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거리 정치는 끝내야 된다
대통령 선거가 가까워지면서 나라 전체에 겹겹이 쌓여 있는 모든 적폐(積弊)를 말끔히 씻어 내고, 이제는 참으로 진정한 민주주의 공화국으로 새롭게 탄생시키자는 국민적 욕구가 분출되고 있는 시점이 요즘입니다. ‘이게 나라냐?’라는 구호를 ‘이게 나라다’라는 구호로 바꾸기 위해서라도 선거에 임하는 모든 국민들의 각오가 새롭게 다져져야 할 때가 지금입니다. 이제는 비틀어지고 뒤엉켜 비정상적인 온갖 일들을 똑바르게 세워 정상적인 상태로 되돌려야 할 때가 다가왔다고 여겨집니다.
지금부터 200년 전의 다산이 살아가던 시대에도 패거리 정치가 판을 치면서 몇몇 가문(家門)이 패거리를 짓고 온갖 권력을 휘두르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런 패거리의 폐단에 분노하던 다산의 시 「하일대주(夏日對酒)」의 한 대목을 읽어보면 당시의 사정을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세력이 단단한 몇 십 집안에서
대대로 나라의 록(祿)을 다 삼키네
자기네끼리 붕당으로 나뉘어서는
엎치락뒤치락 살벌하게 싸우네
약자들이야 강자들의 밥이니
대여섯 세력가만 살아남아서
이들만이 경상(卿相)이 되고
이들만이 큰 고을의 감사(監司)되고
이들만이 승정원 승지 되고
이들만이 감찰하는 벼슬아치 되며
이들만이 백관(百官)이 되고
이들만이 수사와 재판도 담당하네
落落數十家
世世呑國祿
就中析邦朋
殺伐互翻覆
弱肉强之食
豪門餘五六
以玆爲卿相
以玆爲岳牧
以玆司喉舌
以玆寄耳目
以玆爲庶官
以玆監庶獄
200년 전 조선이라는 나라의 정치판이 어떻게 되고 있었는가를 그림 그리듯이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당파끼리의 패거리, 지역적인 패거리, 씨족끼리의 패거리가 권력을 농단하면서 뒤엉켜 싸우던 모습이 선연하게 드러나고 그들만이 권력을 장악하여 온갖 적폐를 양산해대던 모습을 넉넉하게 상상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다산은 그런 현상을 폭로하고 그런 패거리 정치를 개혁하고 타파하여 모든 사람들이 동등한 권리와 동등한 기회를 가지고 평등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려는 희망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다산의 글 「통색의(通塞議)」를 읽어보면 당파의 패거리나 벌열의 패거리도 무섭지만 특히 지역 차별은 참으로 무서운 패악이었습니다. 함경도와 평안도, 황해도 등 북3도 출신도 푸대접을 받았지만 서울과 경기도, 충청도를 제외한 여러 지역 출신들은 아무런 이유 없이 태어난 지역 때문에 차별을 당하고, 푸대접을 받아야 했으니 이런 황당한 일을 어디에서 또 찾을 수 있겠는가요, 그러나 지금이라고 지역차별의 폐단이 사라졌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TK정권이다, 영포라인이다 패거리 지어서 여타 지역 출신은 한없이 소외받고 천대받아야 했으니 이런 불평등한 세상이 어떻게 존재할 수 있었을까요.
세상이 새롭게 개혁되어야 한다는 요즘, 온갖 적폐를 씻어내고 민주국가다운 나라를 세우려면 그런 패거리 정치, 패거리 문화를 완전히 타파하는 세상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좋은 사람, 훌륭한 지도자, 패거리 짓지 않는 정치가를 지도자로 뽑는 올바른 선거를 하는 일만 남았습니다. 이번만은 참다운 선거를 하도록 마음을 다짐해야겠습니다.
박석무 드림
글쓴이 / 박석무
· (사)다산연구소 이사장
· 실학박물관 석좌교수
· 전 성균관대 석좌교수
· 고산서원 원장
· 저서
『다산 정약용 평전』, 민음사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역주), 창비
『다산 산문선』(역주), 창비
『다산 정약용 유배지에서 만나다』, 한길사
『조선의 의인들』, 한길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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