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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도시락

세상사는얘기/삶부추기는글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18. 12. 25.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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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도시락

 

  참 오래된 이야기다.

 

  척추 장애를 가진 부부. 두 사람은 진심으로 사랑했고, 여느 부부처럼 아이를 가졌다.

  하지만 아이를 품은 열 달을 불안함으로 보냈다.
  혹시나 자신들의 장애가 아이에게 유전되지 않을까 걱정스러웠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하늘은 부부에게 누구보다 건강한 아기를 보내주었다.
  엄마는 세상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아이를 지극정성으로 키웠고, 아이 또한 건강하게 잘 자랐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
  엄마는 다시 걱정하기 시작했다.
  한 살 두 살, 아이가 철이 들어가면서 몸이 불편한 부모를 창피해 할까 봐, 그런 아이의 마음이 당연하다고 생각한 엄마는 아이에게 상처가 될까, 초등학교에 입학한 후부터 단 한 번도 학교에 찾아가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가 도시락을 놓고 학교에 갔다.

  엄마는 고민에 빠졌다. 도시락을 갖다 주면 아이가 창피할 테고, 그렇다고 갖다 주지 않으면, 점심을 거르게 되는데, 그것 또한 마음 아픈 일이었다.
  고민 끝에 엄마는 몰래 갖다 주기로 마음먹었다.

  그마저도 쉬는 시간에 찾아가면 아이들이 볼까 봐, 수업시간 중에 학교로 찾아갔다.
  난생 처음 보는 아이의 학교였다.
  복받치는 마음을 억누르고 누가 볼까 조심스레 학교 안으로 들어서려는데, 교문 앞에 웬 아이들이 모여 즐겁게 놀이를 하는 중이었다.
  어느 반의 체육 시간이었다.

  엄마는 그마저도 들킬까 봐 고개를 돌리고 한 발 더 학교 안으로 들어섰다. 그런데 엄마의 시선에 한 그루의 나무밑에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딸아이였다.

  심장이 쿵, 아이 반의 체육 시간이었다.
  심장이 터지듯 뛰었다. 얼굴은 하얗게 질릴 정도로 엄마는 당황했다. 이내 정신을 차리고, 힘든 몸을 이끌며, 최대한 빠른 걸음으로 교문 밖으로 나가려는 순간, 저쪽 나무 밑에서 아이가 교문 쪽을 바라보며 입에 손을 모으고 소리쳤다.

  "엄마!"

  엄마의 눈에는 알 수 없는 눈물이 와락 쏟아졌다.
  
  내가 가진 조건이 열악해서 세상 모든 사람이 내가 나를 생각하듯 바라볼까? 절대 아니다. 스스로는 보지 못하지만, 조금 덜 드러난 능력과 아직은 덜 발산된 매력, 타인에게 힘을 불어넣어 주는 활력까지 당신만 모르는 좋은 조건들을 다른 사람들은 모두 느끼고 공감한다.

  특히, 당신을 늘 곁에서 지켜보는 가족은 사랑의 마음이 더해져 당신을 세상 최고라고 부추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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