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세 살, 내 모습을 담다
박 종 국
오늘 아침 첫째시간부터 아이들 앨범사진 찍느라 바빴습니다.
6학년 진급반이 된 지 채 석 달, 아직 어린 꼬맹이 티가 잘잘한데, 고만고만한 모습을 담아야 한답니다. 한 해 동안의 추억거리를 때에 맞춰 자리매김해 두어야 아이들 평생을 두고 추억의 일면을 곱게 살려낸답니다.
졸업앨범은 크게 내 가지 조각으로 펼쳤습니다.
인물스냅, 소품그룹, 단체, 행사사진 등으로 첫 사진은 소품그룹사진을 찍었습니다.
아이들 제각각 소망하는 바를 소품으로 연출했습니다.
기타, 바이올린 배드민턴, 축구공, 인형, 책으로 자기의 꿈을 표현했습니다.
가만가만 지켜보니 그다지 허황한 꿈을 소원하는 아이는 없이 진솔했습니다.
그런데도 줄글로 ‘나의 꿈’을 써보라면 자기가 소망하는 바와 너무 동떨어진 꿈을 얘기합니다.
‘꿈을 가졌습니까?“ 아니면 ’꿈 너머 꿈을 가졌습니까?‘
그러면 절대 고독을 맛보아야 합니다.
아무리 현실적 고통이 어렵고 힘들어도 몸의 방향을 바꾸면 생각이 달라집니다.
생각을 달리하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면 습관이 변합니다. 습관이 변화하면 장차 운명까지 달라집니다.
그 동안 숱하게 많은 아이들을 만나고 헤어졌습니다.
34년여 교직 생활 동안 30년을 6학년 담임을 맡았으니 스스로 ‘끌어당김이 아니라 다가감의 미학’의 실천했다고 자부합니다. 결코 쉽지 않은 일, 누구나 함부로 할 수 없는 일을 묵묵히 해냈습니다. 그 결과 아이들 졸업앨범을 촬영할 때면 참가치를 알게 됩니다. 이 때문에 6학년 담임으로서 마력적인 소임에 천착하는 겁니다.
졸업앨범에 담긴 소중한 이야기들, 올해도 고스란히 느껴봅니다.
세상에 수많은 별들이 많습니다. 그렇지만 초등학교 교사는 까만 밤하늘을 수놓는 어느 별처럼 관계지향을 만들지 못합니다. 주어진 일에 마땅하게 헌신했는데도 이름 없는 뭇별이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정말 다행스러운 일은 성인으로 어엿하게 성장한 제자들이 잊지 않고 이름을 불러 줄 때 소망하는 내 꿈을 알차게 이루었다고 자신합니다.
인생은 단계가 아니고 관계입니다.
그저 주어진 내 일을 죽어라 일하는 세상이 아니라 관심과 연결이 중요합니다. 소수의 리더십보다는 전체가 소통하고 공유하는 정서입니다. 이성은 건조한 결과만을 만들어내지만, 감성은 행동을 낳습니다. 새로운 세상을 탐험해야 할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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