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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세상이 망한다면 무엇이 남을까

박종국에세이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19. 4. 29.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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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세상이 망한다면 무엇이 남을까

 

요즘 텔레비전 뉴스를 보노라면 같잖다. 인간 세상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 청맹과니 같은 인간들이 길길이 날뛴다. 대체, 저런 인간들을 국해의원(國害議員)으로 뽑은 사람들은 또 뭐냐? 인간 세상이 망한다면 무엇이 남을까? 모든 도시와 공장과 군사시설뿐만 아니라 경쟁과 광분까지 핵무기를 밟고 서서 칼춤을 춘다. 저 깡패 국가 대통령은 정의로운 삶을 외면한 채 억지만 부린다. 역겹다.

 

인간이 망한다면 땅 위에 무엇이 남겠는가? 아마 잿더미 위에 무엇 하나라도 남는다면 돈과 물질적 편리함에 정신이 팔린 사람들이 함부로 버려놓은 폐기물(플라스틱 쓰레기), 쉼 없이 먹고, 마시고, 춤춘 뒤의 찌꺼기 똥통밖에 없으리라. 신성한 노동이 없는 유희는 그 어떤 공장폐기물보다 더 더럽다.

 

도시가 미어터진다. 많이 가진 자들은 더 편리한 생활을 누리기 위해서, 가난한 농투성이들은 입에 풀칠하기 위해서 도시로, 도시로 모여든다. 그러니 개념 없이 급작스레 만든 도시는 당장에 거대공룡이 된다. 우후죽순처럼 치솟는 아파트, 농촌은 빈집만 늘어가는데 도시는 집을 지어도 모자란다. 학교가 연달아 생겨도 교실이 모자란다고 아우성이다. 폭주족 시대다. 길이 좁다고 처연한 산을 뭉개고, 집을 헐며, 도로만 넓힌다. 그래도 교통사고가 꼬리를 문다. 버스고, 지하철이 만원이고, 승용차가 도로를 꽉 메웠다. 각종 사고, 범죄사건이 밤낮 가리지 않고 벌어진다.

 

한 달 수입 몇십만 원이라도 농사짓는 일보다 낫다는 세상, 그래서 농촌은 일할 사람이 모자라 묵정밭이 늘어만 간다. 이제 시골에서 외국인 노동자를 무시로 만난다. 기피 업종을 나 몰라라 손사래 친 결과다. 이래저래 농촌사회가 무너진다. 그러니 농사를 지어도 퇴비를 안 쓰고, 화학비료와 농약만 자꾸 뿌려댄다. 씨를 뿌려도 잡초를 뽑을 겨를이 없다. 제초제가 그 일을 대신에 한 지 오래다. 그 때문에 농사도 이제 장사가 되어버렸다.

 

정치한답시고 껄껄대는 인간들, 논밭 묵정밭에 뿌려대는 제초제보다 더 나쁘다. 일찍이 네루는 말했다. 정치는 국민의 아픈 눈물을 닦아주는 거라고. 한데 지금 대한민국의 정치인들은 무엇을 하는가. 오직 당리당략만을 위할 뿐이다. 그들에게 국민은 선거 때 단 한 표일 뿐이다. 몇 번이고 다짐했었다. 선거를 잘못하면 못된 인간들 지배를 받는다고. 그런데 지금이 꼭 그런 꼬락서니다. 마루 밑에 개가 보아도 낭패다. 오늘도 눈꼴사나워서 패거리 정치를 외면한다.

 

그뿐이랴. 세상은 돈이면 안 되는 일이 없고, 교육도, 문화도, 예술도 하찮은 상품이 되어버렸다. 단지 좋은 점수 따서 좋은 대학 가기 위해 공부한다. 그래야 좀 더 나은 직장을 얻고, 남을 짓밟고 올라선다. 머리 싸매고 참고서를 달달 외는 이유가 따로 없다. 돈이면 다 해결되는 세상이니 물불을 안 가리고 돈 벌기에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 마침내 돈이 사악한 인간을 만들었다. 거짓부렁 재주 놀음으로 쓴 책들이 날개 돋친 듯 팔린다. 빵이고, 과자고, 콩나물이고, 두부고, 김치며, 소고기, 고춧가루 가릴 게 없이 맘 놓고 사 먹을 수 없다.

 

젊은 알렉산더 대왕이 죽음을 앞두고 세상을 단죄하는 유언을 남겠다. 내가 죽거든 무덤 밖으로 내 손을 내놓은 채 묻어달라고. 그의 심오한 고뇌는 무엇을 말하는가. 인간이 마지막 차지할 땅은 여섯 자 길이에 두 자 넓이 구덩이밖에 안 된다. 그런데도 소유욕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평생을 왈왈거리며 산다. 마흔 평 육십 평 으리으리한 집이며 응접실과 가구들, 그릇이 다 무슨 소용인가.

 

맑은 가난으로 살아야 한다. 가난한 사람이라야 올바른 정치를 하고, 교육도, 예술도 가능하다. 성직자도 가난해야 순리를 설파한다. 하물며 정치가들은 가난하게 살아야 더는 큰 죄악을 저지르지 않는다. 돈 많은 정치인은 결코 가난한 사람을 훑어보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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