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센티네리언 시대가 머잖다
박 종 국
유명을 전하는 부음이 잦다. 여태까지 죽음은 나와는 상관없는 일로 여기고 살았다. 그런데 이제는 세상을 앞세우는 친구가 심심찮다. 자동차가 보편화된 시대, 그에 따른 사고사의 경우 어찌할 수 없으나, 지병에 발목 잡혀 삶을 마감 짓는 일은 여간 허망한 일이 아니다. 인생 80은 농담 삼아 버텨낼 거라 얘기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오늘도 저녁에도 한 친구의 마지막 가는 길 배웅했다. 정말이지 이승 하직하는 날은 딱히 모르는 게 우리네 인상이다.
얼마 전 외신에 96년째 함께 살아가는 중국인 부부 이야기가 소개됐다. 남편 102살, 아내 103살인 이 부부는 고사성어로 접했던 ‘백년해로’가 꿈이 아닌 현실이 됐음을 실감케 한다. ‘수명 100세’의 봉인이 급속히 풀리는 시대다. 1960년대 평균수명은 여자 53.7세, 남자 51.1세였다. 지금 한국인의 평균수명(2020년 기준)은 남자 80.5세, 여자 86.5세다. 2050년에는 130살까지 사는 사람도 나온다고 한다. 바야흐로 백세시대다.
이는 20세기 수명 급증세가 빚어낸 결과다. 선진국에서는 평균 10년에 2.5년, 1년에 석 달, 하루에 6시간씩 수명이 늘어나는데, 유엔 통계에 따르면 2015년 현재 100살이 넘은 사람(슈퍼센티네리언)은 전 세계 45만1천명이었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2050년에는 지금의 8배인 370만으로 늘어난다. 머지않아 희귀 사례가 아닌 별도의 연령집단으로 대별되지 않을까.
그러나 생각을 달리하면 사는 폭이 달라진다. ‘벌써 이만큼 살았나?’고 반문하듯 억울해 할 일이 아니라, ‘아직도 이만큼 많은 시간이 남았구나!’ 하는 긍정마인드로 세상을 치켜세우며 살아야한다. 문상을 가면 망자 얘기를 하면서 그가 못다 한 삶의 몫을 야무지게 살아주겠다 다짐하곤 했다. 하지만, 지내놓고 보면 내 생활 습관은 별반 변화가 없다. 잦은 음주와 간단하게 이어지는 흡연, 그리고 폭식과 수면결손 등등 어쩌면 수명을 단축하는 일에 내달리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난 2018년 6월 이후, 술담배를 일절 끊었다).
그런데 고혈압은 우리 집안의 필연이다. 그다지 음식을 짜게 먹지 않고, 궁벽한 속아지를 가지지 않았는데, 벌써 11년째 고혈압 약을 복용한다. 물론 의사의 처방은 약물에 의존하기보다 운동과 식이요법으로 혈압을 다스리라고 권유한다. 그렇지만, 본성적으로 동적인 놀이보다는 정적인데 더 솔깃한 터라 일주일에 두어 시간 운동도 힘들다. 운동이라야 고작 한 달에 두어번 산행이 전부다.
그것 참! 이런 추세라면 센티네리언은 고사하고 인생 이모작도 부실하겠다. 슈퍼센티네리언 시대가 머잖았다는데.
|박종국에세이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