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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뇌파를 향한 다니엘 핑크의 멘토링

박종국에세이/박종국칼럼글

by 박종국_다원장르작가 2023. 8. 7.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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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뇌파를 향한 다니엘 핑크의 멘토링

박종국

1970년대 초중 고등학교를 다녔던 기성세대라면 “공부 열심히 해야 좋은 대학에 가고, 나은 직장을 갖고, 남부럽지 않은 부와 명예를 누리며 산다.”는 이야기를 머리에 쥐가 나도록 들었다. 그게 그 시대 미래를 내다보는 멘토링이었다. 이순의 나잇살을 가진 나는, 부모세대로부터 그렇게 득달같은 매김을 받았다.

그 시대는 검사판사는 물론, 의사나 변호사, 회계사, 엔지니어, 과학자를 강권하는 사회였다. 그들은 학교에서 배운 지식을 고스란히 활용하는 사람이었다. 소위 피터 드러커가 말한 ‘지식노동자’, 속칭 ‘먹물’이었다. 하여 이들은 좌뇌형 사회에 성공 신화를 확실히 썼다.

인류 역사는 ‘좌뇌 숭배론’이 지배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문에 '좌뇌 주도형 사고'(논리, 연산, 언어 분석 능력)는 결과를 필요로 하는 완고한 조직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으며, 학교 교육에서도 특히 강조되었다. 반면에 '우뇌 주도형 사고'(종합, 감정표현, 문맥, 그리고 큰 그림)는 창작자나 남을 돌보는 사람처럼 이러한 능력은 조직에서 무시당하고, 학교에서도 소홀히 여겨졌다. 해서 좌뇌는 메이저 뇌로, 우뇌는 마이너 뇌 취급을 받았다. 이는 마치 학자와 정치가, 변호사의 역할을 중시하면서도 예술가와 이야기꾼을 이방인 취급했던 2류의 역사와 비슷하다.

과연 그럴까? 필자도 지독한 왼손잡이로, 성장과정에서 혹독한 비애를 맛보았다. 물론 ‘우뇌 숭배론’도 경계해야 한다. 하지만, 그동안 평가 절하돼 왔던 우뇌에 정당한 평가를 내리는 일도 필요하다.

미래학자 다니엘 핑크(『새로운 미래가 온다』, 한국경제신문사 펴냄. 2005)는 미래 사회의 전망과 조언에 탁월한 예지력을 보이는 멘토다. 그는, 21세기 들어서는 ‘우뇌형 사고’를 하는 사람이 점점 많은 주목을 받는다면서 이제는 좌뇌형 사고와 인재가 강조되는 시대는 지났다고 강조한다.

즉, 디자인(design), 스토리(story), 조화(symphony), 공감(empathy), 놀이(play), 의미(meaning) 등 6가지 재능은, 우리가 읽기, 쓰기, 셈하기를 익혀야 했듯 미래 사회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필수 요소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핑크는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1970년대식 조언이 지배하는 현상을 ‘좌뇌 중시 문화’에서 찾는다. 즉 좌뇌는 이성과 분석이 지배하는데, ‘학력 지상주의사회'는 좌뇌 중시 문화에서 나온다는 논지다.

사실, 우리 사회는 모든 게 오른손잡이를 위해 만들어졌다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자연히 왼손잡이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여러모로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부모는 아이가 왼손잡이로 자랄 조짐이 보인다싶으면 오른손을 사용하라고 다그쳤다.

현재 왼손잡이는 전 인류의 10퍼센트 정도다. 아이가 자라 손을 갖고 놀 시기가 되면 자연 왼손이나 오른손 중 어느 한쪽 손을 더 많이 사용한다. 손가락 빨기, 노리개 가지고 놀기, 기어 다니면서 물건 잡기 등…. 얼마 전까지는 아이가 왼손을 사용하면 기를 쓰고 말리는 부모가 많았다. 유치원이나 학교의 책상, 운동기구, 악기 등 교육용품은 모두 오른손잡이용으로 만들어져 아이가 불편을 겪을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글쓰기는 종이의 위치와 연필 잡는 법부터 다르기에 왼손잡이가 가장 불편을 겪어야 하는 부분이다. 그래서 아이가 왼손을 사용하면 엄마는 거부감을 느끼고 오른손을 사용하게 고집했다.

하지만 왼손사용을 고쳐야 할 나쁜 버릇으로 취급하면서 오른손을 쓰도록 심하게 닦달하면 여러 가지 부작용이 생긴다. 부모의 주의와 닦달이 아이를 오른손잡이로 만들었다 해도 아이가 온전한 오른손잡이가 되는 건 아니다. 수저 들기, 쓰기와 같은 중요한 몇 가지 운동을 오른손으로 한다고 해도 그 외 다른 행동은 여전히 왼손으로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오히려 부모의 심한 간섭이 간혹 다른 부분의 발달에 장애를 일으키는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말을 잘하던 아이가 더듬기 시작한다거나 읽기, 쓰기가 갑자기 곤란해지는 학습장애를 일으킨다.

왼손잡이 아이에게 강제적으로 오른손을 사용하게 할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글씨만은 오른손으로 쓰도록 지도하는 게 필요하다. 양손을 골고루 사용해 뇌를 발달시키는 효과도 거둘 뿐만 아니라, 학교, 사회생활을 하는 동안 왼손잡이가 겪어야 하는 불편을 예방하기 때문이다. 그 외 일상생활에서는 아이와 자연스레 왼손을 이용해 만들기를 하는 등 함께 놀면서 아이에게 자신감을 주어야 한다. 그게 스트레스를 주기보다 긍정적이다.

나는, 지금까지도 유년기에 왼손잡이로 다그침을 받았던 심리적 상처가 아직도 치유되지 않고, 뇌리에 남았다. 그런 까닭에서인지 사회 여러 분야에서, 특히 객관식, 단답형 문제에 관한한 빤히 알면서도 해결이 어눌하고, 어설플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틀에 박힌 단견적 사고에 치명적이다. 어디 연수를  가도 그에 묻혀들지 못한다. 지독한 왼손잡이의 비애다.

세상은 여전히 ‘좌뇌파’가 장악한다. 그렇지만 좌뇌의 세상은, 이제 이른바 학력만 좇으며, 살아온 한낱 지식노동자로 전락 시켰다. 핑크가 얘기했듯이 하이콘셉트(high-concept; 패턴과 기회를 감지하고, 예술적 미와 감정의 아름다움을 창조해 내며, 훌륭한 이야기를 창출해 내고, 관계가 없어 보이는 아이디어를 결합해 뭔가 새로운 일을 창조해 내는 능력)와 아이터치(high-touch; 다른 사람과 공감하고 미묘한 인간관계를 잘 다루며, 자신과 다른 사람의 즐거움을 잘 유도해 내고, 목적과 의미를 발견해 이를 추구하는 능력) 시대가 도래한 지금, 먹물들이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진다.

그럼에도 전 세계 좌뇌파에게 2023년 핑크가 들려주고자하는 멘토링은 무엇이었을까?

|박종국에세이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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