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학교 경영을 한다면-4
약자를 두둔하고, 강자에 당당하게 대응하는 정의를 가르치겠습니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서 제시한 중산층의 기준을 보면, 매사 페어플레이하고, 자신의 주장과 신념을 가지며, 나만의 독선을 지니지 않고, 약자를 두둔하고 강자에게 불같이 대응하며, 불의, 불평, 불법에 의연히 대처를 준거로 삼습니다. 특히, 그들에게는 '약자 두둔하고 강자에 대응'하는 정의를 가진 계층이 중산층 대접을 받습니다.
프랑스도 마찬가지입니다. 프랑스 퐁피두 대통령이 ‘Qualite de vie(삶의 질)’에서 정한 중산층의 기준은, 외국어를 하나 정도 구사하여 폭넓은 세계 경험을 갖추고, 한 가지 분야 이상의 스포츠나 악기를 다루며, 남들과 다른 맛을 내는 별미 하나 정도는 만들어 손님 접대하고, 사회봉사 단체활동하는 사람을 우선합니다. 또, 남의 아이를 내 아이처럼 꾸짖는 당당함으로 물질적으로 저열한 인간이 아니라, '공분에 의연히 대처'하는 자신감을 중산층의 처신으로 삼습니다.
미국 공립학교에서 가르치는 중산층의 기준을 보면, '부정과 불법에 저항' 하는 자가 중산층입니다. 즉, 자신의 주장에 떳떳하고, 사회적인 약자를 도와야 하며, 부정과 불법에 저항하고, 그 외 테이블 위에 정기적으로 받아보는 비평지가 거실에 놓여야 합니다.
이들에 비하여 과연 우리 사회 중산층은 어떤가요? 직장인 대상 설문한 결과, 부채 없는 30평대 아파트, 월급 500만 원 이상, 자동차 2000cc급 중형차, 통장 잔액이 1억 이상, 해외여행 1년에 몇 회 이상 나가는 게 우리나라의 중산층 가늠 기준이었습니다.
준열한 도덕성을 가진 중산층이 두꺼워야 안정된 사회가 됩니다. 그런데 과연 우리에게 '중산층'의 정확한 정의는 무엇일까요. 어딜 보아 우리의 중산층 기준은 낯부끄럽습니다. 그것도 지식인이 생각하는 중산층의 기준이 이 정도입니다. 다분히 물질적이며 세속적입니다. 물론 이렇게 답했다고 해서 속물은 아닙니다. 문제는 중산층의 기준을 왜 이렇게 밖에 둘 수 없으며, 왜 그렇게 생각하게 했는지 안타까운 노릇입니다.
우리나라와 비교했을 때 영국과 프랑스, 미국의 중산층 기준은 확연한 차이가 납니다. 우리는 중산층의 기준을 물질에 우선하는 반면, 그들은 ‘삶의 질’, 즉 정신적인 가치를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이는 다분히 추상적이고, 이상적이나, 그들이 생각하는 중산층은 ‘나 혼자만’ 잘 사는 게 아닌 ‘더불어 잘 살자.’라는 인식이 사회 저변에 내포되었습니다. 거기에 자신의 능력을 계발하거나, 사회적 불의에 대응하는 신념과 지식까지도 요구합니다. 아무리 돈이 많고 권력을 가졌더라도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고 불의에 맞서는 인성이나 신념이 모자랐다면 중산층이라 할 수 없습니다.
물론, 나라마다 민족마다 생각하는 중산층의 개념이 다릅니다.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외국어를 하나 정도 구사하고, 불의와 불평등에 맞설 만한 용기와 신념을 가졌다고 해서 그 사람을 ‘중산층’이라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중산층의 기준이 단지 형식적이라 할지라도 왜 우리는 물질적인 계량이 준거가 될 수밖에 없는지요.
우리의 중산층 기준은 지금의 현실이 얼마나 막막하고 살벌한가를 다시금 생각하게 합니다. 무엇이,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누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우리는 이미 압니다. 이 또한 우리의 사회문제요, 교육의 문제입니다. 가정에서부터 학교와 사회에 이르기까지 성공만을 가르쳐왔던 그릇된 신화를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이제라도 늦지 않습니다. 더불어 사는 세상에서 사람의 도리가 무엇인지를 공유해야 합니다. 삶의 질은 물질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사람의 됨됨이라는 사실을, 혼자 잘 살기보다 함께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깨우쳐주어야 합니다. 더불어 살 때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도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도 생겨납니다.
일전에 평생을 아파트 평수 넓히는 데에 전력을 다한 50대 아주머니가 이제야 살만해졌는데, 말기 암으로 고생하며 죽음이 목전에 왔다고 억울해하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과연 무엇이 인생의 가치를 가늠하는가요? 사는 게 비감해집니다. 인생이 사는 집 평수와 화장실 개수나, 외제 차를 소유하는 데 주력하다가 죽음을 맞이하는 인생이 얼마나 삶의 가치를 동떨어지게 만드는가요!
근데, 지금 우리 사회에서 "나는 중산층이다."라고 자부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먼저, 자라는 아이들, 건강한 심성에 정의와 인간 정리부터 올곧게 가르치겠습니다.
주말, 농촌체험 마을로 홈스테이 가면 안 될까 (0) | 2019.05.15 |
---|---|
농산어촌을 살려내는 팜스테이 (0) | 2019.05.15 |
교사들의 열등감 (0) | 2019.05.08 |
걸핏하면 상호가 바뀐다 (0) | 2019.04.29 |
인간 세상이 망한다면 무엇이 남을까 (0) | 2019.04.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