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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풍경

박종국에세이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18. 4. 12.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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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풍경

 

박 종 국

 

근래 들어 도서관 자주 찾는다. 근무하는 학교가 복합도서관시설이고, 집 앞에 칠원군립도서관이 턱하니 자리한 덕분이다. 하여 짬이 날 때면 무시로 드나든다. 먼저, 책벌레인 내 욕구를 따끈따끈한 신간들이 반긴다. 손때 하나 묻지 않았다. 책장을 넘기면 책 향기가 솔솔 묻어난다. 늘 지갑이 배고픈데도 읽고픈 책이 한 가득이다. 연말정산 때면 엄청난 세금폭탄을 예서 앙갚음하는 셈이다.

 

그저께는 마산내서도서관을 찾았고, 그제는 칠원군립도서관에 똬리를 텄다. 지난 삼십 여년, 아이들과 함께 했던 일들을 동화로 써 볼까 해서 기존 동화작가의 이야기를 좇아 읽는다. 그러려니 자연 주의집중 할 장소로 도서관을 찾을 수밖에 없다. 퇴근 무렵부터 줄곧 책을 읽는다. 때문에 시장기 즉석라면하나로 때운다. 빤히 몸에 해로운 줄 알면서도 어쩔 수 없다.

 

요즘 도서관은 공무원시험이나 취업이 목적인 젊은이들로 북새통이다. 더러 임용고시나 공인중개사시험, 자격증 시험을 대비하려는 사람들도 눈에 띈다. 그들은 짧게는 일고여덟 시간, 길게는 도서관 문 닫을 때까지 버틴다. 그러고도 식사는 김밥 한두 줄에 즉석라면 하나가 전부다. 피가 펄펄 끓는 젊은 청춘들이 취업난에 발이 묶여 최저수준의 생활고로 힘겹다. 우리 집 아들도 몇 년째 중등임용고시에 발목 잡혔다.

 

도서관 풍경을 자못 살벌하다. 모두의 표정이 심하게 굳었다. 몇 년을 두고 좌절을 거듭하다보니 심사가 편할 리 없다. 때문에 도서관에 드나들 때면 가능한 행동거지를 조심한다. 그래서 딸각거리는 구두 대신에 운동화를 신고 간다. 자칫 신경이 예민한 사람들로 하여금 스트레스 받게 하는 일은 줄이고 싶은 마음이다. 의자를 빼거나 책을 놓을 때도 조심한다. 조그만 소리하나도 방해가 된다. 더더구나 노트북이나 스마트폰 사용은 보다 신중해야 한다. 이즈음 도서관은 입시를 앞둔 고3수험생만큼이나 대하기 어렵다.

 

근데 늙수그레한 중늙은이가 같이 자라하고 앉았으니 뜨악하게 보이는가 보다. 대체 뭐 하러 왔을까하는 표정이다. 설핏 지나쳐 가는 사람들도 향방을 모를 거다. 펼쳐 놓은 책은 동화책이요, 서너 권 놓인 책도 역시 동화책이다. 대개 수험서를 펼쳐놓고 골머리를 싸맨다. 그런 와중에 한가하게 동화책을 읽는다.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이다. 그것도 도서관 문을 닫을 무렵까지 죽치고 앉아 책만 읽으니 더욱.

 

그런데 도서관을 이용하다보면 꼴 볼견이 눈에 띤다. 옷차림은 차제하더라도 걸음걸이가 문제다. 불량스런 신발이 많다. 헌칠하게 생긴 젊은이도, 참하게 옷차림한 처녀도 슬리퍼를 질질 끌고 다닌다. 그런 사람일수록 한 자리 오래 앉지 못하고 나다닌다. 하도 귀에 그슬려 한마디 했더니만 입 꼬리가 치켜 올라간다. 무엇보다 정숙해야할 도서관에서 참 볼품없는 행동이다.

 

또 하나, 무엇이 그리 중요한 얘긴지 귓속말로 소근 대는 부류를 본다. 바깥 휴게실에 나가서 해도 될 얘기건만 시도 때도 없이 속삭인다. 정말이지 조용히 책 읽고, 공부하려는 이들에게 여간한 민폐가 아니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나 예의를 모르는 불한당이다. 그럴 바에야 뭣 하러 도서관에 왔을까? 노트북을 켜 놓고 자판을 두들기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이밖에도 눈살 찌푸려지는 꼴 볼견이 한둘 아니다.‘사뿐사뿐!’,‘조용히!’라는 문구가 무색하게도.

 

-박종국또바기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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