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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사지인

박종국에세이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19. 7. 8.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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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사지인

 

사람 마음 간사하기 그지없다. 조그만 일 하나를 두고도 쉬 변죽이 끓는다. 그러니 좋았다가 싫어하는 일도 뜬구름 같다. 이는 예닐곱 살 아이들보다 나잇살 더할수록 심하다. 주리 틀 일도 아닌데 까닭 없이 감고 든다. 모두 남을 위하기보다 자기 먼저 헤아리기 때문이다. 사사로운 일 하나도 그저 고맙다 여기면 낯짝 붉힐 일 없다. 그런데도 쌍심지 돋워가며 제 잘난 맛에 겹다. 오죽했으면 고슴도치도 서로 가시에 찔리면서도 부둥켜안을까?


못난 사람일수록 남의 탓이 심하다. 그만큼 내 그릇을 잘못 부셨기 때문이리라.

대화 중에 고집을 피운다는 말을 들었다. 그것도 너덧 살 아랫사람한테서. 순간, 불쾌하다는 생각보다는 무례하다는 열패감이 들었다. 벌써 한두 번이 아니다. 얼마나 사람을 몰짝하게 봤으면 그런 말투를 내뱉을까, 물론 사람을 쉽게 대하는 내 잘못이리라. 그다지 싫다는 내색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입속의 밥알이 모래에 씹는 기분은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 사무실에 돌아와서는 양치질도 하지 않고 내내 곱씹어보았다.

사실이지 매사 허허하고 동네 아저씨처럼 편하게 대했더니 결국엔 볼썽사나운 일을 당하고 만다. 아무리 사람 뜻을 손쉽고 왜곡하는 세태다. 하지만, 이건 아니다. 곰곰 생각해볼수록 화딱지가 돋았다. 그래서 이어폰 꽂고, 음악 크게 틀었다. 이럴 땐 스모키 노래가 제격이다. 에어스플라이도 좋겠다. 아니, 그보다 비지스의 천상하모니가 더 나으리라. 아무튼, 그렇게 오후의 속상함을 도리질해본다.

이제부터는 나잇살 맞게 조금은 말품을 줄여야겠다. 충분한 경청과 공감, 그 바탕은 침묵이 아닐까. 어찌 보면 나라는 인간 간사하기 그지없다. 그냥 스쳐 들어도 될만한 말 한마디에 꿍하게 꿍쳐 두고, 살 바르고 뼈까지 간추려내니까. 나이가 들면 단지 고집만 드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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