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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향노루 이야기

박종국에세이/시사만평펌글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23. 8. 18.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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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향노루 이야기

어느 숲속에서 살던 사향노루가 코끝으로 와닿는 은은한 향기를 느꼈다.
'이 은은한 향기의 정체는 뭘까?어디서, 누구에게서 시작된 향기인지 꼭 찾고 말거야.'
그러던 어느 날, 사향노루는 그 향기를 찾아 길을 나섰다.
험준한 산 고개를 넘고 비바람이 몰아쳐도 사향노루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러나 온 세상을 다 헤매도 그 향기의 정체는 찾을 수가 없었다.

하루는 깍아지른 듯한 절벽 위에서 여전히 코끝을 맴도는 향기를 느끼며 어쩌면 저 까마득한 절벽 아래에서 향기가 시작되는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향노루는 그 길로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절벽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한쪽 발을 헛딛는 바람에 절벽 아래로 떨어졌다.

사향노루는 다시는 일어날 수 없었다.
하지만 사향노루가 쓰러져 누운 그 자리에는 오래도록 은은한 향기가 감돌았다.
죽는 순간까지 향기의 정체가 바로 자신이라는 걸 사향노루는 몰랐다.

이 슬프고도 안타까운 사연은 어쩌면 우리의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지금 이 순간, 또 다른 누군가를 통해서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으려는 우리이야말로 끝내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지 못하고 절명한 사향노루가 아닐까?

우리는 누구나 최고의 향기를 풍기는 소중한 존재이다. 코로나로 힘든 시간이다. 하지만 그저 감사하고, 서로 배려하는 넉넉한 하루였으면 좋겠다.

|박종국참살이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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