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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퀼트

한국작가회의/책에서찾은글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15. 12. 16.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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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퀼트

  

잊혀지지 않은 아름다운 동화의 한 부분입니다.

 

누덕누덕 기운 옷을 입은 아들이 아버지에게 말했습니다.

 "아버지, 나는 기워진 옷이 싫어요."

아버지는 아들을 넓은 들판으로 데리고 나갔습니다. 그리고 하늘과 하늘 아래에 나란히 서 있는 산과 논과 밭을 보여주 었습니다.

 "저걸 보렴. 어디 하나 이어지지 않은 곳이 있느냐. 하늘은 산을 잇고 산은 바다를 잇는다. 우리 인생도 어디 하나 꿰매지고 이어지지 않은 부분이 있느냐."

 

삶은 조각조각 붙여놓은 천 조각 같습니다. 떼어놓고 보면 하잘것없는 조그만 천 조각들이지만 그것들을 한데 모아 잇고 꿰매 붙이면 아름다운 예술작품이 만들어지듯이 말입니다. 여기저기, 기쁨과 절망의 조각들이 한데 붙어 있습니다. 예상치 못했던 일, 마음껏 웃을 수 있었던 행복한 순간, 고통스러운 순간도 있습니다. 그것은 따로 벌어진 하찮은 일들 같았지만 한데 모아놓으니 한 편의 예술작품과 같은 삶이 만들어집니다.

 

삶이란 우리가 기대했던 것과 많이 다릅니다. 이어 붙일 필요 없이 아예 한 폭의 커다란 천으로 재단되었다면 좋았겠지요 그러나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고 어떤 것도 꿰매지지 않은 천은 작품이 아닙니다. 누구에게도 감흥을 줄 수 없기 때문이지요. 날카로운 바늘로 슬픔을 덧댈 때 인생은 한결 더 아름다워집니다. 슬픔이 지나갈 때 우리는 어려운 순간들을 극복해 낼 것이라는 믿음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런 시간을 통해 바늘의 모서리가 부드러워집니다.

 

우리 삶에는 즐거움과 고통이 똑같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모든 것들이 한데 어울려 하늘과 산, 바다가 맞닿은 듯 아름다운 인생이 이루어집니다. 우리는 자신이 '문제'라는 꼬리표를 붙여놓은 도전을 통해 성장한다는 사실을 쉽게 잊어버리곤 합니다. 오늘 맞부딪칠 문제 안에 있는 해답을 얻기 위해 필요한 도구들이 이미 우리 손에 들려 있습니다. 모든 문제가 나의 삶을 풍요롭고 다채롭게 만드는 데 필요하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도움이 되지 못하는 상황은 없습니다. 일 초, 일 분이 모여 하루를 만들고 하루하루가 모여 십 년을 만듭니다. 그리고 그 시간들이 모두 이어져 한 사람의 인생이 됩니다. 그 아름다운 동화의 끝은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도 기워진 옷을 싫어했던 아이는 아버지의 깊은 뜻을 이해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더 이상 자신의 기워진 옷을 부끄러워하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대자연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살아가는 일도 그처럼 누덕누덕 기워진 아름다움임을 깨달았을 테니까요.

 
 퀼트의 아름다움은 작고 쓸모 없는 천 조각들이 모여 거대한 아름다움을 만든다는 데 있어, 갓 태어난 어린 새가 간신히 흔든 날갯짓은 그가 앞으로 날아오를 하늘을 상징하는 것과 같아. 순간순간이 모여 영원이 되므로, 내가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내 인생 전체를 말해줄 거야. 

 

출처 : 나랑 닮은 친구에게 주고 싶은 책(이삭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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