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이 좋은 사람으로 살고 싶습니다
박 종 국
요즘은 참다운 사랑이 드물고, 그 존재 의미조차 빛 바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컴퓨터 세상 탓이 큽니다. 첨단정보통신의 발달로‘평범한 능력을 가진 인간’은 점점 필요 없는 존재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회사 작업장에는 로봇들이 일급 기술자가 되어 다품종 소량생산체제를 만들어냈습니다. 그렇지만, 단지 편리한 생활을 위해서 만든 기계들로 인해 되레 인간이 일자리를 빼앗기게 되었습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건물 하나를 짓는데 몇 십, 몇 백의 사람이 필요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게 많은 사람을 필요치 않습니다. 달랑 컴퓨터 한 대면 거뜬하게 해냅니다. 다른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인간의 가치를 물질적 수치로 평가해서는 안 되겠지만, 지금과 같이 능력만을 최고로 대접하는 세상이 계속된다면 머잖아 지구상에는 극소수의 천재만 필요하게 될 것이고, 대부분의 인간은 점점 설자리를 잃게 될 것입니다.
때문에 인간이 얼마나 허약한 존재인지를 알게 되면 뜨악해집니다. 인간은 모기의 침 한 방으로도 죽을 수 있고, 멧돼지나 황소에 힘을 비할 바가 아닙니다. 하물며 호랑이나 표범의 민첩함에 따르지 못하고, 달리기도 말에 미치지 못합니다. 냄새를 맡는다고 해도 개 코를 당해 낼 수 없고, 인간의 눈이 아무리 밝다고 해도 수탉보다는 못합니다.
그러나 인간은 그렇게 밋밋한 존재로서 허약하지만, 넉넉한 사랑으로 서면 그 모든 것을 가능케 합니다. 그런 까닭에 느낌이 좋은 사람을 만나면 누구나 좋은 뜻으로 어울릴 수 있고, 자잘하게 상대방을 챙겨주는 사람을 만나면 삶이 푸근해집니다. 먼저 알아서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 그런 사람을 만나면 행복합니다. 사람은 사랑 받는 존재지만, 사랑을 베풀 줄 알기 때문에 사람을 더욱 능대하게 합니다.
어제 늦은 시간 친구랑 술자리를 가졌는데, 그곳에서 반 아이 혜진(가명)이를 만났습니다. 녀석, 불현듯 나타난 나를 당혹해하면서도 반갑게 맞아주었습니다. 열세 살 혜진이, 아직은 제 앞가림을 하기에도 만만찮을 텐데, 여느 날이나 가게 설거지를 거든다고 합니다. 녀석은 주저하며 멋쩍어 했지만, 주방에서 애써 그릇을 부시고 있는 혜진의 건강한 웃음이 무척 사랑스러웠습니다. 느낌이 참 좋았습니다.
사람 사는 일, 그다지 큰 의미부여를 할 까닭이 없습니다. 조그만 것 하나에도 크게 만족하며, 참 좋은 사랑을 우려낸다면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느낌이 좋은 사람을 만나면 행복하듯 사랑은 모든 것을 가능케 합니다. 누구든 두루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