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여인의 애틋한 사연
한때 우리나라에 한글 모르는 사람이 많았던 시절이야기입니다. 글을 못 배운 여인이 군대에 간 남편에게 보고싶다는 편지 대신 김을 넣은 편지를 보내 소식을 전하였던 안타까운 사연입니다.
스물둘에 부모가 정해준 사람에게 시집을 갔습니다. 남편이 군인이었는데 가난한 형편을 벗어나고자 월남 파병을 떠났습니다. 그런 남편에게 편지를 보내야 할 텐데, 글을 몰라서 고민끝에 편지대신 김을 석 장씩 봉투에 넣어서 월남으로 붙였다는 사연입니다.
할머니가 된 그분께 여쭤봤습니다.
“왜 하필이면 김인가요? 차라리 그림이라도 그려 보내시지 그랬어요"
그런데, 할머니는 정말로 생각도 못한 대답을 하셨습니다.
“김은 밥을 싸 먹을 수 있으니…”
머나먼 타국, 뜨거운 전쟁터의 남편에게 아내는 편지 봉투 속에 사연 대신 김을 보냈습니다.
보고싶을 때마다 매일같이 보냈습니다.
다시 할머니께 여쭤봤습니다.
“그럼, 왜 하필 석 장씩을? 한꺼번에 좀 많이 보내시면 되죠.”
그랬더니 순박한 할머니가 다시 말했습니다.
“넉 장을 넣어봤더니 무게 때문에 요금이 많이 나와서.”
주소는 다행히 한글 주소가 아니라서 우체국 직원한테 부탁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할머니는 둘둘 말은 긴 김밥을 손에 들고 선 낡고 빛바랜 남편의 흑백 사진을 보여 주었습니다.
남편은 아내가 보내준 김 석 장, 그 사랑의 표현에 힘입어 무덥고 무서운 전쟁터에서 무사히 살아 돌아왔답니다.
그리고 그 부인은 팔순이 넘은 할머니가 된 지금에야 가난으로 배우지 못했던 한을 벗어 나고자 한글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편지를 쓰는데, 사랑하던 그 남편은 이제 곁에 없습니다.
늦은 나이에 한글을 배워 책을 읽고 글을 쓰시는 어느 할머니의 애잔한 사연은 그렇게 먼 엣날 이야기도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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