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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 마무리 단상

박종국에세이/박종국칼럼글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21. 7. 1.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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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 마무리 단상

박종국

 

 


유월을 마무리 짓는다. 코로나 19 탓에 서점과 도서관나들이를 못했다. 학교와 집을 오가는 단조로운 일상, 나름 학교에는 충실했다. 재지난해 중병치레를 한 뒤로는 몸에 부치는 일이 많아 하고픈 게 많아도 여의치 못하다. 아직도 예후에 신경 쓰고, 애써 무리하지 않으려고 몸사리다보니 생활리듬이 많이 어긋났다.
게다가 일체 술담배를 마다했으니 마음두고 부르는 친구도 드물다. 자연 뭇 사람과 부대끼는 일이 뜸해졌다. 이 상태로 한 해 더 소원해지면 좋은 사람 깡그리 다 잊고 살겠다.
불행 중 다행이랄까. 그나마 위로가 되는 건 아들과 함께가는 숲둘레길걷기와 목욕나들이다. 서른둘 나잇살에도 선뜻 동행해서 산행하고, 등도 밀어주며, 조근조근 말벗이 되어 준다.
요즘 같은 세상, 흔치 않는 애살이다.
여러 모임자리에서도 자랑한다. 다들 머리 굵은 자식과 목욕탕 가는 쉽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그런 점에서 보면 언제나 살갑게 애비를 위해 주는 아들이 사랑스럽다. 시대를 잘못 만나 아직 마땅한 일자리를 얻지 못했을따름이지 어디 흠 잡을 데 없는 녀석이다.
누가 그랬다. 아무리 착하다해도 아들자랑하지 말라고. 사내녀석은 언제 무슨 일을 만들지 모른다는 게 중론이다. 그래도 난 아들자랑을 멈추지 못한다.

 

 


그저께도 아들과 목욕탕 가서 몸을 부셨다.
유월을 마감 짓는 소일거리로 이만한 게 또 없다.
개운하고, 홀가분해서 신선한 삶의 에너지가 절로 충만되었다.
요즘 아들은 시창작과 문학수업 열심이다. 본연인 교직입문을 제쳐두고 제 하고픈 일, 시인묵객으로 새롭게 터닝포인트를 정했다.
그동안 애지중지 써 두었던 건강한 삶의 모습이 시집 한 권을 묶고도 남는다. 문학판에도 적을 두고 제 목소리, 제 빛깔을 가늠하는 중이다. 그치만 결코 조급해하거나 서둘지 않는다. 오래도록 응원받는 시인으로 남으려면 그만큼 배경지식을 쌓는 게 중요하다. 나는 원래 반짝 스타를 좋아하지 않는다.
된장과 간장은 해묵을수록 그 진가를 발휘한다. 그에 비하여 제철만 감당해도 목넘이가 좋은 담금주는 사양한다. 은근하고 느긋한 기다림이 숙성의 향취를 더한다. 인생은 그렇게 살아야한다. 이런 점에서 보면 중국인의 만만디 정신은 또하나의 좌표가 된다.

 

 


지난 한달동안 쉼없이 부대끼며 살았다. 아직도 코로나19 상황은 긴장 상태를 면치 못한다. 그렇지만 기본방역수칙 메뉴얼을 지키며 조심한다(특히, 기저질환자인 나는 바짝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도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 한번 잃고나면 그 회복이 만만찮다. 난 그러한 후회를 뼈져리게 실감하고 덤으로 주어진 삶에 감사하며 산다.
다소 무거운 얘기로 건강한 유월을 마무리 짓는다.
모두에게 좋은 바람을 기대한다.

칠월, 참 좋은 일 많으리라.

|박종국에세이칼럼 2021.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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