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권을 맡길만한 대표가 없는 선거
박 종 국
지금, 6.13 전국동시지방선거를 향한 위한 대한민국은 선거도가니다. 그 열기 뜨겁다. 기초의원출마자들은 약진하고, 도의원, 광역지방자치단체장은 제법 고개를 쳐들었다. 출사표가 요란했다. 그뿐이랴. 제각각 대문짝만한 현수막을 내걸어 놓고 낯짝 알리기에 여념이 없다.
하지만 그 딴의 선거에 대부분의 국민은 별반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런데도 그들은 안하무인격으로 설쳐댄다. 자기만이 대안이라고 침을 튀긴다. 어쩌면 그렇게 젯밥에만 관심을 두고, 지역구 서민들의 고달픈 삶에 된장이 끓는지, 죽이 끓는지, 사태조차 파악하지 못할까.
정당들도 마찬가지다. 하나같이 판에 박은 듯 식상하다. 갖은 미사여구로 제 사람 인선해 놓고 국민의 판단을 기다린다고 까발린다.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다. 대체 국민을 언제까지나 속이려나. 떼거리로 몰려다니는 철새들을 잡아다가 색깔 다른 옷으로 갈아입혔다고 해서 그 동안 몸에 절인 구린내가 가실까.
그래, 아무리 인물이 없다고 손 탈탈 털어도 그렇지. 사람 같잖은 화상으로 승부수를 띄우나. 우습다. 국민의 준열한 심판을 받겠다는 기성정당이 당찬 포부는, 단지 6.13 선거를 위한 위장전략에 지나지 않는다!
어제 저녁 무렵, 마산을 다녀오다가 시외버스 주차장 부근에서 그를 만났다. 순간, 찜찜했다. 그는 평소에는 쥐 죽은 듯이 지내다가 선거 때만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생기를 띠고 패기에 찬 사람이 된다. 옷차림부터 다르다. 때깔 좋은 옷은 물론, 말씨나 걸음걸이마저도 유달랐다. 그 어떤 힘이 그를 이다지도 살아 오르게 했을까. 고단위 퍼즐문제에 직면하듯이 윤곽조차 가늠하기 힘들다. 다만 그의 말투를 통해서 미루어 짐작할 뿐‘완장’ 덕이 아닐까. 확실하다. 그는 중․고등학교 때부터 선도부와 학도호국단의 허울뿐인 완장을 자랑했었다. 그때 완장은 그에게 무소불위의 권력이었다.
하지만 개정된 선거법이 어찌나 무서운지. 심봉사 딸 청이 만나듯 반가움에 떨어야했을 그가, 겉치레 인사만으로 나를 보내는 걸 보면 그 역시도 이번만큼은 선거판에 자유롭지 않은가 싶었다. 근데도 예비입후보자 등록부터 난립하는 걸 보면 정치판 부나비나 철새가 아니더라도 덤벼드나 보다. 누굴 찍어야하나? 다들 자기한테만 힘을 모아달라고 저렇게 애걸하는데, 대체 누구를 밀어줘야하나? 하루에도 수북하게 쥐어지는 정치지망생들의 깨알 같은 이력이 담긴 명함을 들여다보면 입맛이 쓰리다. 대체 누구를 찍어줘야 하나?
몇몇 인터넷 사이트도 마치 군불을 지펴놓은 듯 따습다. 네티즌들의 관심사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대체 돈 안 쓰는 선거라고 호언장담 하더니만 인터넷 사이트는 그냥 빌려주나? 적게 들어도 몇 백만 원은 쥐어줘야 할 게 아닌가. 깨끗한 선거로, 정책 대결로, 대안제시로 일관하겠다는 후보들은 어디 갔는지 목소리 잠잠하다. 그새 지친 건 아닐진대 코배기도 안 보이는 걸 보면 막판 선거를 향하니까 똥줄이 당기긴 당기나 보다. 어느 기초의원선구엔 여덟 명이 출사표를 던지고 과당경쟁에 돌입하는 꼴이라니.
생각하건대, 주권을 맡길만한 대표 없는 이번 선거, 막막하다. 두 눈 부릅뜨고 후보자들의 면면을 깨알 줍듯이 훑어보아야겠는데, 하릴없는 일에 신경 쓸 까닭도 없고 보니 또 다시 막막해진다. 더구나 유급제로 된 한량들의 경선에는 자못 세금 아깝다는 생각마저 든다. 필시 나 혼자만의 고민일까. 그 동안 받았던 명함들을 휴지통으로 구겨 넣으며 심란해진다. 지역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대안들이 공약(公約)이 아닌 공약(空約)으로 치달을 게 너무나 불 보듯 뻔해서.
어디까지나 정치가들은 강도 없는데 다리를 놓아주겠다는 사람들이다!
ㅣ박종국또바기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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