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아이들은 놀고 싶다
아이들에게 방학 때 무엇하고 싶으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대뜸 실컷 놀고 싶다고 입을 모은다. 아이들은 놀고 싶다. 한데 마음대로 놀지 못한다. 방학을 열흘 가량 앞두고 그새 방학 특별반 과외를 시작했단다. 요즘 아이들, 방학이면 더 바쁘다.
그렇지만 이번 방학만큼은 자기가 하고픈 일을 해보라고 부추겼다. 아이들이 방학 동안 소원하는 일은 엄마아빠랑 함께 하는 나들이가 으뜸이다. 아이들은 부모와 같이 나다니고 싶다. 부모가 바쁜 줄 알면서도 여행가길 원한다. 근데 엄마아빤 바쁘다. 더러 다음에 가자고 자꾸만 미룬단다. 그래서 아이들은 원하는 방학을 꾸리기가 쉽지 않다고 볼멘소리다.
생각을 바꾸면 여유가 생긴다. 우리 주변에는 큰 돈을 들이지 않고 발걸음하는 미술관과 박물관, 음악회가 의외로 많다. 요즘은 지역문화예술회관도 그 몫을 톡톡히 한다. 그렇게 무리하지 않아도 하루 종일 훌륭한 문화재를 만난다.
사실 맞벌이 부모가 아이와 박물관을 찾아 나서기는 쉽지 않다. 그렇지만 부모의 생각만 확고하다면 그것을 챙겨주는 게 그리 어렵지 않다.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다. 아이와 영화를 관람하거나 견학, 답사, 체험활동은 장차 아이의 성장에 참 좋은 영향을 준다. 심성을 도야는 물론, 세상을 보는 눈도 달라진다. 아는 것만큼 보인다고 했듯이 어렸을 때의 경험은 비록 그것이 하찮더라도 각인되어 오래 남는다.
집 가까운데 전시회장이나 미술관, 음악회를 찾아보라. 연극도 좋고 영화도 좋다. 팜스테이나 템플스테이도 권할 만하다. 대형마트나 백화점 가는 발걸음을 재래시장으로 향하면 또다른 세상이 보인다. 그곳에 가면 더불어 사는 사람의 향기를 소중하게 느껴보는 기회가 된다. 그곳 사람들의 건강한 노동이 아이의 눈에 고스란히 비춰진다. 행복은 그렇게 건강한 노동을 기본으로해야 한다.
암튼 이번 방학은 아이들의 생각가지 대로 맘껏 놀았으면 좋겠다. 누구든 자유롭게 풀려나 맘껏 놀고 나면 생각이 건강해진다. 평소 꺼려하던 일도 척척 풀어내 힘이 생긴다. 여행 또한 낯선 고장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나’보다는 ‘남’을 먼저 헤아리는 마음을 도드라지게 한다.
아이들이 진정 원하는 방학, 이번 방학만큼은 아이들이 바라는 대로 다 이뤄지기를 간절히 기도해 본다. 방학은 얽매인 학교생활에서 자유롭게 풀려나는 신선한 여유다. 그게 방학의 참된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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