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국 에세이칼럼 2014-153편
향기로운 말
박 종 국
봄 햇살처럼 따사로운 부드러운 말 한 마디가 마음을 진정시켜준다. 가장 좋은 말은 오랜 생각 끝에 침묵보다 더 좋게 한 것이다. 말은 바람과 같은 것이지만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왔을 때 닫혔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미련한 자는 그 입으로 망하고 그 입술에 스스로 옭아맨다. 말이 많은 것은 재기의 지표가 아니다. 말을 잘한다는 것은 말을 많이 한다는 것이 아니라 농도 진한 말을 아껴서 한다는 것이다. 제멋대로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는 사람은 결국 싫은 소리를 듣게 된다.
부드러운 말은 선행을 쌓기에 시원한 물보다 목마름을 축여준다. 말은 곧 사람의 혼이요 정신이다. 말이란 정신생활의 발달과 비례한다. 옷감은 염색에서, 술은 냄새에서, 꽃은 향기에서, 사람은 말투에서 그 됨됨이를 알 수 있다. 말에 따라 사람의 인격이나 인품, 사상이나 가치관이 드러난다.
마음이 장미꽃처럼 아름다우면 언제 어느 때든 향기로운 말을 한다. 서로 경어를 쓰면 듣기에도 좋고, 서로를 끔찍하게 아끼며 사랑하는 마음이 저절로 묻어나 보기에도 좋다. 그런 사람들 곁에 서면 언제나 기분이 좋아진다. 고운 말, 부드러운 말, 아름다운 말씨를 가진 사람의 얼굴은 참 맑다. 그는, 친구에게도 연인에게도 자녀에게도 부부간에도 자신보다 남을 먼저 헤아리고, 인정하며, 배려하는 따스함을 지니고 있다. 그렇기에 남을 존중하는 심성이 가득 배어있는 사람은 아무리 화가 나도 말을 함부로 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눈살 찌푸려가며 험한 욕지거리도 하지 않다. 언제나 안온하며 가지런하다.
그러한데도 나이차가 많건 적든지 간에 서로 말문을 트고 나면 존댓말을 쓰기는커녕 막말을 서슴지 않고 하는 사람을 만나면 기분이 씁쓸해진다. 모임 자리에서 자기 아내나 남편한테 종 부리듯 말을 함부로 하거나, 서로 온갖 타박을 하는 경우가 많다. 아이에게도 아무렇지 않게 헛말을 내뱉는다. 결코 좋게 보이지 않다. 아무리 흉허물 없는 사이라고 해도 말을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 더구나 천륜으로 맺어진 부부사이에는 마땅히 예의를 갖추어야한다. 부부로서 도리를 지켜야하고 서로의 인격을 존중해야한다. 집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 나가도 새듯이 안에서 대접받는 사람이 밖에서도 대접을 받는다.
들판에 아무렇게나 흐드러져 피어 있는 꽃들도 나름대로의 색깔과 향기를 갖고 있다. 마찬가지로 사람도 모두 각기 다른 자신만의 향기를 지니고 있다. 향기 없는 꽃에 벌 나비들이 모여들지 않듯이 언행이 곱지 않은 사람에게는 좋은 사람들이 모여들지 않는다. 학교에서 아이들이 쓰는 말을 듣다 보면 아연실색할 때가 있다. 또래아이답지 않는 말투가 쏟아진다. 아무 생각 없이 어른들이 예사로 하는 말을 그냥 옮기려 든다. 참 낭패스럽다.
어린 아이들의 언어교육은 중요하다. 어릴 적 교육은 그 무엇 하나도 빠트리지 않고 머릿속 깊숙이 각인된다. 누군가에게 크든 작든지 깨우침을 얻게 되면 그 일이 오랫동안 잊어지지 않는다. 평소의 어른들의 말버릇이 아이들에게 고스란히 박혀든다. 아무리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다르다고 하더라도 말을 할 때는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려야 한다는 것을 바르게 가르쳐야한다. 속된 말을 하거나, 헐뜯는 말로 남을 기분 상하게 하고, 입에 담지 못할 쓰레기 같은 욕지거리를 뱉게 해서는 안 된다. 부모가 바른 말 고운 말을 쓰면 아이들은 저절로 닮는다. 살면서 끊임없이 인격수양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당장에 아이들을 훈육하는 데는 보다 절제미를 가져야한다.
사람 사는 법은 한쪽이 이익을 보면 다른 한쪽이 그만큼 손해를 보아야한다는 제로섬게임(zero-sum game)이 아니다. 자기만 편하겠다고 감정대로 토로하는 사람은 미덥지 못하다. 사소한 일에 짜증을 내거나 언성을 높이는 사람 또한 덜떨어진 사람이다. 함부로 화를 내는 사람은 인생관이 매우 비관적일 뿐만 아니라 주위에 좋은 영향을 주지도 못할 뿐더러 상대방을 병들게 한다. 자라는 아이들에게도 좋은 본보기가 되지 못한다. 어릴 때부터 따뜻한 사랑을 받아본 일이 없는 사람은 사랑이 뭔지 모르듯이 험악한 말만 듣고 자란 아이는 결코 좋은 말을 입에 담지 않는다. 말을 가려 써야겠다. 아이나 아내에게는 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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