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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를 가려보는 눈 

박종국에세이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17. 11. 20.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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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를 가려보는 눈

 

돈 많은 재벌부부. 이들에게는 자식이 없었다. 여생을 조금은 쓸쓸하게 보내던 노부부는 그 많은 재산을 유익한 일에 쓰고 싶었다.

"우리, 전 재산을 교육 사업에 헌납하기로 해요."

다음 날 부부는 미국의 명문 하버드 대학을 방문했다. 정문을 막 들어서려는데, 허름한 옷차림의 두 노인을 본 수위가 그들을 불러 세웠다. 그리고는 불친절하게 따지듯이 물었다.

"노인양반, 지금 어디로 가려는 거요?"

"총장님을 좀 뵈러 왔는데요."

수위는 아주 경멸하는 태도로 괄시하며 말했다.

"총장님께서는 댁들을 만날 시간이 없소!"

노부부는 수위의 태도에 불쾌했지만 마지막으로 한마디 더 물었다.

"이만한 대학교 설립하려면 돈이 얼마나 듭니까?"

"내가 그걸 어떻게 압니까? 댁 같은 사람이 그건 왜 묻습니까?"

마음에 상처를 받은 노부부는 기부하는 생각을 없던 일로 하고 직접 학교를 짓기로 했다. 그들이 가진 전 재산을 투자하여 설립한 대학이 바로 지금 미국에서 제일가는 대학, 그 중의 하나인‘스탠포드’이다.

 

한편 이 사실을 뒤늦게 안 하버드 대학은 그 날의 잘못을 반성하며 아쉬워했다. 그 후부터 하버드 대학 정문에는 다음과 같은 글귀가 붙게 되었다.

 

"사람을 외모로 취하지 말라!" 라고.

 

사람은 무엇을 통해서 세상을 보나? 물론 누구나 ‘눈으로 본다’고 말한다. 틀린 대답은 아니다. 그러나 눈을 가졌다고  다 보이지 않는다. 아무리 밝은 눈을 가진 사람이라 해도 볼 수 없는 게 많다. 먹구름이 하늘을 덮어 달도 별도 없는 밤, 빛도 없는 깊은 산 속에서는 제 아무리 눈을 크게 떠도 보이는 게 없다.

 

마음으로 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 마음을 딴 데 두면 바로 눈앞의 물상도 못 본다. 아내가 머리를 새롭게 단장하고, 새 옷을 사 입었어도 관심을 갖지 않으면 눈에 보이지 않듯이. 그래서 공자도 ‘마음이 거기에 없으면 보아도 보지 못하고, 들어도 듣지 못하고, 먹어도 맛을 모르다.’고 했다.

 

세상에는 눈만 가지고 소용없다. 빛이 튀어야 보고, 마음이 열려야 보인다. 사람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 처음 가졌던 생각은 시간이 지나면서 판단의 잘못되었다고 느낄 때도 많다. 그런데도, 우리는 섣불리 사람을 판단하는 편견을 가졌다. 깊은 산 속에서 나무를 헤아린다 해도 결코 정확한 수를 파악할 수 없다. 어느 정도의 거리에서 바라볼 때, 나무가 몇 그루인지 충분히 헤아린다.

 

살면서 수많은 사람을 만난다. 무엇보다 좋은 인연을 맺기 위해서는 편견을 버려야 한다. 편견은 커다란 부분을 보지 못하게 하는 색안경과 같다. 편견을 버리기 위해서는 사소한 부분까지 깊이 꿰뚫어보는 통찰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는 사물의 가치를 돈으로 평가한다. 현대 물질문명의 병폐다. 사람을 평가할 때도 대부분 돈의 가치가 먼저 잣대로 적용된다.

 

사람의 가치는 물질로 평가될 수 없다. 길가에 핀 들꽃은 물질적 가치는 하찮다. 그렇지만 우리에게 추억과 아름다움의 여백을 채워주는 면에서는 그 무엇보다 소중한 존재다. 특히 개인적인 감정의 잣대로 보면 그 어떤 보석보다 더욱 값지다. 진주를 가려보는 눈은 따로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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