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이 웃어야 대한민국이 행복합니다.”
장기적인 농수산물 생산 계획 없는 농어업 정책은 사상누각
농림수산식품부의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지난 4월 26일 장관이 직접 언급했다는 “농어촌 활력창출을 위한 ‘스마일 농어촌 운동’”이라는 글이 보인다. ‘스마일 농어촌 운동’은 21세기형 새마을 운동에 비유되는 새로운 운동으로 대한민국의 균형발전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했다.
어감조차 새마을 운동과 비슷한 ‘스마일 농어촌 운동’.
그러나 내용을 보면서 과연 ‘스마일 농어촌 운동’이 “농어촌이 웃어야 대한민국이 행복합니다”라는 취지와 부합하는 것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농촌이 붕괴하는 본질적인 문제를 외면했던 “돈 버는 농업, 살맛나는 농어촌”이라는 이전의 농정지표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농어촌이 초고령 사회로 진입했다는 주장이 정설이다. 농어촌 인구의 고령사회는 그동안 농촌의 노인들이 담당해온 고추, 마늘, 참깨 등과 같은 우리 밥상에서 빼놓을 농작물의 생산 즉 다품종 소량생산 기반이 붕괴하였고 이로 인해 식량자급률이 25% 내외로 떨어지는 결과를 가져왔다. 식량 자급률 저하는 요즘처럼 기상이변이 심한 지구적인 상황에서 주요 농산물 생산 국가들이 흉년이라도 든다면 그것은 우리에게 재앙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심각하게 생각하고 예의 주시해야 할 문제이다. 흉년이 아니라도 일부 농업 생산이 많은 국가가 식량을 무기화하는 날이면 세계적으로 농산물 가격의 상승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아무리 산업화된 나라일지라도 경제는 위축되고 국민의 생존권이 위협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위기가 예견되는 시점에서 농림수산식품부는 “농어촌이 웃어야 대한민국이 행복합니다”라는 취지와 함께 체험, 관광, 전통문화, 음식, 축제, 특화산업 등 1만개의 특색 있는 마을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2012년까지 우선 3천개의 마을을 육성하는데 초점을 맞추어 ‘스마일 농어촌 운동’을 전개하겠다고 한다. 또한, 창조적 사고와 전문 기술을 지닌 농어촌 핵심리더 10만 명을 육성하여 마을 발전을 견인하고, ‘재능뱅크’를 설치하여 농산업, 경영, 경관, 계획, 공학, 금융, 디자인, 건축 분야의 100만 기능 기부자를 확보하여 이를 필요로 하는 농어촌에 연계시킬 예정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그 내용을 검토해보면 농촌의 고령화로 인한 농촌이 붕괴가 심각한 현실, 불안한 대한민국의 불안한 미래에 대한 고민이 담겨있지 않은 화려한 언어의 유희밖에는 아니다. 1조5천을 투입하겠다니 돈 있는 곳에 사람은 모이는 법, 정부가 주도한다면 1만개의 특색있는 농어촌 마을, 10만 명의 리더를 육성하는 하는 일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비록 형식적일지라도 ‘재능뱅크’ 설치는 며칠이면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 농산물 생산량을 늘릴 수 있으며 식량자급률을 높여 식량안보를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인가? 아무리 훌륭한 계획도 농어촌에서 생산된 농수산물의 뒷받침 없으면 결과는 사상누각일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인가?
농어업 생산을 늘리는 정책이 우선되어야 한다. 현재 대한민국의 상황은 농어촌을 견인할 리더가 없어서 농수산물 생산이 위축되고 농어촌이 붕괴하는 것은 아니다. 농어촌에서 자리 잡고 직접 농수산물을 생산하는 농어민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현 시점에서 대한민국에 요구되는 농업 정책은 농수산물을 생산할 수 있는 젊은 농민과 어민을 육성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이다. 아무리 돈을 들여 최신 농산물 가공 시설을 만든다고 하여도 생산되는 농산물이 없으면 무용지물이요, 아름다운 경관을 관광지로 잘 만든다고 하여도 먹을 것이 없으면 관광지는 빈 껍질만 남는 전시효과용 마을이 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농림수산식품부가 추진하는 이름도 생경한 ‘Rural-20 프로젝트’도 진정 농어촌을 살리는 작업이 아니다. 지자체 추천과 전문가 심사, 현장 방문 등 면밀한 선정 작업을 추진해 새로운 농어촌 명소 20곳(Rural-20)을 발굴하여 국내 여행사와 연계해 외국인에게 어필할 수 있는 여행코스를 개발하고, 대사관과 어학당 등 다양한 창구를 통해 외국인을 모집해 해당 지역을 여행하는 ‘Rural-20 체험단(1,000명)’을 운영할 예정이라는 농림수산식품부의 계획을 보고 있으면 과연 농림수산식품부가 농어촌을 위한 부서인지 아니면 문화관광사업을 하는 부서인지도 알 수 없다.
세계에 한국을 알리는 일도 중요하다. 그러나 그런 일은 문화관광부에서 하면 되는 일이지 굳이 농림수산식품부가 나설 일은 아니다. 20여 곳의 관광지 개발로 농촌이 살아나지 않을 뿐 아니라 우리 밥상의 필수불가결 품목인 마늘, 고추, 참깨 등 양념류의 부족이 해결되고 수산물 수입량이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농업은 1차적인 농산물 생산이 목적이지 관광산업이 주된 사업이어서는 안 된다. 관광사업할 돈이 있으면 농어촌으로 젊은이들이 돌아갈 수 있도록 귀농, 귀어 수당을 신설하고 농어민 자녀의 고등학교까지 학비감면, 대학 진학시 우선 학자금을 지원하라. 농어민의 건강보험료 지원, 농산물 유통구조의 개선 등에 투자하라.
거듭 말하거니와 경관 좋은 바닷가에 펜션타운을 만들어 관광객을 유치한다면 펜션을 운영하는 업자들의 수입은 늘어날지 몰라도 고기를 잡는 어촌의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 바다의 고기를 잡을 인력이 없다면 어업 생산은 줄어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국민의 밥상에 생선을 찾기란 어렵게 될 것이다.
농촌에 ‘스마일 농어촌 운동’의 지도자 아닌 ‘리더’를 10만 명 이상 육성하여 농촌에 투입한다고 해도 직접 참깨, 고추, 마늘, 양파 등을 생산하지 않으면 우리 농업은 살아날 수 없을 것이다. 1차적인 농수산물 생산 없이 농어업을 관광지로 개발하여 살리겠다는 발상은 결국 국가의 멸망을 자초하는 것밖에 아니라는 말이다. 속 편하게 공산품 팔아 수입하겠다고? 기후 변화, 자원 고갈로 농수산물의 국제적인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다. 국제적인 가격 상승이 우리에게 미칠 영향을 한번이라도 생각한 사람들이라면 농어촌 관광으로 농어촌을 살리기보다 진정한 농어민을 육성하는 일이 중요함을 알게 될 것이다.
지역의 토양과 기후에 맞는 토종작물의 농사법, 계절과 물때를 알아 고기 잡는 기술은 오랜 시간 경험을 통해 길러지는 것이지 하루아침에 전수되는 것이 아니다. 지금 그 오랜 경험의 맥이 끊어져 가고 있다. 농수산식품부가 우선 할 일은 1만개의 농촌, 10만의 ‘리더’를 육성하여 포상하겠다는 계획이 아니다. 미래의 농어업을 이어갈 농어민을 육성 지원하는 길이다.
“농어촌이 웃어야 대한민국이 행복합니다.”
틀린 말이 아니다. 그렇다면, 말만 요란한 ‘스마일 농어촌 운동’이 아니라 어떠한 경우에도 식량주권을 지키겠다는 각오로 농어민을 육성하는 새로운 농정 지표를 제시해야 할 것이다.
5kwang
http://blog.hani.co.kr/kshong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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