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우리의 가장 큰 명절 중 하나다. 이번 추석 연휴는 여느때보다 길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여파로 주머니 사정은 팍팍하다. 그래서 이런저런 사정으로 집에서 조용하게 보내겠다는 사람이 예년에 비해 많다고 한다. 그러나 귀성길에 오르는 사람의 마음은 벌써 고향집 언저리다. 피붙이를 '만나는 기쁨'은 그만큼 크다.
요즘은 열에 아홉은 고향을 떠나 산다. 하여 10시간이 넘게 차를 타야하는 정체 길이어도 좋다. 새벽 같이 득달하여 집을 나서도 어딜 가나 마찬가지다. 평소 같았으면 짜증나는 소리가 수십 번 나왔겠지만, 다들 명절만큼은 마음이 너그러워진다. 그게 우리네 귀소본능 아닌가.
초로의 부모는 가뭄에 콩 나듯 찾아오는 자식과 손자, 손녀를 볼 마음에 벌써 몇날 며칠 밤잠을 설쳤다. '만남의 기대'로 당장에 조석을 건너뛰어도 흐뭇하다. 그뿐이랴. 조금이라도 싸고, 좋은 제수 장만을 위하여 오일장마다 발품을 팔았다. 생선과 어물은 이미 손질을 다 해놓았다. 며느리에게 부담지우기 아깝다는 배려다. 오랜만에 시골방앗간은 떡 찌는 김이 무럭무럭 난다. 떡이 계속 쏟아 나온다. 집에서 맏형수는 부침개와 나물 볶는 냄새로 고소한데, 어머니는 그에 관심없고 자꾸 대문을 바라보느라고 일이 더디다.
코로나 상황으로 경제가 곤두박질 쳤더라도 그게 고향 가는 길에 걸림돌이 되지 못한다. 고향 어귀에는 '귀향환영 현수막'이 걸렸다. 피붙이를 좋게 맞이하려는 고향 사람의 마음은 따뜻하다. 아직도 고향 인심은 야박하지 않다. 옛 추억이 새로우리라. 총각 시절 마음에 두고 짝사랑했었던 '그 여자네' 집 앞을 지나면 옛 시절 애틋한 향수를 느껴본다. 그런 설렘으로 누구나 마음은 고향을 향해 달려간다.
고향은 들머리부터 반갑다. 만나는 모든 사람이 내 가족 같다. 서로 어깨를 다독이며 그간의 인사에 설핏 운전대를 잡지 못한다. 그만큼 식구과의 만남은 더디다. 고향을 떠나기 전 그렇게 고왔던 이웃집 아저씨 아주머니 머리에 하얀 눈이 내려 마음이 짠해진다. 세월이 화살 같다. 고향은 변함없는 고향을 지키는 사람은 이다지도 주름살이 깊은지. 그 동안 애써 찾지 못한 스스로를 다그치는 사람이 한둘 아니다. 그게 고향을 찾는 서정이다.
마침내 식구과 만나면 지난 이야기로 밤을 지새운다. 추석 명절 전날 고향은 어느 집이든 불이 꺼지지 않는다. 새록새록 할 말이 많은 거다. 온갖 세상사는 이야기로 시끌벅적하다. 술상이 몇 번 바뀌는지 모른다. 출세한 녀석, 잘사는 녀석이 찬사를 받고, 사업에 망한 녀석은 격려를 받는다. 모두가 정치인이고, 대통령이다. 유망한 경제이고, 만물박사다. 그렇다고 아무데나 험담을 하지 않는다. 그게 고향 인심이다. 고향은 그 모든 사람을 다 품어 안는다. 고향이니까 모든 게 가능한 밤이 된다.
그러나, 그럼에도 이번 추석연휴만큼은 코로나19 개인방역에 철저해야 한다. 끊임없이 네자리수 확진자 발병이 심상찮다. 가능하면 함께 얼굴 맞대지 않는 게 최선의 방책이다. 음식도 나누지 않는 게 좋다. 무엇보다 마스크 쓰기와 손씻기, 충분한 거리두기를 지켜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