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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마지막 소원

세상사는얘기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16. 11. 11.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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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마지막 소원


평생을 일그러진 얼굴로 숨어 살다시피 한 아버지. 그는 아들과 딸, 남매를 두었는데, 심한 화상으로 자식들을 돌 볼 수가 없어 고아원에 맡겨 놓고 시골의 외딴집에서 홀로 살았다. 한편, 아버지가 자신을 버렸다고 생각한 자식들은 아버지를 원망하며 자랐다.
어느 날, 아버지라며 나타난 사람은 화상을 입어 얼굴이 흉하게 일그러졌고, 손가락은 붙거나 없었다.
“저 사람이 나를 낳아준 아버지란 말이야?”
자식들은 충격을 받았고, 차라리 고아라고 생각했던 시절이 더 좋았다며 아버지를 외면해 버렸다.

시간이 흘러 자식들은 성장하여 결혼을 하고 가정을 이루었지만, 아버지는 여전히 자식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혼자 외딴집에서 지냈다.

몇 년 뒤, 자식들은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동안 왕래가 없었고, 아버지를 인정하지 않고 살았던 자식들인지라 아버지의 죽음 앞에서도 별다른 슬픔이 없었다.
하지만 자신들을 낳아준 아버지의 죽음까지 외면할 수 없어서 시골의 외딴집으로 갔다.

외딴집에는 아버지의 차가운 주검만이 그들을 기다렸다. 마을 노인 한 분이 문상을 와서 아버지가 평소에 버릇처럼 화장은 싫다며 뒷산에 묻히기를 원했다고 알려주었다.
하지만 자식들은 아버지를 산에 묻으면 명절이나 때마다 찾아와야 하는 번거롭고 귀찮아서 화장을 하겠다고 고집했다. 아버지를 화장하고 돌아온 자식들은 다시 아버지의 짐을 정리해 태웠다. 평소 덮었던 이불이랑 옷가지를 비롯해 아버지의 흔적이 배인 물건은 몽땅 끌어내 불 질렀다.
마지막으로 책을 끌어내 불 속에 집어넣다가 '비망록'이라고 쓰인 빛바랜 아버지의 일기장을 발견했다. 불길이 일기장에 막 붙는 순간 왠지 이상한 생각이 들어 얼른 꺼내 불을 껐다. 그리고는 연기가 나는 일기장을 한 장 한 장 넘겨가며 읽었다.

아들은 일기장을 읽다가 그만 눈물을 떨구며 통곡했다. 일기장 속에는 아버지께서 보기 흉한 얼굴을 가지게 된 사연이 쓰였다. 아버지의 얼굴을 그렇게 만든 건 바로 자신들이었다.

일기장은 죽은 아내와 아이들에게 쓰는 편지로 끝이 났다.


여보! 내가 당신을 여보라고 부를 자격이 있는 놈인지조차 모르겠습니다. 그날 당신을 업고 나오지 못한 날 용서 하구려. 울부짓는 어린 아이들의 울음소리를 뒤로 하고 당신만을 업고 나올 수가 없었다오.
이제 당신 곁으로 가려고 하니 너무 날 나무라지 말아주오,
덕분에 아이들은 잘 자라고 있다오,
비록 아버지로서 해준 것이 없지만 말이오.


보고 싶은 내 아들 딸에게


평생 너희들에게 아버지 역할도 제대로 못하고
이렇게 짐만 되는 삶을 살다가 가는구나.
염치 불구하고 한 가지 부탁이 있구나
내가 죽거들랑 절대로 화장은 하지 말아다오.
난 불이 싫단다.
평생 밤마다 불에 타는 악몽에 시달리며 30년 넘게 살았단다.
그러니 제발!

 
뒤늦게 자식들은 후회하며 통곡하였지만, 아버진 이미 화장되어 연기로 사라진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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