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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게 사는 일

박종국에세이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15. 1. 5.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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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국에세이칼럼 2015-7

 

좋게 사는 일

 

 

박 종 국

 

 

새해 해맞이를 한 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주일이 후딱 지났다. 그만큼 바쁘게 서둘렀던 탓이다. 연말연초 별스럽게 나대지는 않았지만 생각가지가 많았다. 새날을 맞아 작년에 미뤘던 일들 다시 추스르려니 딱히 욕심을 부리지 않아도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연례행사로 새해 아침 몇 가지는 다짐하곤 한다. 묵은해를 보내며 아쉬움 때문이다. 오늘내일하며 책읽기를 미뤘던 일, 몸 관리를 하지 못했던 일, 내 삶이 오롯이 묻어나는 책을 출간하지 못한 뒤척임이 컸다. 그 밖에도 자잘한 사단은 많았다. 스스로 실행하리라 자신했던 일들에 차일피일한 뒤끝은 후회만 남는다.

 

 

요즘은 하루 눈 뜨자마자 스마트폰과 인사한다. 밤새 안녕을 챙기기라도 하듯 창을 연다. 블로그, 카페,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문자메시지까지 죄다 훑고서야 일상을 시작한다. 가히 심각하다는 것을 알지만, 이미 중증을 넘어선 손기척을 멈추지 못한다. 그런 까닭에 꼭두새벽 책 읽기는 뜸해졌다. 늘 입으로 책만 읽는 바보라 거들먹거리면서 책장 넘기는 일에 소홀했다.

 

 

몸 관리도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지천명의 나잇살에 근육질의 다부진 몸매는 언감생심이다. 수년째 고혈압 약을 먹는데, 체중을 낮추면 혈압이 조절된다는 의사에 말에 귀가 솔깃했다. 거창하게 작정하고 먹는 양에 신경 쓰고, 간식도 줄이면서부터 눈에 띠게 몸이 가뿐해졌다. 덕분에 거의 만삭에 가까웠던 배불뚝이도 풍선 바람 빠지듯 사그라졌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었다. 근 예닐곱 달 공들였던 몸매는 연말에 이르러 원위치 되고 말았다.

 

 

또 하나, 한 해 동안 에세이칼럼을 368편이나 썼을 정도로 많은 글을 썼으나, 정작 출판사가 의뢰하였던 수필집을 묶는 원고는 탈고하지 못하고 해를 넘겼다. 글 쓰는 사람으로서 신망이 무너지는 낯부끄러운 일이다. 당초 시답잖은 일은 약속하지 않았어야 했는데, 끝내 지켜내지 못할 일, 출판사 편집자에게 두고두고 면치 못할 후회를 남겼다.

 

 

사람은 황혼이 되면 살아온 일생을 되짚어보며 세 가지를 후회한다고 한다. 첫째는, 베풀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다. 가난하게 산 사람이든 부유하게 산 사람이든 죽을 때가 되면 좀 더 주면서 며 살지 못했을까? 둘째는, 참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다. 그때 내가 조금만 더 참았더라면 좋았을 걸, 왜 쓸데없는 말을 하고, 쓸데없이 행동 했던가? 셋째는, 좀 더 행복하게 살지 못함에 대한 후회다. 왜 그렇게 팍팍하고 재미없게 살았던가? 나로 인하여 다른 사람들을 힘들게 한 삶에 대한해서 후회다.

 

 

지천명이면 인생의 반환점을 돌았다. 새해벽두부터 후회 삼을 일을 먼저 헤아리는 변명 자체가 낯부끄럽다. 그렇지만, 스스로 다짐을 새롭게 함에 뒤미쳤던 일상들을 밝힘으로써 새해는 보다 재발라지리라 생각한다. 더불어 좀 더 참고, 베풀며, 신나게 생활하고 내 삶에 신실해야겠다. 좋게 살면 자연 책도 많이 읽을 테고, 몸가짐도 좋아져 머잖아 삶이 묻어나는 책 한 권 내놓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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