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마무리는 촛불행진으로
김영
매주 토요일 윤석열 퇴진 촛불집회에 참여하는 '지식인 종교인 네트워크' 회원님 중에 70~80대 어르신이 계셔서 찌는 더위에 건강을 해칠까 염려되었다. 그래서 이번 주말 7월 29일부터 8월 12일까지 공식적인 모임은 가지지 않고, 휴식 기간을 갖기로 하되, 개별적인 참석은 자유에 맡기기로 했다.
다들 동의를 하였지만, 요즘 멧돼지 집안과 휘발놈을 비롯한 천박한 인간이 하는 꼴이 하도 기가 막혀서 참지 못하고 나오시는 분이 많지 않을까 하는 느낌이 들어서, 오늘 오후 5시 문래동 책방에서 하는 대학원 후배 교수인 고운기 시인의 등단 40년 기념시집《고비에서》출간기념 북 콘서트에 가려던 계획을 접고 촛불집회에 나갔다.
혹시 우리가 늘 만나던 카페에서 선후배님을 만날까 염려되어 조용히 홍대역입구를 향해서 행진하는 대열의 맨 끝에 섰다. 거기서 더탐사의 강진구 박대용 두 분의 대기자가 현장 중계를 하며 행진에 참여하였고, 김시몬 기자와 김은도 피디도 함께 걸었다.
왼쪽 다리에 퇴행성 관절염으로 전 코스를 걷기에는 무리여서 전철로 신촌역에 내려 이화여대 네거리쪽으로 가다가 편의점에 들러 시원한 삼다수를 사서 행진의 들머리가 오기를 기다렸다. 드디어 농악대를 선두로 해서 김민웅 대표와 박재동 화백이 나타났다. 안사람이 시원한 삼다수를 건네주니 활짝 웃으시며 반가워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행진대열 가운데 우리 '지식인 종교인 네트워크'의 운영위원장인 유정현 목사님이 이마에 땀을 흘리며 '윤석열 퇴진' 피켓을 들고 오는 게 아닌가. 누군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직감이 맞는 순간이었다. 우리는 마치 이산가족이 만나듯 감격했다.
지성과 영성과 센스를 고루 장착한 우리 유목사님도 나와 같은 마음이었던 모양이었다. 혹시 우리 회원 중에 한 분이라도 나와서 걸으시면 어떻게 하나 하는 염려했다고 했다. 같이 홍대역까지 행진한 뒤, 시원한 레모네이드를 마시며 이 시대 동지로서의 우정과 연대를 다졌다. 우리는 만날 운명이었다.
내가 아끼는 후배인 고운기 시인한테는 참으로 미안하게 되었다. 촛불행진에 참여하느라 등단 40주년 기념으로 《고비에서》란 시집을 출간한 고시인의 시집 출간 콘서트에 참석하지 못했다.
귀한 시집을 보내준 우고시인께는 적절한 기회에 밥이라도 한끼 사야겠다.
|페친 김영 교수님 페이스북에서 담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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