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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발관 유감

박종국에세이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19. 3. 26.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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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발관 유감

 

한 달에 두어 번 머리 단장한다. 으레 남자들은 이발관에 가지만, 나는 아들이 태어나 이후 줄곧 미용실에 다녔다. 어언 30년이다. 아들도 마찬가지다. 군대입대하면서도 미용실에서 박박 밀었다.

 

처음 얼마 동안 미용실 출입이 자유롭지 못했다. 90년 초입만 해도 미용실 출입하는 남자가 드물었다. 그래서 여성들로 왁자지껄한 분위기에 주뼛해지고, 눈길 둘 데 없어 그냥 데면데면했었다. 미용실이 어떤 곳이냐. 세상에 입심 좋은 아줌마들이 다 모인다. 그런 데 서른 초입의 사내가 떡하니 자리 잡고 앉았으니 두고두고 얘깃거리였다. 그러고도 난 미용실을 벗어나지 않고 지금까지 꿋꿋하게 다녔다. 그것도 달랑 혼자서 여러 아줌마들 얘기에 맞장구치면서.

 

이렇듯 기를 쓰고 미용실을 고집했던 이유는 딴 게 아니다. 비염을 크게 앓아 조금만 환경이 바뀌어도 며칠 알레르기로 고생했다. 특히, 이발관 포마드 머릿기름 냄새는 가히 접촉 불가였다. 오죽했으면 아직까지도 카레를 잘 먹지 않을까. 물론, 미용실 퍼머넌트 냄새도 만만찮았다. 그렇지만 용케도 그 냄새는 알레르기와 무관했다. 봄철 꽃가루 땜에 벌써부터 신경이 곤두선다. 나 하나쯤 이발관에 들리지 않는다고 밥벌이에 지장이 없었을 테지만, 이 자리 빌어 동네 이발사님께 죄송 말씀을 전한다.

 

그저께 아들 앞세우고 미용실을 찾았다. 얼마 전까지 서울에서 공부하다 집에 내려와 함께 지내는 녀석이다. 3년 중등교사임용시험을 준비하다 제 뜻대로 되지 않아 잠시 피안의 시간을 갖는 중이다. 한데 한 달 여 마음을 놓은 탓인지 머리칼이 치렁치렁했다. 해서 미용실에 가서 시원하게 봄단장 했다.

 

그런데 요즘 미용실 풍경은 사뭇 달라졌다. 유명하다는 미용실일수록 남자미용사 차지다. 사근사근한 말씨며, 나긋나긋한 몸짓이 여느 여성미용사 못지않다. 손님을 대하는 태도 역시 낭창낭창 하다고 할까, 아무튼 크게 대접받는 기분이었다. 아들도 깎은 머리가 맘에 드는지 돈 아깝지 않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아마 이 같은 환대는 이발관에서는 기대하기 어려울 거다. 아마.

 

어쨌거나 오십 줄 중늙은이가 미용실 기웃대는 게 눈꼴사납단다. 친구 말마따나 이제부턴 이발관으로 직행할까보다. 그러면 그 수다스런 아줌마들의 넋두리는 다시 들을 수 없어 아쉽겠다. 삼십년 일관하였던 일을 하루아침에 접기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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