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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지해장국

요리조리쿡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21. 11. 7.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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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지해장국

해장국은 종류는 엄청나게 많다. 재료에 따라 특징이 달라서 입맛과 취향에 따라 골라 먹을 뿐 특별히 어느 해장국이 더 맛나다고 말하기 힘들다. 그래도 별미를 꼽으라면 소뼈를 곤 국물에 선지와 양, 우거지, 콩나물을 넣고 얼큰하게 끓인 선지해장국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서울에서 선지해장국이 유명해진 건 지금은 재개발로 사라졌지만, 청진동해장국 골목 덕분이 아닌가 싶다. 청진동이 해장국으로 유명해진 건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부터라고 한다. 당시 종로구청 자리에는 새벽마다 나무꾼들이 모였는데, 이들은 나무 한 짐을 팔고 난 후 얼큰하게 끓인 술국으로 출출한 속을 달랬다. 처음에는 나무꾼이 이용하다가 경성의 한량이 해장을 위해 찾으면서 청진동이 해장국 골목으로 유명해졌다.

선지해장국은 오래전부터 주당이 간밤에 마신 술로 쓰린 속을 달래던 특효 해장국이었다. 지금이야 가정에서 직접 선짓국을 끓이는 일이 거의 없지만, 예전에는 선지를 사다가 집에서도 해장국을 끓였다. 1930년대 신문에 ‘오늘의 요리’로 선짓국 끓이는 법이 소개될 정도였다. 당시 신문을 보면 선짓국을 소의 피로 끓였다고 해, 한자로 우혈탕(牛血湯)이라고 소개하면서 “선지는 토장국에 흔히 먹으나 젓국에 끓이는 게 좋다. 처음에 고기와 곱창을 넣고 파와 후춧가루를 치고 새것을 익혀 함께 넣고 끓인 후에 두부를 번듯번듯하게 썰어 넣고 선지를 채반에 건져 한 덩이씩 착착 넣는다”고 했다.

피가 주는 이미지 때문인지 지금은 선짓국이라는 이름을 잘 쓰지 않지만, 현재도 유명한 청진동 해장국이나 양평 해장국은 선지가 주재료이니, 여전히 많은 사람이 속을 풀어주는 국으로 선짓국을 찾는다.

선지는 짐승을 잡아서 받은 피로, 인류에게 훌륭한 영양 공급원이었다. 뿐만 아니라 옛날 사람은 선지가 나쁜 기운을 물리치는 힘을 가졌다고 믿었다. 고대 주나라의 예법을 적은 《주례》에는 “피로 사직에 제사를 지낸다”고 나오고 피를 뜻하는 혈(血)이라는 한자에도 동물의 피로 제사를 지낸다는 뜻이 담겼다. 그만큼 피를 신성시했을 뿐만 아니라 영양이 풍부해서 선지는 아주 오랜 옛날부터 인류가 먹었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나라마다 그리고 민족마다 환경에 따라 선호하는 선지가 다르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 사람은 선짓국에는 소 피를 넣고, 순대에는 돼지 피를 넣었다. 주로 소와 돼지의 선지를 먹지만 소, 돼지가 흔치 않은 중앙아시아 유목민은 말의 피를 마셨고, 중국 사람은 소, 돼지보다는 오리 선지를 좋아한다.

선지가 얼마나 유용한 양식이었다. 칭기즈칸이 이끄는 몽골군이 전격전이라는 새로운 전술로 아시아와 유럽 일부를 포함한 광활한 지역을 점령하였던 배경으로 선지를 꼽기도 한다. 선지가 훌륭한 병참 역할을 해서 병사들이 배를 곯지 않고 싸웠다. 《음식의 역사》라는 책에 따르면 13세기 몽골군이 장거리 이동을 할 때 조달한 양식 중 하나가 말의 피였다고 하니, 전쟁에서 혈식(血食)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았다.

몽골군은 열흘 일정으로 출정할 때 다수의 말을 줄로 엮어 함께 끌고 다녔다. 말이 지치지 않고 계속 달리도록 계산한 측면이었지만 식량으로도 사용하였기 때문이다. 장거리 이동 중 휴식을 취할 때 몽골 기병은 말의 정맥에 상처를 내어 혈액을 마셨다. 보통 말 한 마리당 0.5리터의 혈액을 얻었는데 열흘 간격으로 돌아가며 마시면 말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도 병사의 체력을 유지했다. 뿐만 아니라 무거운 식량을 수송하지 않으니 기동력을 그대로 유지하였고, 이동 시 연료가 부족해 요리를 못하거나 요리 도중 불빛으로 적군에게 발각되는 위험도 막았다. 칭기즈칸이 구사한 전격전의 배경에 선지라는 ‘살아 있는 병참 지원’이었다.

중국에서는 주로 오리 피로 선지를 만들어 먹는다. 지금도 중국 시장이나 뒷골목에 가면 오리 피로 만든 선지를 쉽게 찾아본다. 우리는 주로 선지로 국을 끓여 해장국의 형태로 먹지만, 중국에서는 주로 두부를 만들어 먹는다. 청나라 때의 《본초편독》에는 오리 선지두부가 성질이 차갑고 기운을 보충하며 해독 효과가 좋다고 했는데, 그 때문인지 역시 해장용으로 많이 쓰인다.

참고 : 윤덕노 <음식으로 읽는 한국 생활사> 깊은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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