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단비
-반가운 비 고마운 비
모처럼 단비 내립니다. 겨울가뭄이 심해 마늘양파 심어놓은 논배미 밭머리 푸석한 흙먼지 날렸는데, 채 십분 들이붓고 땅거죽 해갈한 듯 마늘대궁 싱그럽습니다. 야트막한 산자락을 에워싸고 도는 소나무들도 비에 씻겨 푸름을 더합니다.
아침나절만 해도 짙은 미세먼지로 시야가 잔뜩 흐렸습니다. 구름 낮게 드리웠어도 오히려 시야는 말끔합니다. 주룩주룩 내리는 빗발이 온갖 흙먼지가 죄다 씻어내리겠습니다.
일기예보를 들으니 오늘은 전국에 걸쳐 비가 내린답니다. 스키장이나 눈썰매장은 꺼려하겠지만, 반갑기 그지없는 없습니다. 반가운 비, 고마운 비, 전국에 걸쳐 흠뻑 내렸으면 좋겠습니다.
차를 몰다 한적한 도로에 세웠습니다. 두두둑 후득대는 빗방울 소리 정겹습니다. 가만 창문을 열어봅니다. 제법 큼지막한 빗물이 손바닥을 톡톡 칩니다. 마침 라디오 싱글벙글쇼를 통해 권인하 감이원 김현식의 '비 오는 날의 수채화'가 울려퍼집니다. 기막힌 조응입니다.
비에 대한 애상이 이렇게 깊을 줄 몰랐습니다. 겨우내 비를 갈망했었나봅니다. 따뜻한 남쪽에 살아 눈 구경이 힘듭니다. 다행히 평창동계올림픽 덕분에 눈구경 실컷했습니다. 그렇지만 실제로 밟아보는 눈이 아니라 오히려 저는 비에 더 익숙합니다.
빗줄기가 세찹니다. 그동안 묵혀두었던 빗물 와락 쏟아내려나 봅니다. 농촌에 살아도 농사를 짓지 않지만, 밭머리 타들어가는 마늘을 보면 안타깝게 비를 소원했습니다. 덕분에 처갓집 마늘논 비 흠뻑 맞겠습니다.
_박종국또바기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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