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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 천사이야기

박종국에세이/박종국칼럼글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21. 9. 15.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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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 천사이야기-1

어제 일이다. 출근해서 하루일과를 챙기고나서 곧바로 텃밭으로 갔다.
그제 땅콩을 캐고난 자리에다 유곽거름을 넣고 쌈배추 이랑을 짓기 위해서였다. 밭에 들어서자 수많은 모기떼 일제히 날아들었다. 언제나처럼 곳곳을 물어뜯었다. 잠시 얼얼하고 가려웠지만 늘 통과의례로 겪는 일이라 잠시 모기회식을 시켰다. 녀석들, 밤새 얼마나 굶주렸을까?

성철스님 살아생전에 밤이면 의례 윗통을 벗어제끼고 결과부좌를 한 채 산중 흡혈귀한테 피공양을 하셨다고 했다. 그렇게 사생결단하듯 스님의 피를 빨았던 모기는 너무 욕심을 낸 나머지 배가 불러 날아가지 못하고 방안 곳곳에 널브러졌다고 했다. 스님은 한낱 미물에게도 소신공양을 하셨다.

밭일을 마치고 이제 막 꽃문을 연 국화를 돌봤다. 겨우내 살을 에는 듯한 추위를 이겨내고, 오뉴월 뙤약볕도 아랑곳하지 않아 마침내 소담스럽게 꽃을 피웠다. 지켜보면 지연의 일정순리는 참 신비롭다. 한참을 매만져주는데 어디서 날아왔는지 말벌 몇 마리가 야단스럽게 왱왱거렸다. 별신경을 쓰지 않고 하던 일 계속하는데, 글쎄 그중 한 녀석이 냉큼 내 손바닥을 쏘았다.

순간, 앗 따가워라 비명을 질렀지만 이미 때가 늦었다. 꿀벌한테야 수없이 침을 맞았지만 그렇게 고통스럽지 않았다. 그러나 말벌은 달랐다. 뭔가 뜨듯한 게 손바닥에 들어왔구나 싶었는데, 이내 침에 쏘인 부위가 발그레해지고 퉁퉁 부었다. 하던 일 멈추고 보건실로 갔다. 보건선생님께 자초지종을 설명했더니 큰일 날뻔했다고 걱정하며 얼음찜질부터 시작했다.

소바닥은 물론 왼팔 전체 부위가 시큼하게 아렸다. 본격적인 고통이 시작되었다. 한참을 얼음찜질하다 소독약 버물리를 발랐다. 십여분을 그러고나니 쏘인 부위의 부기가 조금 가라앉아 내심 안심이 되었다. 몇 마리 한꺼번에 달려들었으면 아침나절부터 119신세를 질 뻔했다.

그렇게 삼십분쯤 응급치료를 받는데 3학년 여학생 한 명이 배가 아프고 열이 난다며 보건실을 찾았다. 얼핏보아도 힘이 없어 보이고 몸이 아픈 형색이었다. 보건실 한켠에 놓인 의자에 앉아 치료과정을 살펴보았다.무엇보다 우너학교 보건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친절하다. 천성이 천사표이신 분이다.

"아침에 응가해니?"
"아니요. 못했어요"
"밥은 먹었고?"
"밥은 안 먹고 왔어요."
"저런, 그랬구나. 어디 보자. 열은 높지 않은데 힘이 없어 보이네. 많이 아프겠구나"
"머리하고 배가 아파요."
"그럼 이렇게 하자. 먼저 화장실 가서 응가부터 해보자. 힘을 주어서 응가해보고 오너라. 응가가 안 나오면 바로 보건실로 오너라. 알겠지?"
잠시 후, 화장실 갔던 아이가 돌아왔다. 여전히 얼굴빛이 안 좋고, 배를움켜쥐었다.
"응가를 했나?"
"못했어요. 선생님?"
"그랬구나.많이 힘들겠구라. 응가를 못하면 배가 아프고, 열도 난단다. 힘들더라도 약 먹고 조금 참아보자. 약을 어떻게 줄까?알약과 물약 다 가능한데?"
"물약 주세요."
"그래, 챙겨줄테니 천천히 먹고, 침대에서 좀 안정했다가 교실로 가거라. 담임선생님께 전해 할게."

요즘들어 학교에서 가장 바쁜 분이 보건선생님이다. 3백여 학생과 교직원의 건강을 지킴이 하는 일이 쉽지 았다. 덕분에 우리학교는 한 명의 확진자가 발생했지만 지금까지 방역수칙을 잘 지키고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하다. 생활속 천사 보건선생님 덕분이다.

아침에 보니 말벌에 쏘인 부위가 말끔해졌다. 보건선생님 말씀으로 벌침 한 방에 오만원이라고 하셨는데, 값진 돈 벌었다.

|박종국에세이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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