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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눈에 비친 부모의 모습

박종국에세이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14. 6. 12.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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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국 에세이칼럼 2014-151편

 

아이들의 눈에 비친 부모의 모습

 

박 종 국

 

엊그제는 특설단원 수업으로‘엄마, 아빠께 바랍니다.’는 이야기를 써 보았다. 아이들의 눈에 비친 부모의 모습이 오롯이 읽을 수 있었다. 똑같은 얘기는 아니었지만 아이들 바람은 한결같았다. 자기의 존재를 인정해 주고, 칭찬해 주며, 하고픈 일을 선택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으면 하는 것이었다.

 

아이들은 부모가 욕심만 앞세워 이것 하라 저것 하라고 닦달하는 게 가장 싫다고 입을 모았다. 좋은 일이든 궂은일이든 아이도 자기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존중해 주어야한다. 그런데 아이들 글을 하나하나 읽다보면 볼멘소리가 많아 가슴이 아리다. 아이들을 돌본다는 것은 아이가 가지고 있는 천성을 그대로 드러내도록 부추기는 데 있다. 사회적인 편견을 버리고, 내 아이를 보는 부드러운 눈을 가져야한다. 그래야 비로소 아이가 소중하다는 것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다.

 

[편지글 하나]

 

엄마아빠께 바랍니다.

 

엄마아빠 저는 ○○이에요.

엄마아빠는 항상 저를 지켜주고 있지만, 20살이 되면 꼭 효도할게요.

엄마는 아주 힘드시죠?

음식도 많이 만들어야 하고, 집안청소도 해야 하니까 아주 힘들 것 같아요.

그리고 아빠! 술을 먹지 말고 담배도 이제 조금 줄이세요.

그런데 엄마아빠는 참 이상해요.

무조건 동생만 보호해 주는데, 형이 나를 때리면 저한테는 보호해 주지 않잖아요.

어쩔 때는 보호를 해주어도 안 해 주는 날이 더 많잖아요.

엄마아빠 이제부터 저도 동생처럼 지켜주세요. 저는 매일 동생이 부러워요.

그런데도 내가 동생을 때리면 이유도 물어보지 않고 무조건 “하지 마!”라고 말하잖아요.

난 그 말이 진짜 듣기 싫어요.

그리고 파리채로 때리지 마세요. 전 파리가 아니에요.

파리채는 파리나 모기를 잡으려고 샀잖아요.

엄마아빠 저도 보호해 주세요.

 

2014년 ◯월 ◯일 수요일

 

엄마아빠의 사랑하는 둘째아들 ○○올림

 

[편지글 둘]

 

엄마아빠! 부탁드려요.

 

엄마! 나 ○○이에요.

엄마! 나 용돈 좀 올려주세요. 네?

저금도 하고, 맛있는 것도 사 먹고, 준비물도 사려고요.

아빠! 매일 회사 갔다가 들어오시면 텔레비전만 보시지 마시고 우리랑 좀 놀아주세요.

그리고 여행도 좀 가요. 나 심심해요.

또 6학년이 되면 자전거 사 주는 거 잊지 않았죠?

엄마! 아빠!

우리 놀이공원에도 가고 레스토랑에도 가보아요.

가족 모두 자전거도 타러 가고 싶어요.

꼭 들어주세요!

엄마아빠 사랑해요!

 

2014년 ◯월 ◯일

 

○○이가 엄마아빠께

 

반 아이들이 쓴 글을 그대로 옮겼다. 부모 입장에서 가슴이 뜨끔하지 않은가? 아이들의 눈에 비친 부모의 모습이다. 아이들은 어른들처럼 자기 생각을 꾸며대거나 덧붙이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 자기가 본 것을 솔직하게 나타낸다. 흔히 어른들이 자라는 아이들에게 저지르기 쉬운 것이 자기만의 방식이 옳다는 자만심이며, 남보다 더 잘할 수 있다는 오만에 빠지는 것이다. 그렇기에 자기가 가지고 생각보다 더 나은 것을 받아들이는 데 인색하다.

 

부모라면 마땅히 아이를 대하는 방식에 너그러워야한다. 아이들에게도 배워야한다. 세상이 날로 새롭게 변하고, 또 그 변화에 적응해야한다. 끝임 없이 배우려는 부모의 모습이 아이들에게 좋은 바탕이 된다.

 

난 어렸을 때부터 지독한 왼손잡이였는데, 그 때문에 아버지로부터 심한 구박을 받았다. 심지어 모든 일을 오른손으로 하지 많으면 매질은 물론 밥숟가락도 들지 못하게 했다. 지금 생각해도 아버지의 그런 편향된 양육방식이 이해되지 않는다. 이유가 있다면 단지 아버지의 체면 때문이었을 것이다. 지금의 부모들은 아이가 오른 손을 쓰든 왼손을 쓰든지 그렇게 걱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때는 사뭇 별종이거나 병신취급을 받았다. 농사철 일손 하나가 빠듯한 농촌에서 왼손잡이는 그야말로 빙충이 같은 존재였다.

 

어느 사회 어느 민족이든 그 구성원의 10퍼센트는 왼손잡이 경향이 나타나게 마련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소질과 개성에 맞게 배려해주는 것은 아이의 장점을 더욱 강화시켜 주며, 장차 아이의 인생을 더 행복하게 한다.

 

요즘 신세대 부모들의 자녀 사랑은 시원시원해서 좋다. 그들은 기성세대의 완고한 부모와는 달리 자녀들에게 무엇을 강요하기보다는 자식들이 원하는 것을 하도록 적극 호응해 준다. 아이들의 소질과 특성을 먼저 헤아려 살피고, 그러한 소질과 특성이 아이의 장래 직업과 연결되도록 북돋워준다. 아이들에게 베푸는 사랑이 따뜻하다. 아이들의 눈에 비친 부모의 모습을 한번 생각해 보라. 아이들은 늘 책을 가까이 하고, 항상 배우려는 자세를 보이는 부모가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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