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하마을, “추모를 넘어 희망으로”
한명숙, “승리하기 위해, 희망을 찾고 만들기 위해 모였다”
구자환 기자 hanhit@vop.co.kr
2011-05-22
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2주기를 맞이한 22일, 봉하마을의 초입에는 노란색 바람개비가 방문객을 먼저 맞이한다.
봉하마을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퇴임 후 농사를 지으며 살고자 했던 곳이다. 모내기를 앞둔 비옥한 농지는 농수를 가득 품고 한 해 농사를 준비하고 있다. 2km 가량의 진입로는 각지에서 내 건 추모현수막이 줄지어 있다.
차량을 통제하고 있는 진입로는 가족들과 혹은 친구들과 함께 이곳을 찾은 추모객이 무리를 이뤄 걷고 있다. 그 길 배수로의 난간에는 누군가가 그림을 그려 놓았다. 오리를 상징하는 그림과 대통령을 새겨 놓은 것을 봐서는 퇴임 이후, 고향에서 살고자 했던 대통령의 뜻을 담은 것으로 보인다.
고 노무현 대통령 서거2주기를 맞이해 봉하마을을 찾은 추모객들이 헌화대에서 헌화, 묵념을 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봉하마을은 활기찼다. 마을쉼터와 회관을 거치면 민간인학살 전국유족회와 언론소비자주권 국민연대가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민간인학살 유족회는 유골 사진전과 더불어 절박한 목소리로 서명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 20일부터 서명운동을 하고 있다는 김종현 전국유족회 상임대표는 100만 명이 목표라고 했다. 그 서명지를 모아 국회의원 발의로 과거사정리법안을 법제화할 것이라고 했다. 법안은 국가의 범죄를 인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유족에 대한 보상과 재단설립을 통한 위령제와 추모, 유해발굴과 안장시설의 설치를 내용으로 하고 있다.
저택 맞은편에 마련된 추모의 집에는 지난 21일 제막한 노 전 대통령의 흉상이 생전의 밝은 모습으로 추모객을 맞는다. 내부는 중앙으로 무리를 이룬 촛불이 깊지만 강하지 않은 빛을 발하고 있다. 그 양쪽 벽면에는 사진들과 생존에 사용했던 서적과 의복 같은 유품이 전시되어 있다. 그 맞은편은 대통령의 재임시절을 기록한 추모영상이 상영되고 있다.
추모문화제가 열리는 방향으로 전시된 노무현 전 대통령 시화전 ⓒ민중의소리
지난 21일 추모의집에 제막한 고 노무현 대통령 흉상 ⓒ민중의소리
故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의집 전시관을 둘러보고 있는 추모객들 ⓒ민중의소리
추모현수막과 노란풍선이 줄이어진 곳에 이르면, 그 앞으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가 있다.
손에 하얀 국화를 든 추모객들은 이곳을 먼저 찾는다. 유모차를 끈 여성과 자녀의 손을 잡은 남성이, 어른을 모신 이와 친구들과 함께 찾은 20대 등 다양한 연령층이 찾고 있다. 헌화대에서 향을 올리고 묵념을 하는 그들의 시선은 한동안 향로에 머문다. 그 너머는 ‘민주주의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입니다’라고 새긴 강철 위로, ‘대통령 노무현’이라 새긴 너럭바위가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다.
경남 양산시에서 이곳을 찾은 이윤대(42세) 씨는 ‘감동’이라는 단어를 먼저 꺼냈다. 사람이 많이 찾고 있는 모습이 감동적이라는 것이다.
“누가 돈을 준다고 해도 이렇게 오지는 않을 겁니다. 대중을 자발적으로 모으는 힘이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왜 여기에 왔는지가 중요합니다. 그분의 가치는 대중들에게 살아있는 것입니다.”
부산에서 친구들과 함께 봉하마을을 찾은 정영주(30세) 씨는 “역대 대통령 가운데서 가장 인간적이었던 노무현 대통령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올해도 어김없이 이곳을 찾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지금 사는 사회가 이상하니까, 그 반발 심리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그리움이 더 커지는 것 같다.”고도 했다.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마지막 길을 선택한 부엉이바위 아래 공터에서 열리고 있는 '사람사는 세상이 돌아와' 추모문화제 ⓒ민중의소리
한명숙 전 총리와 안희정 충남도지사,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 등으로 구성된 프로젝트 밴드의 공연 ⓒ민중의소리
노무현 대통령이 마지막 길을 선택했던 부엉이바위 아래에는 추모문화제가 시작되고 있다. ‘사람사는 세상이 돌아와’라는 주제를 담은 문화제는 추모의 분위기를 넘어 현실을 바꾸자는 의지가 힘 있게 담겼다.
한명숙 전 총리는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은 이유는 승리하기 위해, 희망을 찾고 희망을 만들기 위해 모였고, 내년 총선과 대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모든 야권과 지지자들이 하나로 뭉쳐서 하나가 될 때 한나라당에 승리할 수 있다.”고 했다.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는 “사람이 살면서 죽음과 태어남, 헤어짐을 피할 수 없는데 용서는 하자. 그러나 잊지는 말자. 노무현 대통령의 뜻이 후손에게 알려질 수 있도록 노력을 하자.”고 했다.
추모문화제는 울산 ‘내드림’과 노래패 ‘울림’, 김산, 장순향의 추모노래, 비음산밴드와 하이밴드의 추모 공연으로 시작됐다.
가수 이한철이 초청가수로 무대에 올랐고, 강미리 무용단의 공연에 이어 홍순연, 양일동의 구음 한마당, 국악악단의 공연과 관현악 연주가 이어졌다. 또,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한명숙 전 총리, 이광재 전 강원지사 조기숙 교수, 여균동 영화감독 등이 중심이 된 프로젝트 밴드 공연에 이어, ‘추모와 다짐’을 주제로 전체 출연진과 추모객이 ‘사랑으로’를 합창하며 마무리 됐다.
한편,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2주기 공식추도식은 23일 오후2시 묘역 옆 공터에서 진행된다. 추도식에는 권양숙 여사와 아들 건호 씨를 비롯해, 야당 정치권 인사와 친노 인사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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