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7시. 17평 서민임대아파트에서 66세된 할아버지가 생일 축가가 울려퍼졌다. 마누라 공순례여사 회갑날, 아파트경비 교대가 8시라 회갑상을 일찍 차렸다. 회갑상이라야 미역국에 찰밥, 그리고 케익뿐으로 조촐했다. 아내 공순례여사는 당뇨가 심한 탓에 거동이 불편해서 할아버지가 상을 차렸다. 그리고 생일 상에 마주앉아 할아버지가 축가를 부르고, 할머니는 손벽을 치고, 케잌에 촛불을 붙였다.
딸을 하나 두었는데 대학1학년 때 사고로 잃었다. 할아버지 형제간도 술때문에 하나는 죽고, 하나는 알콜병동에 입원 중이다. 공순례 여사가 스물둘에 시집와서 39년동안 손발이 닳도록 고생고생 다했다. 그 와중에 벌어두었던 돈마저 딸이 죽을 때 도와준 고향후배가 보증을 섰다가 날려버렸다. 공순례여사의 병도 이때부터 시작되었다. 아파트 경비설 나이도 이미 지났지만, 그동안 열심히 일한 게 인정을 받아 다니는 형편이었다. 아들도 딸도 재산도없는 처진데, 공순례여사는 영감이 회갑상이라고 차려준 게 눈물겨웠다.
"이 돈 가지고 입고 싶었던 옷 사고, 자네 친구들 불러서 거하게 점심 한번 사소."
미역국에 아침을 먹고나자 할아버지는 공순례여사에게 돈봉투를 내밀었다.
'이참에 친구들 불러 점심 대접해야지.'
공순례여사의 두 눈에 이슬이 맺혔다.
-詩庭박 태훈의 '해학이 있는 아침'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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