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교감으로 2년여 근무했습니다.
그래서 후회합니다.
혹자는 이 말을 들으면 괜한 푸념이라고 하시겠지요?
옛말에 요강에 앉아서 똥 싼다고 그럴 겁니다.
그런데 막상 교감 자리 앉아보니 너무 어정쩡합니다.
마치 맞지 않은 웃을 걸친 듯 겉돕니다.
마땅하게 제 역할 못 하고, 그저 당면한 일만 반복해야 하는 청맹과니나 다름없습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학교에서 일상 활동이 그저 컴퓨터 앞에 앉아 공문이나 챙기고, 중간 결재나 하는 그런 존재, 아이들 교육하는데 하등에 필요 없는 위치요, 존재일 따름입니다.)
교감의 하루 일상은 단순하고 먹먹합니다.
무엇하나 결정권이 없고, 짜인 일과대로 마치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단순 역할만 수행해야 하니 그 존재, 그 위치가 밋밋합니다.
그러니 온종일 소용없는 공문처리에만 매달려 허우적댑니다.
이와 같은 교감 업무는 교무행정원 한 사람이면 능히 해결합니다.
그런데도 교무실에는 버젓이 교무행정원과 방과후학교 실무원까지 자리 지키는 현실입니다.
단언컨대 지금 학교에는 교감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교장도 마찬가지입니다.
학교에서 교장과 교감은 관리자가 아니라 도우미로서 역할에 충실해야 합니다.
특히, 초등학교장의 권위는 다 내려놓아야 합니다.
그래서 제안합니다. 더는 교장은 임명제가 아니라 선출 보직제를 실시해야 합니다.
또, 교장을 어떻게 대통령이 임명합니까?
(이건 군사독재 박정희의 임명권을 단순하게 답습하는 게 아닌지요?)
선출제로 할 경우, 일정 자격(10년 정도의 교육경력, 1급 정교사 자격)이면 충분합니다.
선출 방법은 단위 학교별로 교사들이 직접 선출해서 뽑으면 됩니다.
(이 점에서 보면 현재 교장의 도 교육감 발령은 시정되어야 합니다)
임기는 3년 정도면 족합니다.
그 이상은 너무 길어 안일해집니다.
신선한 생각을 가졌을 때 임기를 마감하고, 다시 평교사로 근무하도록 해야 합니다.
그게 교장선출임기제의 순순한 취지요, 본연입니다.
교장도 대학 총장과 마찬가지로 선출보직제로 바뀌어야 합니다.
(그러면 자연 교감의 위치는 필요치 않습니다.)
그런데도 현재 교사에서 교감으로 승진하거나, 교감에서 교장으로 승진하는데 너무나 치열합니다. 그 이유는 승진을 옥죄는 근무성적(근평) 때문입니다.
교감 교장으로 승진하려면 그 어떤 성과보다도 최근 근평 3년 ‘수’를 받지 못하면 그 바람은 언감생심입니다. 그래서 별난(?) 재주가 없는 저 같은 교감은 교장 승진 자체가 요원합니다.
절대로 근평을 받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입 바른 교감, 소신껏 처신하는 교감은 승진 사다리에서 늘 예외입니다)
일례로, 일부 교감 승진자 중에는 교감을 거치지 않고 교장으로 곧바로 승진합니다.
(물론, 그들은 장학사나 연구사 경력을 거쳐 장학관으로 근무하다가 일정 기간 지나면 은근슬쩍 교장으로 승진 발령 납니다.)
이러니 묵묵히 교육 현장에서 열심히 일하는 교감으로 이들을 지켜보면 허망합니다.
심한 열패감을 느낍니다.
아직도 교직 사회는 기득권층이 존재합니다.
해서 하소연해봅니다.
교육본연을 제자리매김한다면 적어도 교직만큼은 폐쇄적인 승진제도를 혁파해서 선출보직제(순환제)를 실시해야 합니다.
38년 교직 생활을 통해서 제가 정말로 행복했던 때는 교사로서 아이들과 더불어 했을 때입니다. 그것도 6학년 담임으로서 아이들을 도맡았을 때입니다.
이 순간에도 저는 교사로 아이들과 한 호흡하며 그들과 부대꼈을 때가 가장 아름다웠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을 가르치지 않는 사람은 더는 교사가 아닙니다.
저는 1987년 전국교사협의회, 1989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결성에 주도적으로 참여했습니다. 이후 25년 동안 지회 사무국장으로, 지부 편집국장과 초등위원장, 지부와 전국대의원, 교섭위원으로 활동했습니다.
조합원으로 어느 선생님에 뒤처지지 않을 만큼 열정적으로 활동했습니다.
그리고 평생 평교사로 근무하겠다는 ‘평교사선언’도 했습니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근무했던 학교가 벽지와 연구 시범학교라 교감으로 승진했습니다.
하여 지금 저는 전교조 조합원이 아닙니다.
(교원노조법에 따르면 교감 교장은 조합원 자격이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어떠한 교원노조와 교원단체에 가입하지 않고 무노조 교원으로 근무합니다.
그리고 민주노동당 후원 교사 관련으로 저촉되어 처벌을 받고 승진 자체도 늦어져 늦깎이 교감이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손톱만큼도 후회하지 않습니다.
저는 교사로서 당당하게 근무했습니다.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일련의 얘기가 시시콜콜한 게 아니라 일선 교감의 고충을 대변하는 공통된 생각입니다.
현재 교육 현장에는 5년, 7년을 교감으로 근무하고도 교장으로 승진 발령을 받지 못하는 교감이 많습니다. 그분들, 능력이 없어서 뒤처진 게 아닙니다.
(단지 승진을 옥죄는 근무성적(근평)을 못 받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저도 5, 6년 교감으로 근무하다가 교감으로 정년퇴임 합니다.
미련 없습니다만, 교감으로 승진할 걸 크게 후회합니다.
단 하나 소원한다면 지금이라도 교사로 아이들 곁으로 돌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어렵겠지만 괜한 욕심을 부려봅니다.
그나저나 이와 같은 저의 얘기가 교직 사회를 헐뜯는 게 아니라 실태 그대로를 드러냈을 뿐입니다. 오해 없으시기를 바랍니다.
2021년 3월 20일
동포초등학교 교감 박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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