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무상
박 종 국
요양병원에 가 보면 숱한 애환을 가진 노인이 많다. 젊어서 뼈 빠지게 일한 사람, 자식을 출세는 시켰으나, 노년에 요양병원 생활이 전부이다.
질긴 목숨 끊기지 않고, 요양병원을 내 집 삼아 산 지 어언 십여년째. 찾아올 아들 셋 딸 둘. 아들 중에는 박사 검사 남부럽지 않지만, 문병이라고 처음에는 한달에 한번씩 다섯 자식이 함께 왔다. 긴 병에 효자 없다고 지금은 석달 가야 한번씩 올까말까 한다.
뇌졸증으로 입원을 하기 전까지 혼자 살던 시골집. 그 집은 어떻게 됐는지 몸 나으면 다시 가서 살겠다던 고향집. 이제 다시 가기는 틀렸다.
근데도 구순의 할머니는 희망을 걸었다.
"우리 아들 검사가 자기를 데릴러 온다고."
그렇게 굳게 믿고 기다렸던 할머니. 아들 검사는 어디 갔는지 오질 않고, 시골에 사는 일흔 두살 장남만 두 달에 한번씩 들린다.
할머니는 간병인에게 고향이 그리운지, 올해 농사는 어떻게 되었는지, 뒷산 고사리가 많이 나겠지, 자식 키우며 살던 그 시절을 꿈꾸며 이야기를 멈추지 않았다. 간병인은 노인과 함께 생활하다보니 노인이 왜 그렇게 살아야 했는지, 모두 헛 짓을 했다며 턱턱 가슴을 쳤다.
"자식보다 자신의 노후를 걱정 해야 하는데, 어디 부모 마음이 그리 됩니까?"
그 노인은 금년 초여름에 세상을 떠났다.
할머니 마지막 소원은 단하나였다. 고향 뒷산에 잠들고 싶다고. 누구나 인생무상이라 하지만, 자기 자신은 인생무상하지 않다는 할머니. 그 막연한 생각에 씁쓰레했다.
아직도 노인이 흥얼거리는 노랫말이 또렷하게 들린다.
"이승에서 나 죽으라고 등 떠 밀고, 저승에서 나오라고 손짓 하는데, 나 이승에 무슨 미련 남아 저승에 가기 싫어 발버둥 치는고..."
|박종국에세이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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