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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기를 살려내는 방학

박종국교육이야기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19. 7. 24.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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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기를 살려내는 방학


방학이다. 학교 울타리를 벗어난 아이들, 소원하는 바람도 간절하다. 날마다 되풀이되던 공부와 숙제로부터 벗어나고, 시험과 학원과외에서 풀러나 실컷 놀아보고, 잠도 푹 잤으면 한다. 인터넷 오락도 자유로왔으면, 텔레비전과 만화책도 맘대로 봤으면 기대도 크다. 하지만 정작 방학 때 무엇 하며 보내는지 물으면 그만 풀이 죽는다. 방학은 말 그대로 방학이어야 함에도 아이들의 얘기는 그저 그렇다. 한껏 방학을 기다렸던 아이들의 소망과는 달리 볼멘소리가 많은 걸 보면.


아이들의 방학생활은 힘겹다. 방학이어도 자유롭게 지내지 못하고 학원으로 과외로 내몰려야한단다. 중고등학생은 물론, 초등학생들마저 적게는 서너 군데, 많게는 예닐곱 군데의 학원을 쫓아 다녀야 한다. 방학 동안만이라도 맘껏 뛰놀고, 쉬어야 하는데도 원치 않는 학원을 부모님의 강압과 강요에 수학·영어·과학·피아노·바이올린·한자·무용·미술·글짓기 학원 등을 전전해야 한다. 골목에, 아파트 놀이터에 아이들이 없다. 아이들은 어디로 갔는가. 오직 공부, 공부에만 짓눌려 살아야 하는 아이들이 너무 안됐다.


방학을 빼앗긴 아이들을 살려낼 수 없는가. 평소 아이들이 학교생활에서 가장 즐겁고 좋았던 때가 언제냐고 물으면 야영수련이나 견학, 현장체험학습, 실험·실습과 예·체능시간을 꼽는다. 언제나 판에 박은 듯한 교과서, 꿈이 말라버린 학교 울타리가 지겹단다. 아이들은 잘 놀아야 창의성이 발달하고, 신체적으로도 잘 큰다. 당연한 이치다. 방학 동안만이라도 아이들을 짓누르는 학원과 과외의 족쇄로부터 자유롭게 놀 시간을 충분히 늘여주어야 한다. 제각각 여유를 갖고 함께하는 진정한 삶의 의미를 배워야 한다.


아이들이 방학을 어떻게 보내야 아깝지 않을까. 무엇보다도 방학은 평소 아이들이 학교에서 배우지 못하고, 실제 경험하지 못했던 일들을 체험하고 탐구하도록 배려해야한다. 단지 교과서만 달달 외고 점수를 잘 받는다고 해서 전부가 아니다.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길러야하고, 힘겨운 일들을 참고 견뎌내며, 진취적인 기상을 체득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아이들은 어른의 꼭두각시가 아니다. 아이들은 세찬 비바람과 천둥번개에도 꿋꿋함을 잃지 않는 들풀처럼 싱그러워야 한다. 그게 생기발랄한 아이들의 참모습이다.


팍팍한 시멘트 공간에 갇힌 아이들을 살려내려면 자연과 친화교감허도록 해 주어야 한다. 논밭의 살진 흙을 밟아보는 농촌체험학습과 장애우를 가까이 돌보거나, 소외된 사람들과 더불어 하는 경험도 필요하다. 독서나 등산, 여행이나 고적답사 등을 통하여 생각을 밝히는 일도 중요하다. 인내심과 호연지기를 기르며, 견문을 넓히는 일도 장차 아이들의 성장에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하다. 야영수련이나 캠프활동, 자연·환경체험도 아이들에게 더불어 사는 삶을 일깨우는데 좋은 바탕이 된다. 함께 하는 삶을 통하여 야무진 생각을 얻는다.


방학은 방학다워야 한다. 그래서 학원과 과외로부터 아이들을 살려내야 한다. 우선 어른들의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 당장에 아이를 학원으로 내몰지 않으면 내 아이가 남보다 뒤진다는 조급함을 떨쳐내야 한다. 자연을 통해서 배우는 삶은 아이들의 평생을 안온하게 챙겨준다. 눈을 크게 떠야 한다. 눈앞에 드러나는 현상에만 치우친다면 더 많은 걸 잃는다. 사랑하는 자식일수록 부모 품을 떠나 스스로 생활하도록 이끌어 주어야 한다. 그게 어른이 할 일이고, 부모가 해야 할 마땅한 도리다.


이런 방학은 어떨까. 혼자 집 보기, 정말로 하고 싶은 일 10가지 찾아보기, 부모님의 어린 시절 얘기듣기, 시장 구경하기와 장보기, 친구와 함께 목욕하기, 친구 집에 가서 함께 자기, 산꼭대기에 올라가서 소리 지르기, 숲에서 나무 안고 나무와 얘기하기, 하루 종일 아무 것도 안 하기, 버스 타고 종점까지 갔다가 돌아오기, 큰 책방에서 한나절 보내기, 혼자 밥해서 가족들 상차리기, 기차 여행하기, 내가 만든 노래 녹음하기, 나의 하루 사진 찍기, 인터넷으로 채팅 친구 사귀기, 부모님 직장 견학하기, 욕실과 변기 청소하기, 하루 장애친구 되기, 해 지는 걸 바라보기, 10년 후의 나에게 편지 쓰기 등등과 같은 일들을 해 보는 방학 생활이 배려됐으면 좋겠다.


자연의 소중함과 여러모로 산 삶을 느껴보게 하고, 노동의 가치와 고마움을 느껴보는 과제들을 실제 삶 속에서 찾아보게 하면 어떨까. 아무튼 방학을 통하여 아이들이 스스로 줏대를 세워 자신을 찾아보도록 배려해야 한다. 단지 공부만이 능사가 아니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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