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친화교감하는 방학
박종국(다원장르작가)
방학이다. 이번 방학은 예년에 비해 길다. 일련의 코로나19 사태로 전체 등교가 험난했지만 3백인 이하 학교로 학사일정이 원만했기 때문이다. 아이들, 오전수업을 마치자마자 한 학기 마지막 급식을 챙겨먹고는 기분좋게 교문을 나섰다. 방학은 아이가 삶의 지평을 넓힐 기회다. 학교생활에서 풀려나 다양한 일을 겪어보는 소중한 시간이다.
아이들은 방학이면 더 바쁘다
아이는 잘 놀아야 잘 큰다. 그런데도 부모는 좋은 대학, 더 나은 직장, 편하게 사는 게 먼저다. 교육의 근본 목적이 바람직한 인간상 구현인데, 과열교육에 몸서리쳤던 부모세대조차 암울한 우리 교육의 병폐를 뜯어 고칠 생각은 하지 않는다.
이번에 우리 학교는 의례적인 방학과제를 내지 않았다. 다만, 책 읽고, 동시 한 편 외우는데 만족한다. 조심스럽게 욕심을 좀 부리자면 코로나 상황이지만, 개인방역수칙과 충분한 거리유지로 보다 건강한 생활을 유지했으면 좋겠다.
사람 복작대는 해수욕장이나 유원지보다 여름 들판에 지천으로 어우러진 풀꽃, 온 산 가득 싱그러운 이파리들 이름을 가려보아도 좋다. 가마솥 불볕더위라도 자연과 친화 교감하는 일만큼 아이들 심성을 도야시키고, 바른 그릇이 되게 하는 깨우침은 또 없다.
자연과 교감하는 일만큼 더 좋은 깨우침은 없다.
어쨌거나 아이는 잘 놀아야 잘 크고, 생각도 많아진다. 애써 문제 하나 더 풀기보다 자유롭게 풀려나서 제 생각을 밝히는 힘을 기르는 게 낫다. 적어도 이번 방학만큼은 아이가 제 하고 싶은 일 실컷 하도록 배려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이의 올바른 성장의 바탕은 그 존재를 인정하고, 칭찬과 격려, 이해와 배려가 가득한 사랑이다. 더불어 똑같이 대하기보다 다 다른 걸 찾는 힘을 기르도록 해야한다. 그러자면 아이를 공부에만 매어두어서는 안 된다. 아이 스스로 서는 힘을 부추겨주어야 한다. 아이가 제 하고픈 일을 하겠끔 풀어놓아야 한다.
그래서 이번 방학은, 잘잘 끓는 가마솥 불볕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목소리 당찼으면 좋겠다. 까맣게 그을린 건강한 얼굴을 만나고 싶다. 다 다른 생각을 가진 아이가 즐겁게 뛰노는 모습을 하늘 가득 그려본다. 하여 방학, 의례적인 생활보다 다 다른 생각으로 거듭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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