고 하고, 그러면서도 통신비나 휘발유값 등의 인하를 위해 기업들에게는 압박의 강도를 높이는 정부를 보면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이명박 대통령은 어제 국민경제대책회의에서 "정부가 물가 문제에 최선을 다해서 국민들에게 신뢰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는데, 현재로서는 그 신뢰를 찾기가 어려워 보인다. '내가 물가를 잡아봐서 아는데...'와 같은 이 대통령의 발언이 기다려질 정도인데, 정부가 하루빨리 자신감을 회복하고 바람직한 방향에서 적극적으로 물가 잡기에 나서주길 기대한다. | |||||||||||||
| |||||||||||||
기사입력: 2011/03/11 [11:48] 최종편집: ⓒ 대자보 | |||||||||||||
|
소(疏)와 통(通) 합쳐야 비로소 ‘소통’이다 (0) | 2011.04.10 |
---|---|
“원전은 안전하다”는 MB의 신앙 (0) | 2011.03.29 |
봄이 왔건만 농촌은 통곡하고 있다 (0) | 2011.03.12 |
구제역 대재앙과 MB식 축산 선진화의 종말 (0) | 2011.02.23 |
"조중동방송은 태어나선 안되는 괴물, 황소개구리" (0) | 2011.02.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