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쯤
박종국
문득 노년을 맞이한 나를 발견했다. 어느새 희끗희끗 반백이 되었고, 잔글씨를 못 볼 만큼 노안이 찾아왔다. 게다가 몸도 생각같이 움직이지 않는다.
근래 지인 중 유명을 달리한 이가 많다. 이제 겨우 이순 나잇살일 뿐인데. 그렇다고 헛헛하게 생각할 게 아니다. 가수 노사연이 열창했던 '바램'처럼 우린 늙어가는 게 아니라 익어간다. 노년의 삶은 그 어느 누구도 대신해 주지 않는다. 스스로 자신을 계발하고, 챙겨야 한다.
진정 후회 없는 노년의 삶 살려거든 한두 가지 취미 생활을 가져야 한다.
산에 올라 세상을 한번 호령해보고, 강가에 앉아 낚시를 해 보는 거다. 땀이 나도록 하고, 불 밝혀 열심히 책을 읽고, 글도 쓰고, 정보의 바다를 즐겁게 헤엄쳐 볼 일이다.
종잡아 좋아하는 취미 때문에 식사 한끼 정도는 걸러도 좋다. 그 만큼 집중력을 가지고 즐겨야 한다.
그 길이 자칫 쓸쓸해질 노년을 아름답게
보내는 비결이다. 자식에게 기대하지 않아야 한다. 자식에게서 받은 상처나 배신감은 쉽게 치유가 되지 않는다. 부모를 만족시켜 주는 자식은 많지 않다. 기대가 큰 자식일수록 부모의 마음을 더 아프게 한다. 또한 자식의 영역을 침범하거나 간섭은 금물이다. 자식은 부모와 사는 방식이 다르다.
정도를 넘지 않는 관심과 적당한 기대가 노년을 행복의 길로 인도한다. '악처가 효자보다 낫다’는 옛말은 참고 할 만하다. 식어가는 부부간의 사랑을 되찾아 다시 사랑을 뜨겁게 하라. 그리고 노년의 삶은 애살스런 사랑보다 겹겹이 해묵은 정으로 서로의 등을 씻어 주며 사는 거다.
그럼에도 노년의 삶은 자식을 가까이에 두고, 친척을 멀리 하지 않고, 진정 마음을 나눌 벗과 함께해야 한다.
그러한 노년은 한 폭의 수채화처럼 아름답다. 한번쯤은 자신의 노년의 삶을 계상해 보아야 한다.
|박종국에세이칼럼 202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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