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햐, 그놈 예쁘게 생겼다

박종국에세이/행자 이야기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22. 2. 21.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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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그 놈 예쁘게 생겼다

“행자야, 말 좀 해 봐라.”
행자가 늦둥이마냥 애교를 피울 때 그렇게 말해요. 참 답답하지요. 알아듣는다고 살래살래 꼬리를 흔들어도 컹컹 소리밖에 안 나와요.
속을 모르는 사람은 그래요. 강아지가 무슨 말귀를 알아듣는다고. 참 섭섭한 말씀이에요. 강아지는 눈치코치가 없는 줄 아세요. 가족이 관심 갖고 보살펴주는 만큼 그 뜻을 죄다 알아채요. 서당 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하잖아요. 행자도 마찬가지예요. 벌써 함께 산 지 3년이에요. 네살배기면 사람 나이로 서른두살. 주변을 어느 정도 훑어볼 나이죠.
그런데도 산책하면서 만나는 사람이 행자를 보고 무슨 얘길 하는지 아세요?
하! 그 놈 참 예쁘게 생겼다. 이럴 수가?제가 예쁘장하대요. 물론 외모만 보면 그래요. 곱상하게 깎은 털북숭이며, ‘행자’라는 이름이 그렇게 단정하기에 충분하거든요. 근데 저는 머슴아예요. 이름도 ‘행군’이 아니라 ‘행자’예요. 그런데 말예요. 행자는 ‘행복하게 자라라’를 줄인 이름일 뿐이에요. 이제부터는 듬직하게 행자를 대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오늘도 행자는 종일 집을 지키며 많은 생각을 했어요. 어떻게 하면 보호자와 하고픈 얘기를 다 할까 싶어서 말에요. 아무리 머리 꼬며 생각해 봐도 뾰족한 방법이 없어요. 그렇지만 불행 중 다행스러운 건 가족의 냄새를 통해서 충분히 교감한다는 사실이에요.
강아지는 후각세포가 발달해서 냄새로 감지해내는 소통능력이 이만저만이 아녜요. 식구가 하루 일과를 마치고 퇴근하는 시간이면 먼발치에서부터 알아채고 현관 앞에서 오도카니 기다려요. 발자국 소리보다 냄새가 먼저예요.
“아이고, 행자야, 하루 종일 잘 지냈나?”
다시 만난 보호자와 스킨십을 하며 건네는 대화예요. 이때도 행자는 마냥 꼬리를 흔들며 발발거릴 뿐이에요. 더러 반가움에 오줌도 찔끔거려 야단을 들어요. 그래도 어둠사리가 지면 기다리고 기다렸던 가족을 다 만나요.

얼마나 기쁜지 아세요?

|박종국 다원장르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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