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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의 열패감

박종국교육이야기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20. 3. 6.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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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의 열패감

 

지금 우리 교육은 어떤가? 제자리 매김 하지 못한 채 지리멸렬하다. 그 이유가 뭘까? 까닭이야 여럿이다. 굳이 그중에서 꼭 하나를 꼬집어보라면, 나는, 단연코, 교사들의 열패감이라고 단언한다. 이 같은 열패감은 초중고 교사들이 별반 다르지 않다. 교사들에 대한 처우가 박하다기보다 교사들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세태 때문이다. 그래서 교사들은 길거리에서 자기가 가르치는 아이들을 만나 인사를 받고 난처한 표정을 짓는다. 나도 마찬가지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모든 가치가 물질로, 금전으로 따지고, 등급이 매겨지는 세상에서 교사는 끄트머리이다. 학생의 인권을 운운할수록 교육이 힘들다. 걸핏하면 교사를 무시하고, 홀대하며, 폭행하는 일들이 빈발한다. 모든 게 상대적이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일은 교육자로서의 신념과 긍지 회복이 어려운 실정이다. 교사 스스로 열등시하는 마음가짐도 문제다. 자신감이 없는 교사가 무슨 교육을 하겠나? 끝자리에 앉았어도 당당하게 자기 일을 해야만 교육이 된다.

딴은 요즘같이 경기가 안 좋은 때 교사만큼 좋은 직장이 어딨냐며 성토한다. 공무원으로, 평생직장에다, 철밥통이라는 전제를 담은 언사다. 과연 그럴까? 교단에 선지 37년째인 나는, 그다지 여유롭게 사는 편이 아니다. 80년대 이후 경기가 좋았을 때 교사들, 아니 공무원들의 처우는 열악했다. 오죽했으면 채 10만 원에 못 미치는 월급을 마다하고 하다못해 사무직으로 전환했어도 오륙십 만 원 받았다. 현장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그보다 상회하는 월급을 받았다. 그때도 교사들은 묵묵히 아이들을 가르치며 오직 한길을 걸었다.

그런데 경기가 바닥을 치는 요즘, 공무원들, 교사들이 눈엣가시다. 물론 이와 같은 사회 환경은 만든 책임을 교사들이 면키 어렵다. 교육이 국력이고, 경제력이다는 필지에서 적어도 교사들이 아이들이 윗자리에 앉도록 하는 다투는 교육을 했다. 지금 와서 보면 심히 후회되는 대목이다. 끝자리가 중요하다. 그게 우리 사회정의의 실마리가 되어야 했다. 고급 관리나 사장보다 농사꾼이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좀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입신출세의 교육을 지양하고 윗자리고 끝자리가 없는 교육을 해야 했다.

어렸을 때 나는 꽁보리밥에 된장 김치 반찬이 부끄러워 도시락을 안 가져가 점심을 걸렀던 적이 많았다. 그런데도 삶은 고구마 몇 뿌리를 가져와서도 당당하게 내어놓고 먹는 친구도 기억 속에 선명하다. 그 친구는 지금, 광역시 구청장으로 봉직한다. 아직도 나는 그때의 그 열등감을 떨쳐내지 못했다,

어느 때 영국 찰스 2세는 버스비 박사의 교실을 방문했다. 그러나 버스비 박사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모자를 쓴 채 교실을 활보했다. 그러자 찰스 2세는 모자를 벗어 팔 밑에 끼고서 공손히 그의 뒤를 따라 걸었다. 나중에 찰스 2세가 문간에서 작별을 고하려고 하자 그때야 박사는 찰스 2세에게 정중히 아뢰었다.

폐하, 소신이 저지른 오늘의 불경을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만일 소신의 학교 어린이들이 이 나라에서 소신보다도 위대한 사람이 존재한다면 믿으면 소신은 결코 이 어린이들을 지도할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어떤가. 명치 끝이 짠하게 아려오는 전율을 느끼지 않는가. 교사를 우대하는 일, 그 일은 절대 어렵지 않다. 내가 시골에서 자랄 때, 자그마한 우리 고장에서 학생들은 선생님이, 교장 선생님이 제일 훌륭하고, 높은 분으로 생각했다. 그뿐만 아니라 학부모도 당연히 그렇게 알고 존경했다. 교사들의 사기는 보수를 비롯한 처우개선이나 교원 우대책으로 진작되는 게 아니다. 교사들을 함부로 대하는 잘못된 시각을 바로 잡아야 한다.

무엇보다 교사는 학교에 찾아오는 사람들이 그 누구든 당당해야 한다. 장학사, 교육장, 교육감, 학부모, 그 누구든지 교사들 앞에 머리 숙이고 꼼짝 못 하는 장면을 아이들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더불어 교육 행정 하는 사람들이 교사들 위에 군림하지 않아야 하겠다. 특히 과도한 공문과 사무부담으로 교사들의 사기를 떨어뜨리지 않아야 한다.

단언컨대, 우리 아이들이 참된 교육을 받기 위해서는 교사들의 자긍심을 되찾아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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