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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나이에 배워서 뭘 하냐

박종국에세이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17. 5. 29.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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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나이에 배워서 뭘 하냐

 

박 종 국

 

39살 주부이면서 직장생활을 하는 두 아이 엄마입니다. 미래를 위해 늘 배워야한다고, 공부해야한다고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그래서 아이 둘 키우면서 한자, 컴퓨터 관련 자격증, 회계 공부를 하며 자격증도 여럿 땄지요. 이제는 더 큰 도전을 위해 직장을 다니며 사회복지과 야간대학을 다닙니다.

그런데, 주변에서 그 나이에 배워서 뭘 하냐고, 배워서 어디 써 먹겠느냐는 말에 많은 상처를 받았답니다. 특히 시댁식구들의 가시 박힌 말이 평생 응어리가 될 만큼 큰 상처가 되었답니다.

주변 사람의 말은 그냥 흘려 넘겨도 될법하지만, 가끔은 상처가 되네요. 그러던 중 선생님의 글을 읽고, 다시 한 번 용기와 희망을 갖게 되었습니다. 초등 4,6학년 두 딸들에게도 1등하기 위해 공부하는 게 아니라, 더 나은 나를 만들기 위해 사람은 늘 공부를 해야 한다고 얘기합니다.

바쁜 와중에도 사회복지사의 꿈을 안고 열심히 학교 다니는 제 자신이 뿌듯하고 대견하답니다. 다른 사람의 말은 이제 맘에 두지 않으려 합니다. 묵묵히 열심히 공부에 열중하렵니다. 선생님의 좋은 글이 큰 힘이 되어 감사합니다.

 

꼭두새벽 내 블로그 방명록에 남겨진 글귀다. 꼭두새벽에 어제 산행으로 피곤마련해서 미뤄두었던 일을 가까스로 챙기고 블로그에 들렀는데, 하소연이자 자중감에 든든한 글을 만났다. 마음이 찡했다. 몇 번을 읽고 또 읽었다.

 

얼마 전 블로그에 ‘그 나이에 공부해서 무엇 하려나?’는 글는 글을 썼다. 방명록에 글귀를 남긴 님께서 크게 공감하셨나 보다. 그렇다. 늘 책을 끼고 사는 나를 두고 지인들의 핀잔이 심하다. 물론 생각해준다고 하는 얘기다. 하지만 “그 나이에 공부해서 무엇 하겠나?”, “늦은 나이에 공부한다고 무슨 뾰족한 수가 생기나?”, "괜한 일로 고생하지 마라.“, ”공부 더하면 밥이 생기나 떡이 생기나?“는 지청구를 들을 때면 나도 기분이 씁쓸해진다.

 

배움에는 나이를 따지지 않는다. 따로 정해진 시기도 없다. 우리네 인생은 수많은 삶의 색채로 덧칠되어 한 폭의 멋진 그림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에게 걸맞은 그림을 그려내는 능력을 가지고 태어났다. 하기에 성실한 붓놀림으로, 다행한 표현에 충실해야한다. 대체로 학교 공부를 마치고 직장을 얻고 나면 아예 책을 덮어두거나 배우기를 그만 두기 십상이다. 하루 다르게 급변하는 시대. 수많은 정보를 받아들이는데 결코 인색해서는 안 된다. 늦은 나이에도 공부하겠다고 장작불을 지피는 사람들에게 든든한 부추김은 새로운 에너지다.

 

배움에는 끝이 없다. 공부는 청소년기 학생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그것은 청장년층은 물론, 노년기에 이르기까지 계속되어야할 소중한 작업이다. 세상일 제각각 해야 할 시기가 어느 정도 정해지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빠른 게 느리고 느린 게 빠른 법이다. 늦었다고 깨달았을 때가 가장 빠른 순간이다. 생각을 달리하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면 습관이 변한다. 습관이 변화하면 장차 운명까지 달라진다.

 

배움은 계속해야 한다. 그렇기에 나이를 불문하고, 학령기 교육뿐만 아니라, 평생 배움의 의지에 불을 지펴야한다. 전통적인 관점에서 본 교육적 사고와 그 과정은 개인의 학습생애를 준비기와 실천기로 구분하여 학생이라는 제한된 사람에게 다양한 사실을 집중적으로 전달하였다. 그렇지만, 이제는 모든 사람이 각 단계마다 독특하고 경험을 나타내면서 동시에 다음 단계의 준비해야 한다. 그 결과, 인생의 각 단계에서 다다른 경험과 즐거움을 맛보고, 만족감을 얻는 게 바로 평생교육이다.

 

사람의 행동양태를 보면 삼십 나이에도 칠십 노인네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을 만나는가 하면, 일흔 나이에도 삼십대와 같은 활력을 가진 사람도 많다. 젊게 사는 비결은 마음먹기에 달렸다. 마음이 흐트러지거나 늙으면 몸도, 생각도, 행동도, 가치관마저도 쇠약해지기 마련이다. 생각을 깊게 가지고, 의욕을 크게 가지면서 무엇이든지 한다는 자신감으로 젊게 살아야한다. 그래야 항시 새로운 삶의 의지가 충전되고 끝 모르는 희망의 싹이 움튼다.

 

늦은 나이에 공부하려는 사람을 두고 격려는 못해도 “그 나이에 공부해서 무엇 하겠느냐?”고 애써 폄하해서는 안 된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를 이해하고 인정받기를 좋아한다. 칭찬 듣고, 격려 받고, 배려 받으며, 사랑 받기를 소원한다. 산사의 늘 풍경은 늘 깨어살라는 일깨움을 대신한다. 사람은 죽을 때까지 배우고 깨우치는 일을 계속하여야한다. 개인의 자질과 교양, 인격적 도량은 평생교육을 통해서 확대하고, 발전시키며, 계발된다. 더 이상 학교 중심의 공부만이 전부가 아니다.

 

그래서 댓글을 달았다.

 

○○○님, 반갑습니다. 당면한 현실이 참 안타깝습니다. 세상에는 이해되지 않는 일이 많답니다. 정말 이해되지 않고, 배려하지 않는 데는 힘이 많이 빠지죠. 하지만 세상일들 늦었다고 깨달았을 때가 가장 빠른 때입니다. 어렵고 힘들지만 모든 일 맞부딪혀 이겨내고 자신의 일에 충실하십시오. 그러면 시댁식구는 물론, 주변 사람 모두가 공감하는 일이 생길 겁니다.

일전에 어느 잡지에서 96살 되시는 어른신의 후회를 담은 글이 읽었습니다. 그 분은 60에 정년퇴임을 하셔서 ‘아, 이제 내가 할 일은 하나도 없구나. 세상 다 살았어.’ 그렇게 생각하며 이후 30년 세월을 그저 그냥 소일하며 무료하게 보냈답니다. 하루하루가 의미 없는 생활의 연속이었지요.

그런데도 그분은 이후 36년을 더 사셨던 겁니다.

헌데, 어느 날 서예학원 근처를 지나다가 붓글씨에 관심을 갖고 그에 몰두한 결과, 96살 향혼에 서예전시회를 갖게 되었답니다. 아직은 조잡한 필력이지만, 그래도 이 나이에 무언가 새롭게 해내었다는 자부심이 지난 36년 동안의 허송세월을 살았던 삶을 벌충해주기에 충분하였습니다.

조금만 더, 정말 조금만 더 일찍 깨달았다면 지난 30년 세월을 허접스럽게 보내지 않고, 그 무엇을 하여도 능히 해내는데도 말에요. 단지 나이가 많다고, 더 이상 어떤 일을 할 수 없다고 지레 단정하고는 자신을 놓아 버린 겁니다. 하지만 그것은 핑계였습니다. 지금처럼 평균수명이 90살에 이르는 세상, 제2, 제3의 할 일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님께서 사회복지사의 꿈을 갖고 야간대학에 다닌다고 하셨는데, 무엇보다도 그 일에 신명을 다해 충실 하십시오. 반드시 좋은 결과 나타납니다. 열심히 자기 일에 매진하다 보면 가족은 물론, 주변 사람들의 시각도 달라집니다. 힘내세요, 라고.

 

|박종국 2017-310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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