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나잇살이 듦에 따라 모임자리가 잦다. 고향친구, 동창모임은 물론, 직장이나 사회관계를 통해서 맺어진 모임이다. 달마다, 혹은 격월로 열린다. 그 중에서도 매달 모이는 모임이 많다. 또 취미가 같거나 마음이 맞아 결성된 모임도 서넛 된다. 다들 내 삶의 빛깔을 가늠하기에 충분한 만남이다. 연락을 받으면 가능한 일에 우선순위를 두고 신실하게 만난다. 사람 만나기를 좋아하는 탓이다.
한 사람을 평가하는 준거는 그 사람이 만나는 사람을 보면 안다. 친구도 만찬가지다. 삶의 무늬가 좋은 사람은 그를 둘러싼 주변 사람들도 같은 빛깔을 가진다. 만남의 시간이 묵을수록 친분이 쌓이고, 결국엔 친교의 가교가 든든해진다. 그래서 친구와 포도주는 묵을수록 좋다고 했을까? 좋은 친구는 마음의 그림자처럼 스스로의 삶에 따라다닌다.
친구와의 만남에는 서로의 메아리를 주고받아야 한다. 흉허물을 터놓고 지내는 사이라면 그저 상대의 눈빛만 봐도 형편을 꿰뚫어본다. 그러나 너무 자주 만나게 되면 서로간의 그 무게를 축적할 시간적인 여유가 없다. 상대를 가볍게 대할 실수를 범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친구는 결코 가벼이 대한 사람이 아니다. 친할수록 더 큰 믿음과 배려를 베풀어야할 존재가 친구다.
어제 동료 모임을 가졌다. 같은 직장에 몸담고 지내지만, 일일이 대화하는 게 쉼지 않다. 한 자리에 모여 서로 얼굴 보기만해도 고맙다. 세상사는 참맛이란 바로 이렇게 끈끈한 유대를 함께 나누는 게 아닐까? 그렇다고 멀리 떨어져 자주 만나지 못해도 마음의 그림자처럼 함께 하는 친구도 많다.
매번 모임을 연락 받으면 마음이 설렌다. 채 한 달 만에 만나는 사람들이 뭐 그리 보고 싶으냐며 지청구를 하겠지만, 모든 만남에는 그리움이 따라야 한다. 그리움이 따르지 않는 만남은 이내 시들해지기 마련이다. 그리고 사람을 만나는 일에는 스스로의 배려를 우선해야 한다. 그래야 모임이 오래도록 지속된다. 해서 진정한 만남은 상호간의 눈뜸이 된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영혼의 진동이 없으면 그건 만남이 아니라 한 순간의 마주침이다. 그런 만남을 위해서는 자기 자신을 끝없이 가꾸고 다스려야 한다.
세상 일이 다 그렇듯이 좋은 친구를 만나려면 먼저 나 자신이 좋은 친구가 되어야 한다. 친구란 내 부름에 대한 응답이기 때문이다. 대개 친구들은 같은 등속의 만남이다. 무엇이든 함께 하는 공통분모를 가졌다는 데 동의한다. 끼리끼리 어울린다는 말도 여기에 근거한다.
혹시 이런 경험은 없는가? 텃밭에서 이슬이 내려앉은 푸성귀를 보았을 때 싱싱한 잎을 따서 친구에게 보내주고 싶은 그런 생각 말이다. 혹은 들길이나 산길을 거닐다가 청초하게 핀 들꽃과 마주쳤을 때 그 아름다움의 설렘을 친구에게 전해 주고 싶은 그런 경험은 없는가? 이런 마음을 지닌 사람은 멀리 떨어져 지내도 영혼의 그림자처럼 함께 하는 좋은 친구다. 좋은 친구는 인생에서 큰 보배다. 친구를 통해서 내 삶의 바탕은 더 또렷해진다.
외모단정 (0) | 2017.12.04 |
---|---|
마음가짐이 인생을 바꾼다 (0) | 2017.12.01 |
부부 (0) | 2017.12.01 |
우리 삶은 순간순간이 기적이다 (0) | 2017.11.23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 (0) | 2017.11.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