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뜻 요즘 아이는 벼르장머리가 없다는 말을 들었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엇나가는 행동이 한둘 아니다. 잘못을 얘기해도 건성으로 듣거나 싫다는 표정이 역력하다. 열세살 고만고만한 아이가 콧힘이 보통 아니다. 고집 피울 일도 아닌데 괜히 고삐를 내두른다.
그저께아침에도 학년 선생님이 목청을 높였다. 아이의 장난전화를 받은 학부모의 득달을 받았다고 했다. 당사자 셋을 불러 자초지종을 캐물었으나, 녀석들은 눈만 말똥말똥, 숫제 나몰라라 발뺌했다. 해서 속타는 건 다그치는 선생님 뿐이었다. 예전 같으면 따끔하게 훈육하련만 요즘은 그저 시늉뿐이다.
허탈스럽게 아이를 마주대하다 내가 먼저 자리를 떴다. 뭔가 욱하고 솟구치는 게 더는 거덜먹거리는 태도를 지켜볼 수 없었다. 우리 교육의 빤한 현주소다. 대체 어디부터 잘못인지 아이의 잘잘못에 대해서 '이것이다'고 힘주어 깨우치지 못한다. 걸핏하면 종아리 손바닥 불이 났던 7,80년대 교육을 생각한다.
민주적인 시민의식을 지향하는 교육을 적극 지지한다. 아니, 내 자신의 교육소신은 권위형을 탈탈 털고, 민주형을 지나 방목형에 이르렀다. 간단없는 시행착오를 거친 결과다. 한데도 아직은 시기 상조란 작패를 지울 수 없다. 민주적으로, 인격적으로 좋게 대하면 대할수록 그것을 이용하는 아이가 많다. 아이는 마음에 천사를 품었다. 그런데도 삿된 행동을 되풀이하는 아이가 한둘 아니다!
아무리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하지만, 내 개적 관점으로 우리 학교 아이들은 착하다. 물론 착하다는 준거가 사람마다 다 다르다. 그치만 아이들 하나하나 지켜보면 예의 바르고, 행동이 재바르며, 일처리가 야무지다. 경우에 따라서는 쬐끔한 녀석이 너무 신중하고 꼼꼼해서 탈이다. 근데도 어딜가나 우물을 흐리는 미꾸라지 한둘은 나타나게 마련이다.
녀석들, 선생님의 마땅한 꾸짖음을 좋게 받아들였는지 얼굴 표정이 밝다. 저희 생각으로는 장난이었겠지만, 정작 당사자는 얼마나 황당하고 불쾌했을까? 요즘 세상이 그렇게 만든 일이다. 하나 어쭙잖은 일 따지고 보면 못난 시류가 문제다. 아이가 무슨 잘못일까. 아무리 버르장머리 없는 아이의 거친 행동이 눈꼴시럽더라도 아이는 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