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심성을 살려내는 방학
박종국(에세이칼럼니스트)
지난해 이어 올해도 고로나19로 학기내내 수업이 언만치 못했다. 팬데믹 상황이 나아질 기미는커녕 되레 확진자 수치는 완급을 멈추지 않는다. 그렇지만 방역수칙을 준수하고, 생활거리두기를 철저하게 이행한 덕분으로 별탈없이 한 학기를 마무리 짓는 시점이다. 여전히 마스크를 쓰고, 전체 등교수업을 하지만 쉬 긴장을 놓지 못한다. 누군 그랬다. 마스크를 벗기 위해서 마스크를 꼭꼭 쓰야한다고.
먼저, 자유롭지 못한 학교생활하느라 애썼던 아이들이 이번 방학만큼은 흔케히 풀려나 제 하고픈 일 했으면 좋겠다. 방학을 맞은 아이들의 바람은 하나다. 날마다 되풀이되는 공부와 학원에서 풀러났으면 한다. 하여 실컷 놀아보고, 잠도 푹 잤으면 좋겠단다. 컴퓨터오락도 원없이 하고, 텔레비전, 만화책도 맘껏 보았으면 한다. 휴대폰 만지작거리는 일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방학 동안 무엇 하겠느냐며 물었더니 그만 기가 죽는다. 방학은 말 그대로 기분 좋게 풀려나야함에도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아이들 볼멘소리에 귀가 따갑다. 한껏 방학을 기다렸던 아이의 기대와는 달리 방학생활은 힘겹다. 방학 동안 적게는 서너 군데, 많게는 예닐곱 군데의 학원을 다닌단다(심각한 팬데믹 상황이어도 학원과외는 여전하다).
방학을 빼앗긴 아이를 살려낼 수 없을까. 아이에게 ‘즐겁게 좋았던 때가 언제냐’고 물으면 야영수련이나 견학, 현장체험학습을 꼽는다. 아이는 판에 박은 듯한 교과서, 꿈이 말라버린 학교 울타리가 지겹다(근데 지난해 2월부터 아이들은 일체의 현장체험학습이나 수련회캠프가 중단된 상태다). 아이들 바람을 들어준다면 적어도 방학 동안만이라도 평소 짓눌렸던 학원과외의 족쇄로부터 자유롭게 풀려나야 한다. 노는 시간을 충분히 늘여주고, 제 맘에 드는 일을 하며 삶의 의미를 부추겨야 한다.
팬데믹 상황에도 방학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 무엇보다도 평소 학교에서 배우지 못했던 일을 직접 체험하고 탐구하는 기회를 챙겨주어야 한다. 방역수칙과 일상적 거리두기를 충분히 지킨다면 가능한 일이다. 그게 가능하다면 생각하는 힘을 키우고, 힘겨운 일을 견뎌내며, 진취적인 의지를 체득하는 시간을 챙겨주어야 한다.
아이들의 심성을 아이를 살려내는 일이면 더 바랄 게 없다. 아무리 급박한 코라나19 상황이라도 불볕더위라도 모래밭을 뒹굴어보고, 살진 흙을 밟아보는 농촌체험도 좋다. 소외된 사람과 더불어 하는 경험도 필요하다. 독서를 통하여 마음의 살을 찌우고, 등산이나 여행을 통해서 견문을 넓히고, 인내심과 호연지기를 기르는 일도 장차 아이의 성장에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일이다.
체험학습을 통해서 여러모로 삶을 느껴보게 하고, 노동의 가치와 고마움을 멋보는 과제를 실제 삶 속에서 찾아보게 하면 좋다. 그게 방학을 통하여 아이 스스로 줏대를 세워 자신을 찾아보는 소중한 선물이다.
한데도 아이들이 방학을 방학답게 보내려면 먼저 부모가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내 아이가 남보다 뒤진다는 조급함을 버려야 한다. 당장 눈앞에 드러나는 데만 치우친다면 더 많은 걸 잃고 만다. 자식을 사랑할수록 스스로 생활하도록 이끌어 주어야 한다. 그게 부모가 마땅히 해야 할 도리다. 자연을 통해서 배우는 삶은 아이의 평생을 안온하게 챙겨준다.
보다 눈을 크게 떠야 한다.
|박종국또바기글
평교사의 삶은 아름답다 (0) | 2021.08.28 |
---|---|
그제 두 장의 사진을 챙겨봤습니다. (0) | 2021.07.26 |
행복하고 감사한 일 (0) | 2021.06.22 |
인터넷 중독 (0) | 2021.06.12 |
재미없는 교사는 인기가 없다 (0) | 2021.06.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