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김밥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의무경찰을 지원하여 경찰학교에서 훈련을 받던 한 청년. 어머니가 면회 오신다는 세상에서 가장 반가운 소식을 받았다. 장애를 가졌고, 홀로이신 어머니를 뒤로하고 입대했기에 그 반가움은 컸다.
칼같이 다려놓은 제복을 입고, 반짝반짝 닦아둔 신발을 신고 어머니를 기다렸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면회시간이 끝날 때까지 오시지 않았다.
그날 청년은 어머니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게 아닐까? 걱정되는 마음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다음 날 아침, 청년은 교관의 다급한 호출에 면회실로 갔다. 그곳에는 전날 애타게 기다리던 어머니가 앉아 계셨다.
면회하러 오는 중에 어머니는 소매치기를 당했다고 하셨다. 그랠서 가졌던 돈과 핸드폰을 도둑맞은 어머니는 택시도 버스도 타지 못하고, 밤새도록 걸어서 경찰학교를 찾아오셨다.
아들을 본 어머니는 부랴부랴 집에서 손수 싸 오신 김밥과 치킨을 황급하게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셨다.
그런데 김밥에서 코를 찌르는 듯한 쉰내가 났다.
더운 날씨에 밤새도록 먼 길을 걸어오면서 김밥이 쉬어버렸다. 하지만 아들은 어머니가 만든 상한 김밥을 먹으며 "역시 어머니 음식이 최고예요. 정말 맛있어요!"라고 하얀 거짓말을 했다.
아들에게 어쩌면 맛있다는 그 말이 진심이었다.
이 사연을 들은 동기들과 조교, 교관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어머니의 차비를 마련해 줬다.
지금 아들은 전역한 지 10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났다. 하지만, 그때 훈훈했던 정과 어머니의 상한 김밥 맛을 결코 잊지 못한다.
아무리 몸이 불편해도, 아무리 날씨가 험해도, 밤새 걷는 한이라도 자식을 향하는 게 어머니다. 나의 어머니가 아니라도, 자식을 향한 뜨거운 사랑을 가진 모든 어머니를 존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