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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시간

세상사는얘기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21. 5. 9.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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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시간

 

박혜선

 

 

한 무리의 구두가 들어온다

여기저기 기웃거렸을 구두

종종걸음 쳤을 구두

사무실에 갇혀 있었을 구두

갈 곳 없어 공원에서 죽치고 있었을 구두

삐질삐질 땀 흘렸을 구두

우글쭈글 낡은 구두가

주인 따라 들어온다

눈 감고도 갈 수 있는 길

지하철에서 새우잠 자며

피로를 풀고 있다

또 한 무리의 구두가 들어온다

코가 쭉 빠진 게

종일 거리를 헤맨 얼굴이다.

 

 

- 『백수 삼촌을 부탁해요』 (문학동네,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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